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만 네살
#1
눈 건강에 눈 사우나를 하루에 5분 정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방법은 컵을 두 개 나란히 두고 데운 물을 양 쪽에 비슷하게 부은 뒤 눈을 뜨고 컵을 향해 처박고 있는다. 그러면 컵에서 더운 증기가 올라와 눈 찜질을 하는 것이다. 눈 주위에 혈액순환도 되고 눈물샘에 낀 기름도 녹여 안구건조증에 효과가 있다.
아이가 아침밥을 먹는 동안 눈 사우나를 하기 위해 눈을 부릅뜬채 컵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아이는 옆에서 신기한 듯 엄마를 바라보았다. 눈 사우나는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건조함이 사라지고 마사지를 받은 듯 시원했다.
아이 등원을 위해 밖으로 나오니 그 상쾌함은 배가 되었다. 눈알을 물에 씻은 듯 청량했다.
“눈 사우나 효과 좋다. 눈이 깨끗하게 잘 보이는 것 같아. “
“응? 엄마 뭐라고?”
“눈사우나 좋다고. “
“눈사람?”
아이는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아까 엄마가 한 거 있잖아. 컵에다 물 넣고 사우나 한거.”
“아하! 컵눈싸움!”
“컵…눈싸움?”
“아까 엄마가 컵이랑 눈싸움 한거 말이지?”
으학학학 순간 빵터져서 길바닥에 구를 뻔! ‘사우나’라는 말이 생소한 아이는 엄마의 이전 행동을 토대로 ‘싸움’으로 이해한 것이다. 정말 그 모습을 본다면 컵과 눈싸움 하는 것 처럼 보일 듯 하다.
#2
며칠 전에는 아빠 악단에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이는 공연장 놀이방에서 논다. 거기 모디터도 있어서 종종 보고 노래를 따라하기도 한다.
그 날은 객원지휘였기 때문에 아빠엄마는 객석에, 아이는 놀이방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오늘 재미있게 놀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며 잠시 뜸을 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남자’가 지휘한 것 같았어.”
“어떻게 알았어! 오늘은 다른 아저씨가 했어!”
(아빠가 아닌)다른 사람이란 말을 못 찾아 ‘그냥 남자’라고 말하다니 정말 웃음만 나온다. 놀면서도 아빠 하는 건 다 보는 모양, 와 아무리 그래도 모니터에 조그맣게 나오는 아빠 뒷모습을 알아보네!
#3
하원길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엄마 오줌마려.”
“어떻게! 한 쪽 다리를 이렇게 들고 있어!”
한쪽 다리를 들고 몸을 베베 꼬며 홍학 자세로 엄마에게 쉬 참는 자세를 알려주는 아이.
“나도 쉬 마려우면 이렇게 있어. 그럼 좀 괜찮아져!”
아무리 봐도 이 아이는 웃수저임
#4
“오늘 유하가 울었어.”
“왜? 싸웠어?”
“아니, 엄마가 보고싶었대.”
“아 진짜? 소헌이는? 울 애기는 엄마 보고 싶어서 운 적 있어?”
“아니. 나는 그 정도로(울 정도로) 보고 싶진 않았어. ”
“그래? 크흐흐르흐흐흐흫흑”
“아, 그러니까 나는 엄마가 보고 싶긴 했는데 참을 수 있었다는 말이야.”
당황한 아이의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