불합격

통보 메일을 받고 보니

by Cruel Ella

당연하다.

브런치 팀에서는 정당한 결과를 통보한 거다.


시도가 중요했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원석이 보석이 되길 바랐으니까. 그러나 시도만 가지고 보석이 될 순 없었다. 가장 중요한 나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석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채 보석이 되길 바랬던 걸, 불합격 통보를 받은 후 깨달았다.


불특정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는 일은 대면 상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디어 시대에 나를 포장해 놓지 않으면 올곧은 내 모습 그대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남들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비난이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몇 가지를 숨기고 글을 쓴 채 작가 신청을 했던 것이다.


1. 여자.

숨기고 싶었다. 글에서는 여자, 남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글 자체로 소통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가려져버린 탓에 내 정체성이 제대로 보이지 못했던 것 같다.


2. 기혼자.

부부생활을 빼면 지금의 내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뺀 나의 모습만을 그려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많은 유부녀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실 것 같다.


3. 세 아이의 엄마.

이 얘기는 신청서 소개란에 쓰지 않았다. 나의 모습 중 일부인데도 세 아이 엄마라는 타이틀은 너무 강하게 비치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 주제를 바꿔 놓을 거라 걱정했었다.


4. 주부 반, 워킹 반.

일주일에 세 번 출근을 한다. 일과 주부의 생활이 반반 이루어 지기 때문에, 전업주부와 워킹맘 사이 어딘가에 걸쳐져 있을 내 위치가 참으로 애매하다. 두 다리 다 걸치고 있자니 두 입장 모두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쓰는 것이, 전업 주부에게나 워킹맘에게나 민폐가 되는 듯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잘 챙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 신청란에 보여줬던 내 모습은 완벽히 드러나지 못했고, 포장하며 어떤 무언가가 되려고 가증스럽게 꾸며대기 바빴던 것 같다. 내 일상을 일기처럼 쓰고 싶었으나 내 생활을 드러내기에는 많이 두려웠던 것이다.


브런치 팀에서 발송된 불합격 메일을 한참을 들여다본다.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 이 메일이 참으로 고맙다. 씁쓸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아야겠다. 어디까지 보여줄지, 아니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두 번의 낙방.


난 삼수 끝에 작가가 되었다. 퇴고를 하면 할수록 글은 발전했다. 내 소개란도, 활동 계획도 점점 더 구체적이 되고 선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나누고 싶던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고, 계획을 하면서 오랜 시간 여기에 몰두해야만 했다. 한 번에 붙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성장'을 한 것이다.


브런치의 장점 중 하나는, 작가 재신청에 기한이 없다는 것이다. 글을 바꿔보고 계획이 수정되면 이틀 만에라도 다시 작가 신청을 했다. 낙방의 쓴 맛을 오래 맛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나에게는 유리한 전략이었다.


앞으로의 글로, 많은 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


거리두기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기서는 모두가 울고 웃으며 공감하고 이해받는 자리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