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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 Oct 18. 2023

현대의 어린이, 아니 부모들에게 건네는 말

할머니가 키웠지만 제 인생 괜찮아요.

함께 일하던 팀원이 반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그가 아이를 갓 출산한 여성이 아니라,

돌지난 아이가 있는 남성이란 점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아직 아빠의 육휴는 커녕 엄마의 육휴도 자유롭지 않은 사회 분위기 상, 남성 직원의 육휴에는 많은 추측이 뒤따른다. 혹시, 어디 면접이나 이직 준비하는거 아니야? 하고.

진의야 어찌됐든, 이런 오해를 불식할 겸 그 팀원은 회식 자리에서 육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을 갈때마다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는게 너무 가슴이 아파서 6개월만 적응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사 이직의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아이가 울어서 마음이 아픈건 100% 진실일 것이다. 이제껏 그 가슴아픔은 대부분 엄마들의 몫이었을테고, 이제 밀레니얼~젠지 아빠들은 그 가슴아픔을 함께 느끼기 시작한 것이고...


돈벌이를 나가야하는 부모의 사정으로 아이를 24시간 볼수 없는데에서 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말해준다.


"저도 엄마가 일하셔서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괜찮아요. 제 인생 만족해요. 너무 걱정마세요."


만족한다는건 100% 진심이다.

어쩌면 일과 육아에 지쳐버린 초보 부모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두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자녀의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할머니만이 내어줄 수 있는 넉넉한 내리사랑이 있을지도.

나는 그 넉넉한 사랑의 수혜자였고, 지금도 무조건적으로 사랑받았던 어릴 때의 기억은 큰 힘과 자존감의 원천이라고 믿고 있다.


또 어느덧 나를 낳은 엄마보다 더 나이를 먹고 보니,

나보다 어린 나이에 일과 육아를 붙들고 분투한 엄마가 참 안쓰럽고 기특하고(?)

그러니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잘해줬다는 생각 뿐이다.


혹자는 만3세 이전에는 애착 형성이 중요해서 꼭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한다고 한다. 학술적인 근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본능을 눌러왔는가? 해가 지면 자야하고, 해가 뜰 때 일어나야하지만 우리는 생계를 위해 해뜨기 전에도 일어나고 해가 져도 불빛 속에서 일을 하고 넷플릭스를 본다.

인간의 본능은 현대의 삶 속에 수없는 타협과 적응을 거쳐왔는데, 양육에 대해서는 갑자기 본능을 존중하라고 한다. 엄마만 희생하면 되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대의 부모들을 늘 응원한다. 할머니가 키운 만족스러운 내 인생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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