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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Nov 26. 2022

울트론과 비전이 동시에 탄생한 이유

케빈 켈리 <5000일 후의 세계>를 읽고

작가가 프로토피아(protopia) 말했다. 완벽한 세상이 아니라, 오늘보다 조금  나은 세상에 대한 언급. 어차피 주어진 삶과 시간이라는 환경 아래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같았다.

그중에서도 테크 자체에 나쁜 면이 49%, 좋은 면이 51%란 말이 가장 와닿았다. 짧은 책이었음에도 지금, 여기, 나(우리)가 어떻게 기술을 생각하고 대해야 할지 명쾌하게 제시해주었다. <어벤저스 2>에서 고도로 발달한 AI인 울트론이 인간이 자행한 학살과 폭력의 역사를 근거로 인간을 정복하고 멸종시키려고 했던 것과, 그들의 편에 서서 다시 또 인류와 그들의 세상을 지켜내려던 비전이 떠올랐다. 기술은 우리가 판단하는 것에 따라 'EVIL'의 E와 'INNOCENT (혹은 IMPROVED)'의 I가 움직이는 MBTI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변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흐름 아래에서 정복하고, 거부하고, 회피하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는 사실은 참 흥미로웠다.


과거에 산업이 어떤 기준으로 변화되었고, 앞으로 또 바뀔 것인가에 대한 기술 전문가로서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많이 알려준 것 같다. 연이나 달보다는 더 쪼개진 '일'로 계산하여 거리를 줄이는 것도, 수면과 같이 지금까지 상품화하지 못한 물건이 무엇인지 상상을 해보는 것도 말이다. 결국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은 나와 가족들이 보내는 따뜻한 시간, 누군가가 정성스레 작성해준 조그마한 엽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더 나은 생각을 끄적이던 노트와 같은 것이 아닐까. 값이 있는 것은 기술이 어떠한 모양을 지니더라도 변하게 만들 수 없지 않을까. 5000일이든, 50000일이든 미래의 미러 월드가 찾아와도 비출 수 없거나 만들어낼 수 없는 점을 도리어 찾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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