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얼굴

성형외과라는 공간에서

by 연주신쥬디

성형외과에서 영어 통역 일을 한지 어느새 일 년이 넘었다.

내 통역 도움을 받아 성형수술을 한 환자가 100명은 넘는 것 같다.

이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에 가깝기 때문에, 성형수술에 대한 내 생각은 의식적으로 접어두려고 한다. 내 관심사 밖의 일이라 오히려 더 쉬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돕고, 성형수술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 (큰돈을 쥐고) 바다 건너온 외국인들과 잠시나마 친분을 쌓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오늘은 병원 로비에 두 한국 여자분이 계셨다.

성형수술 중인 딸을 기다리는 엄마와 이모였다.


"아휴~ 난 이거(성형수술) 세 번은 못하겠더라! 근데 나머지 딸들도 부위별로 해야 되는데 그럼 여기에 몇 번을 더 와야 되는 거야~~ ㅋㅋㅋ"

로비에 놓여있는 성형전후 사진 모음집을 잡지 보듯이 보며 첫째 딸은 어디를, 막내딸은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어떤 코가 예쁜지 잡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 수술이 끝난 딸이 회복실에서 나왔고, 엄마와 이모는 팅팅 부어있는 수술 직후의 눈을 보며 "벌써 눈이 엄청 길어졌네~!" 하고 칭찬을 건넸다.

담당 실장님이 환자 컨디션을 확인하러 다가왔을 때도,

엄마는 실장님에게 "제가 딸이 셋이에요. 얘가 둘째인데 첫째랑 막내도 다 해야 돼요. 특히 막내는 대공사예요~ 호호호호" 아주 기분 좋게 딸들 자랑(?)을 했다.


옆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자니 마음이 참 씁쓸했다.

우리 엄마가 어디 가서 "우리 딸 성형수술 해야 돼요~ 호호호" 하고 다닌다면 내 마음이 어땠을까.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의 외모가 아쉽다는 이유로 나 역시 저런 엄마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성형수술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는 여전히 싫지만, 만약 내가 외모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었다면 나 역시 성형수술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성형수술을 무조건 반대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잠시 후, 원장님과 짤막한 얘기를 주고받을 시간이 있었다.

피아노 치는 내가 성형외과에서 영어 통역봇으로 있는 걸 안타까우셨는지, 보스턴에서 학교까지 나온 사람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며 꾸중 아닌 꾸중을 하셨다.

“그러게요, 원장님. 저 음악 석사까지 한 사람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네요. 하하. 할 수 있는 건 다 끄집어내서 하는 중이에요.” 라며 나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성형외과 쪽에서 일하면 안 봐도 될 사람들까지 보게 되지 않느냐며, 이 바닥에서 벗어나라는 듯한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성형외과 오는 한국사람들 중 50%는 돌았어요. 그리고 성형수술하러 한국 오는 일본인들의 80%는 돌았어요. 영어권 환자들은 그래도 좀 낫죠."

원장님은 환자에게도 늘 솔직한 조언만 하시고, 과한 수술을 권하지 않는 분이다. 그래서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언제나 쿨하고 직설적이다.

"아이고.. 원장님, 그럼 이런 실태를 모르시고 이 길을 택하셨어요??"

"그땐 몰랐죠, 그래서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성형외과 의사들은 돈 엄청 많이 버는 줄 아는데 그것도 전혀 아니에요. 그래서 더 후회해요, 사람들은 우리가 쉽게 돈 많이 버는 줄 아니까."


수술을 집도하면서도 성형수술에 대해 회의적이신 원장님...ㅋㅋ

돈을 벌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감내해야 하는 건, 결국 누구나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셋의 얼굴을 평가하는 엄마, 수술을 받은 딸,
수술을 집도하던 원장님, 그리고 통역을 하고 있던 나, 각자 다른 이유로 한 곳에 있었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같았다. 누군가의 얼굴


"Although I work here, I don't promote plastic surgery. Plastic surgery is 100% optional and there's no such thing as a necessary procedure here." 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성형수술을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은 채 이 일을 한다.


평소엔 성형 문화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접어두려고 하지만 오늘 로비에서 들은 엄마의 대화는 그 접힌 생각을 다시 펼쳐보게 만들었다.


멀쩡히 잘 보고, 듣고, 숨 쉬고, 먹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환자가 되어버리는 곳, 성형외과.

얼굴.

그게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