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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Jul 03. 2023

출간일지11<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국악방송’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


라디오 국악방송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에 함께 했습니다. 7월1일 토요일 오전 11시 입니다. 국악방송 앱에서 다시 듣기도 가능합니다.


들고 있는 책은 제 첫번째 책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책이지만 라디오에서는 이번에 나온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의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지면 인터뷰와는 달리 낭독도 가능하고, 책 속에 나오는 악기들도 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DJ님의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도 옆에서 직청하니 너무 황홀했습니다. 긴장도 풀어주시고 진행도 부드럽고 진심어린 질문을 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이것이 라디오의 매력이군요!


글자 속에서만 파묻혀 있다가 이렇게 목소리도 내고 음악도 듣고 하니 새삼 청각자료에 대한 가치가 느껴집니다. 음반도 다시 내고 싶네요. 오랜만의 라디오 이었습니다.


7월1일 오전 11시

국악방송(서울 FM99.1)-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




아침부터 부산했어요. 새벽 기차를 타야했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기차역에 갈 방법이 없어 짝꿍이가 잠도 채 깨지 않은 아이를 차에 태웠습니다. 어스름 이제 막 어둠이 가시기 시작하고 아이는 눈도 못 뜨고 말했어요. “지금 밤이야? 낮이야?”

짜증 낼 줄 알았던 아이는 아빠가 엄마 기차역에 데려다주러 간다고 하자 신이 났습니다. “내가 엄마 기차 역에 데려다 주는 거야?”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 괜히 뭉클했어요.


서울은 여전히 사람 많고 복잡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아침, 사람들의 출근길에 섞여 악기가방을 메고 생전 처음 타보는 경의중앙선을 탔습니다. 서울역에서 공덕-홍대를 지나 가좌까지. 저의 20대를 보낸 생활 바운더리였기에 마음이 두근, 그래도 낯선 경의중앙선. 아침9시20분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지하철역에서 문자가 왔어요. 편집자님의 메세지였어요. 갑자기 생각났다며 “오늘 방송 스케줄 잘 하고 오라”는. 8시 49분 수신된 메세지. 몇 가지 의미로 놀랐습니다. 편집자님과 저는 (급할 때는 통화하지만) 메일로만 주고받는 사이였으며, 이건 그가 보낸 첫 문자였습니다. 게다가 용건이 없는 “잘 다녀오라”는 문자라니요. 지금까지 개인적인 대화는 해 본적이 없는 T들의 대화였건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메일이 또 와 있네요. 라디오 방송의 작가님이었습니다.   스케줄 관련해서는 이미 다 전달받았는데, 무슨일이지 싶어 서둘러 열었습니다. 저의 급박한 마음이 무색하게 작가님은 오늘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과 책을 읽고 좋았던 부분을 세세하게 말씀해 주셨고,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어 고맙다고 썼어요. 역시 용건이 있어서가 아닌 마음을 전하기 위한 편지였습니다. 라디오작가라면 코너를 위해 주마다 몇 권의 책을 읽을텐데, 이렇게 감동적인 후기라니. 원래 이리도 친절하신건가요!


주책맞은 아줌마는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에 따뜻한 마음들의 폭격에 정신을 잃을 뻔 했네요. (지하가 아닌) 지상철 아침풍경의 기묘한 분위기가 저를 압도했습니다.


어쨋든 방송은 피디님과 은디제이님께서 환대해주셔서 잘 끝냈습니다. 아, 중간에 어(악기) 설명하다 실수했어요. 어는 음악을 끝내는 악기인데 시작할때 쓰는 악기라고… 뭐라고 했는지 가물가물했는데 방송 들어보니 잘못 전달했네요(죄송)


잘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오는데 마침 시어머님이 전화 주셨어요. “밥 먹었니?” 라고요.


누군가 알아채고 알아주고 돌봐주는 이런 기분.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저는 직업으로서 음악치료사라고 말하지만 가계에 보탬이 될 정도로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유명 베스트셀러에 만권 팔리는 작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족들이 지지해주고, 주위 사람들이 환대해 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책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역시 따뜻한 메세지와 함께 김송이PD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클로징 맨트도 감동. 은영선DJ님도 방송 끝나고 진심어린 문자 보내주셔서 또 감동이었습니다. 원래 출연자에게 이렇게 문자 보내주시는 건가요? 저만 특별하게 보내주는게 아니더라도 사람을 편안하게 보듬어주시는 모습 배우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참 황송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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