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에서 통역하는 일을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직업인데, 어쩌다 보니 그곳에서 샬라샬라 하고 있다.
아, 물론 음악 일도 병행한다. (피곤하다)
성형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성형수술의 다양성과 비싼 금액 등에 1차적으로 놀라긴 했지만
가장 새롭고 놀라운 건 성형수술을 과하게 하는 사람들의 심리다.
병원에 수술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환자라는 호칭이 맞겠지만 그냥 "손님" 혹은 "고객"이 더 맞는 호칭인 것 같다.
국어사전에 환자는 [병들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되어있는데 그들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아직 많은 손님들을 만나본 건 아니지만, 여태 만난 손님 몇 명은 참.. 안쓰럽다.
한 손님은 네 번째 수술을 위해 상담을 받고 곧바로 수술날짜를 잡는다. 내년에 와서 또 다른 수술을 받을 거란 것도 확정이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한국으로 "성형 여행"을 하러 미국에서 날아온다.
본인 아니면 아----무도 모를, 너무나도 멀쩡하고 고칠 필요 없는 부분들을 끝없이 끄집어내며 고치려 한다.
"기왕 수술하는 김에" 얼굴 곳곳에 칼집과 바느질을 서슴지 않는다.
그만큼 쌓이는 수술 금액에 대해서도 쿨하다.
마치 화장품 고르듯 이번엔 이거 이거 해주세요, 다음에 왔을 땐 이거 이거 할게요~ 쉽게 쉽게 결정한다.
한 여자는 눈을 감으면 쌍꺼풀 수술 흉터가 보여서 버스에서 잠을 못 잔단다. 그녀가 말하는 흉터란; 뽀뽀하는 거리 아니면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다.
지하철 유리창에 반사되는 자신을 보면, 코 수술(실리콘) 티가 너무 나서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본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자연스러운" 코로 바꾸기 위해 수술 날짜를 잡았다.
대중교통에서 눈을 못 감는 것도, 모두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본다는 것도,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실제로는 전혀 이상하지도 않을뿐더러, 솔직히 요즘 누가 남의 얼굴 쳐다보냐 다들 핸드폰 보느라 바쁘지.
그렇게 그녀 또한 거금을 들여 한국에 와서 장기간 머물며 얼굴을 고치는 게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다.
수술 전, "Are you nervous?" 물어보면 "Not really"라고 대답한다.
수술에 수술을 거듭한 그들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수술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수술 결과가 자기가 원하는 "예쁜" 모습과 다를까 봐 두려워한다.
한두 군데 손대는 거야 뭐, 흔한 일이니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한두 군데 빼고 구석구석 고치고 싶어 하는, 마치 고치지 않으면 타인에게 오해를 사거나 불쾌함을 준다는 그 생각이 난 너무 안타깝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는 거 기에 내 동정은 무의미하지만, 그들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받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찾고 있지 않을까 싶다.
확실한 건, 그들은 나보다 돈이 훨~씬, 엄~~~~~청 많다는 거다.
그건 좀 부럽지만, 아니야, 난 돈 부자는 아닐지라도 다른 부자인 지금이 좋아..
(돈도 부자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