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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Feb 19. 2024

엄마 안 보고 싶었어?



아이와 떨어져 지낸지 3일째 날. 오늘도 못 볼 예정이고 내일 아침에야 만난다. 아이는 할머니와 레고랜드를 갔다가 할머니집에서 하룻밤 더 자고 다음날에 어린이집을 간다. 기껏 떨어져봐야 하루 내 다시 만났던 우리는 이렇게 떨어진 적이 처음이다.


덕분에 조금씩 나눠서 하던 10일치 일을 이틀 만에 했다. 아침에 알람을 맞추고, 밥시간을 맞추려 밥을 짓고, 아이 데리러 서둘러 일을 끝내고 달려가는 일은 없었다. 아이와 놀면서도 일이 머릿속에 가득 차 불안했던 일이 없어졌다. 짝꿍이도 밥시간에 맞춰 집에 오던 것을, 충분히 제 시간에 끝내고 왔다. 좋아하는 장도 여유있게 봤다고 자랑했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도 되겠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깔깔대며 수다를 떨다가 자고 싶을 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얼굴이 뽀애지고 예쁘게 피었다. 잠을 더 잔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알람이 아닌 내가 눈 뜨고 싶을 때 떠서 그런가 싶다.


이런 일상은 실은 익숙한데, 아이 낳기 전의 생활이었다. 확실히 아이가 모든 삶의 패턴을 바꾸어버린  확실하다. 그래도  하루종일 생각나는 아이 얼굴.


아이는 첫째날엔 “엄마가 안 보고 싶었다”고 맹랑하게 말하고, 둘째날엔 영상통화하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쪼꼼은 보고싶었다”고 말했다. 삐진게 확실. 셋째날은 할머니가 시키는대로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나도 이맘 때(미취학) 외할머니집에 간도 크게 “여기서 자고 간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이모들은 연휴 끝나고 가버리고 외갓집에는 덩그러니 증조할머니와 나만 있었는데, 그 할머니는 손바닥만한 티비에 매번 전원일기와 6시내고향만 틀어 놓으셨다. 나는 다락방에서 놀다가 밖에서 멍멍이랑 놀다가 잠이 들다가를 반복했다. 결국 3일째 되는 날 큰 도로에 나가 앉아 엉엉 울었다. 1주일 있겠다던 호기는 사라지고 엄마한테 전화해 데릴러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생각나네. 안 보고싶긴! 둘이 만나면 엉엉 우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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