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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욱 Nov 01. 2018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가요?

슈퍼맨 아빠이고 싶지만 야근과 회식이 기다리고 있는 아빠들의 자존감 찾기

안녕하세요?


지난 글을 통해 관찰카메라라는 소재로 남편이자, 아빠로서 나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두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모습, 아이들과 잠깐 놀다가 지쳐 누워있는 모습, 아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줄어든 모습 등이 떠오르더군요.


교육 컨설턴트 김승 작가님에 따르면 우리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혼란스러워하는 이유가 

'결과 이미지(像)'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상'을 정립합으로서  아버지로서의 현장 상황을 진단하고 변화를 꿈꿀 수 있고

'남편 상'을 정립함으로서 아내를 인생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가정의 중심이 부부여야 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연찮게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나름의 남편상을 그릴 수 있었는데요,

제가 지향하는 남편의 세 가지 모습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엄마 사랑하는 아빠


JTBC 비정상회담 중 한 장면 / 알베르토 몬디


와이프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만 하더라도 TV를 참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한국에 거주하고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들이 몇 가지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비정상회담(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봤었는데요, '아버지가 된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하던 중 패널 중 한명인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몬디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첫 번째로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이런 멘트는 준비하고 오는거냐?'라는 전현무씨의 질문에, “우리 아빠도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이 좋아보였다”며 “나 역시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고 대답하면서 말이죠.

알베르토의 저 멘트를 듣고 저는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아빠의 상대 개념으로 아이만 생각했지 '아내'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아빠, 친구같은 아빠, 슈퍼맨 아빠만 생각했었지 엄마 사랑하는 아빠라니요..

이탈리아 외국인의 저 한 마디는 듣는 순간 제 가슴 깊숙히 '쿵'하고 박혀버렸고 지금까지도 '아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라찌에, 알베~!)

나중에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아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대하는 것은 육아에 상당부분 기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직장으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는 현실에서, 주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아내의 정서적 안정과 행복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알베르토 몬디가 말했듯이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2. 아내의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들어주는 남편


알베르토 몬디의 '엄마 사랑하는 아빠'가 되겠다는 장면을 보고 감동을 받은게 14년 9월이었습니다.
4년 전부터 아내를 최고로 위하는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했으니 그간 얼마나 많은 성장을 했을까요?
안타깝게도 엄마 사랑하는 아빠라는 지상 최고의 로맨티스트가 되겠다는 제 다짐은 고작 6개월 후 승유의 출산과 함께 점점 옅어져만 갑니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작은 고사리 손을 만지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다가도 이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며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우선순위는 아내에서 아이로 옮겨졌습니다. 

커피를 먹고 싶다는 아내에게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읊어가며 커피가 얼마나 치명적이겠느냐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들어대고 어줍잖게 육아책 몇 권 읽고 세 돌까지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아이에게 미래를 결정하니 그때까지 엄마는 힘들겠지만 참아야 한다는 식으로 아내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출산 후 몸무게가 빠지지 않아 스트레스 받고 있는 아내 앞에서 TV를 보다가 
'와 이보영씨 얼마 전 출산한 사람 맞아? 역시 연예인은 다르네'
라며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고요.

마음속으로는 엄마 사랑하는 아빠가 되겠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을 훨씬 우선시하고 있었고 아내의 마음은 전혀 돌보지 못하며 살고 있었던 거죠.

그러던 와중에 올 초 채널 A에서 방영한 관찰 연예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2를 보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김도균씨가 임현주라는 여성분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요, 현주씨가 은연 중에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입력해두었다가 그대로 출력(행동) 하더군요. 현주씨가 쿠사마 야요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쿠사마 야요이 작품집을 어렵게 구해 선물하고, 마카롱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날 갑자기 넌지시 건네면서 말이죠.


채널 A 하트시그널 중 한 장면 / 김도균


그 모습을 보며 와이프랑 연애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안테나를 오직 그녀에게만 향하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여자들의 이중언어는 애시당초 알아듣지 못했다 치더라도 아내가 은연중에 내뱉는 말은 커녕 '내 이야기 좀 들어줘'라고 대놓고 말을 해도 신경써서 듣지 않고 있더군요. 참 많이 반성했습니다. 부부관계를 잡은 물고기라고 비유하던 친구의 말에 한심하다 생각했으면서 제가 그렇게 하고 있었으니까요.

깊은 반성과 함께 이 날을 계기로 아내의 말에 관심을 갖고 신경써서 들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사랑에 감사하고 표현할 줄 아는 남편

SBS 동상이몽 중 한 장면 / 한고은, 신영수 부부



저는 예전부터 배우 한고은씨를 좋아했었습니다. 예쁘고 키도 크고 마음도 착해보이고 섹시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랬던 한고은씨가 얼마전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에 남편과 함께 출연했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결혼하기 전에는 그랬던 것 같아.
살면서 나에게 가장 쉬운 일은 죽는 거였어. 
정말로..
죽는건 너무 쉽지.. 사는게 힘들지.

하루만 더 살아보자.
내일은 조금 다른 일이 있을지 몰라 하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견뎠었는데

여보랑 결혼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건
세상에서 죽는게 가장 무서워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여보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화려하게만 비춰졌던 한고은씨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에 많이 놀랐지만 제 마음 속에 오래토록 여운으로 남았던 것은 '나랑 결혼해줘서 고맙다'는 한고은씨의 말이었습니다.


결혼 7년차에 접어들고, 두 아이들과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퇴근 후에도 마중나온 아이들만 안아주었지 아내를 먼저 안아주지 않았고, 자식들 앞에서 사랑 표현을 안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나중에 결혼하면 표현 많이 하고 살아야지' 생각했으면서 아이들 앞에서 표현을 자제하며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한고은씨가 자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 5년차 부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달달한 모습을 보면서 역시 가정의 중심은 자식과의 관계가 아니라 부부관계여야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전보드에 남편상의 이미지를 넣어보세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특히 망각의 속도가 빠른 저 같은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반복과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몇달 전에 제가 꿈꾸는 저의 모습을 이미지화 하여 옷장에 붙여 놓았습니다. 


제 비전보드 입니다. 


비전보드는 시크릿을 비롯한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브라이언 트레이시, 이지성 작가 등 수많은 동기부여 전문가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자신의 목표나 미래 모습을 손으로 쓰거나 그림으로 출력한 후 이루어질 것이라 강력하게 믿을 때 실제로 이루어질 확률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합니다. (저 또한 비전보드를 비롯한 꿈 리스트의 효과를 상당부분 체험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든 제 비전보드 속에는 앞서 소개한 남편 이미지상 또한 들어가 있는데요, 이를 통해 늘상 다짐은 하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제 모습을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다 잡는 시간을 가지곤 한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남편이 되고 싶으신가요?
혹시 결혼할 당시에 내가 그렸던 모습과 차이가 느껴진다면 '남편으로서의 이미지상'을 정립해보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은 어떤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아빠 이미지 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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