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삶의 한 챕터를 넘기며

여행으로

by 구수정

스물에서부터 서른 언저리까지 돌아보니 나의 인생에서 가장 젊고 싱그러웠던 시기였다. 여러 이유로 가장 많이 여행을 떠났던 시기이기도 했다.


모든게 그대로인 것 같았지만 실은 인생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었음을 이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참 아름다운 나이였다.


놀라웠던 건 이 모든 시절을 담아낸 건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닌 똑딱이 카메라란 사실! 와…여기서 나의 나이가 드러나는 군.


요즘 z세대들이 다시 피쳐폰과 카메라로 회귀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스마트폰이 멀티 플레이와 모든 세상의 연결을 가능케 하였다면 똑딱이 카메라는 오롯이 현 상황에 집중하게 한다. 사진을 찍는 셔터의 아날로그적 감각을 일깨우고,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감이 있다. 라떼라고 하긴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에도 위험한 나라가 아니면 로밍을 안 하거나 종이책 지도로 다녔다. 지도에 하나씩 동그라미 쳐가며 하나씩 단계를 깨부셨다는 쾌감도 있었고, 나의 경로를 한 눈에 볼 수도 있어서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젖은 지도가 낭만이 있었고, 낮선 길 이름도 소리내어 읊조리는 즐거움이 있었으며, 급작스레 만난 친구에게 이메일 주소를 받을 때 그 필체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실시간으로 여행을 중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내 여행패턴은 다녀온 후 곱씹는 스타일이라. 여행기도 한참만에 쓰는데,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여행할 때 느끼지 못했던 깨달음 같은 것도 있었고, 여러 여행을 묶어 볼 수도 있었다. 여행글 쓰는 재미는 음미함에 있었다.


여튼 이렇게 나의 한 시절이 지나가오. 안녕!

@2010 몽골 초원을 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