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고
제2의 건축학개론 바이브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게 있다. 신기하게도, 각자 하나씩 소중히 가지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와 똑같을 수도 있는 ‘이름’이라는 것. 내 이름은 그다지 흔하지 않아서 내 이름이 포함된 어떤 말들이 가끔 들리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보통 긍정적인 의미로 나오진 않는다. 미수금, 살인미수,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맛있으니까 긍정적이라고 치자. 그리고 아주 드물게 내 이름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가 등장한다. 연탄길이었나, 한창 그 책이 유명하던 시절 미수라는 주인공이 있는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 교과서의 예시문에서 미수라는 아이도 등장했었다. 영화 <반창꼬>에서 한효주의 주인공도 미수였다. 이렇게 내가 하나하나 기억할 정도로 드물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김고은 배우가 또 다른 미수가 되어 스크린에 등장했다. 정해인 배우가 계속 그 이름을 애틋하게 불러준 덕분에 남들과는 더 큰 설렘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영화 속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는 포스터에서 강조하는 과거를 상기시킨다. 나는 워낙 지나간 일들을 잘 잊어버리는 편이라, 추억을 장면 장면 아주 짧고 강력하게만 기억하지만 내 인생에 길다면 길게, 또 짧다면 매우 찰나에 남겨진 사람들도 영화 보는 와중에 떠올랐다. 과거의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완성된 거고, 그때 울었든 웃었든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지금의 나는 괜찮다. 미수와 현우처럼 그렇게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의 설정이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몇 년을 오고 간 것은 자연스러웠다. 노래나 시대상이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보단 약간 더 예전의 모습이었지만 처음의 순수하고 서툰 감정은 보편적인 거니까 와 닿았다. 다만 사람들에게 감성 추억을 끌어올리는 와중에 투 머치, 많이 나갔던 설정들도 꽤 있었다. 키워드로 말하자면 미수의 대표, 언니의 딸, 현우의 과거 정도. 그래도 현우가 했던 말처럼 나에게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한두 가지만 있어도 되는 것 같다. 이 영화도 그 한두 가지가 있었으니 된 것 같기도.
현우의 그 말을 떠올리니 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어서 우리는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성격상, 그리고 시대가 주는 젊음이라는 이미지에 부응하고자 늘 열심히 무언가를 해왔다(지금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이것저것 많이 한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최근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한번 중요한 게 무너지면 ‘해오고 있던 것’들은 의미가 없음을 배웠다. 오히려 삶의 이유 하나, 둘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것도. 다행히 최근에 한번 삶의 이유들을 세어 봤는데, 두 가지보다는 많은 것 같아서 기뻤다.
잔잔하고 가벼운 영화에 이런저런 의미를 붙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나를 자극해주는 것이 많은 하루여서 영화 후기로 겸사겸사 갈무리하게 되었다. 덧붙여, 여태껏 정해인 배우가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는데(사실 그가 나온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왜 많은 이들이 정해인정해인 하는지는 정말 잘 알겠다. 마지막곡을 나왔던 Coldplay의 Fix you를 다시 들으며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