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으로 페르소나를 쓰고 싶었던 나는 페르소나의 향을 쓰고 있었다.
https://youtu.be/Zl6MYi4U3hc?si=4VAkxmAg-Z3x76pR
페르소나
-'가면'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심리학적으로는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자아가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투사된 성격을 뜻한다.
-사회의 도덕, 질서, 의무 등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감추거나 다스린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곱씹으며, 더 나은 인상을 심기 위해, 본성과는 다른 가면을 쓰고 연기한다.
-심리학에서 본성을 나타내는 단어는 ‘셀프(Self)’다. 그리고 가장 건강한 상태는 이 셀프와 페르소나 사이의 균형이 잘 잡힌 모습이라고 한다.
피곤을 이기지 못한 몸이 지하철의 덜컹이는 리듬에 맞춰 나도 모르게 흔들리던 즈음, 내 취향의 향이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우디한 향. 나는 쉬이 뿌릴 수 없는 향.
향의 출처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코에 집중하던 찰나, 향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하철 속 에어팟을 낀 사람들 사이, 줄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던 옆자리 여자였다.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쓰는 향수를 물었다. 여자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먼저 브랜드를 알려주었고, 위스키 향이 나는 향수라고 덧붙였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내심 향을 즐기던 중, 여자가 먼저 일어났다. 큰 키와 차분한 인상을 가진 여자는 라이더 자켓에 블랙으로 통일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아, 이런 향은 역시 저런 사람에게 어울리는구나.’
머스크향을 소심히 뿌린 코트 안쪽을 향해 고개를 파묻으며, 부러움에 애꿎은 코트 소매만 만지작 거렸다.
나는 머스크와 파출리, 우디 노트의 무겁고 중성적인 향을 좋아한다. 그런 향이 ‘내게서’ 맡아지길 바랐다. 꽃이나 과일 노트의 산뜻한 향은 내가 ‘맡고 싶은’ 향이었지 ‘맡아지고 싶은’ 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체구와 동글한 이미지 때문일까. 향수에 대한 내 취향을 말하면 대부분은 “의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어울린다’는 말은 늘, 내게서 맡아지길 바라는 향이 아닌 내가 맡고 싶은 향을 뿌렸을 때 들려왔다.
냄새에 예민하고, 향수에 관심이 많았기에, 향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의 향수 취향은 앳되고 밝아 보인다는 나의 외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향으로 페르소나를 쓰고 싶었던 나는 페르소나의 향을 쓰고 있었다.
보이는 ‘나‘도, 보여주고픈 ‘나’도, 나만 아는 ’나‘도, 모두 ’나‘인데. 모두 진짜 ‘나’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까지, 내겐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도 여전히 외출 전 화장대 앞에서 나의 페르소나들은 고민이 잔뜩 묻은 손끝에 이리저리 달그락거린다.
하지만, 이제는 바란다. 그 손끝이 조금은 자유롭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망설임 없이 고른 향수 하나가 곧 ‘나’임에 주저함이 없기를.
본 글은 그랑핸드 제 1회 문예 공모전 에세이 부문에 지원했던 글이며, 그랑핸드의 수지 살몬은 작가 땅콩이 요즘 자주 뿌리는 향수입니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