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치과 기공사의 면허증을 취득 후, 20년 넘게 치과기공사로 활동해 왔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보철물을 당장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건 아니다. 기술, 특히 전문직이 그러하다. 기술을 배우기 퇴근을 미뤄 밤늦게 까지 남아서 일을 하기도 했다. ‘열정 페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시기였고, 나에 대한 투자가 미래를 보장해 준다고 굳게 믿었다.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 주말이면 ’ 세미나’에 다녔고, 궁금한 게 많아서 치과 관련 서적도 많이 구입해서 읽었다. 치과기공사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구강과 치아를 알면 알수록 놀라웠고, 궁금증이 더해갈수록 나의 무지함으로 인해 자연 앞에서의 초라함을 느꼈다. 그 부족한 지식으로 보철물을 만든다는 게 때로는 창피하기도 했다. 치과학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18세기 프랑스 의사였던 ’ 피에르 포샤르‘라는 분이 있는데, 1728년에 최초로 체계적인 치의학 교과서를 출간했다. 서양의 기준으로 현재까지 약 300년 동안 치과학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1613년 광해군 때 공식 간행된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치아에 대해 원인과 증상 그리고 처방에 대해 기록을 했다는 점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허준의 처방에 대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려 100년이나 앞섰다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치과기공이라는 직업을 통해 치아를 공부하는 재미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 즉, 디지털과 AI의 발전이 가져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치과의 방향이나 앞으로의 준비등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강과 이빨에 대한 그 자체의 경이로움을 전달하려고 한다. 참고로, 사람에게는 ‘치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 이빨’의 순우리말이 더 정겹게 느껴지기에 ‘이빨‘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할 것이다. 이빨은 인간에게는 시대를 거슬러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물이기도 하고, 동물에게는 이빨을 드러냄으로 포식자의 권위를 지킬 수 있다. 물론, 인간도 동물의 이빨을 목에 걸고 권력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한때는 금으로 이빨(보철물)을 만들어 부의 상징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치아에는 1.618:1이라는 황금비율이 들어있고, 고대 로마의 문명의 꽃인 arch가 존재하며, 구강에는 힘의 작용 원리인 지레의 원리가 숨어있다.
요즘 ai로봇의 개발과 관심이 한창이다. 인체와 닮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겠지만, 구강구조 및 치아만큼은 만들 필요도 없으며, 만들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치아와 구강은 먹고, 말하는 기능을 하는데, 로봇은 음식을 씹어 먹을 필요가 없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메커니즘을 구현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다만,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기술의 가능성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고, 구강의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고 경이롭다는 점이다.
치아와 구강의 범위를 인체와 비교해 보면 10분의 1도 안 되는 범위를 차지한다. 일반의학과 치의학을 따로 분리시킨 이유가 막연히 전통의 관점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알아야 할, 그리고 연구해야 할 내용이 광범위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임플란트의 일연의 과정을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만들어놓은 구강의 질서를 잘 이해하고 실행한다는 것이 도전이며, 더 발전해서 자연치를 자라게 하는 그때는 비로소 ‘신에 대한 경지‘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는 구강이 작은 우주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다음에 소개될 ‘입 안의 작은 우주’라는 소 제목에서 밝히겠다.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이빨에 대한 가치가 얼마일지 묻고 싶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치아 건강이 오복중 하나라고 했다. 치아의 가치를 아는 만큼, 삶의 질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