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질문들이 주는 것
아이 친구 생일파티에 가는 길이었다. 차는 주차장에 있는데 차키를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했다. 한참 집 앞 큰 길가에서 서성이다 안되겠다싶어 휴대폰에 택시앱을 깔고 불렀다. 덜덜덜 떨며 길에서 보낸지 30분 만에 구세주 택시가 왔다.
“어서 오세요. 꼬마아가씨! “
기사 아저씨의 환대에 아이의 뾰루퉁한 마음이 금세 풀렸다. 덕분에 늦을까 걱정하던 엄마의 마음도 스르르 녹았다. 전직 경찰이셨다는 아저씨는 호신용 호루라기와 형광펜을 선물로 주었다. 신이 난 아이는 늘 그랬듯 표지판의 길 이름을 읽고 ‘꼬마가 글씨를 읽는다’며 아저씨가 감탄을 하며 폭풍칭찬을 한다. 엄마가 끼어들 틈도 없이 종알종알 이야기 하는 아이. 아저씨가 문득 물었다.
“우리 꼬마아가씨는 꿈이 뭐야?”
내가 단 한번도 던지지 못한, 아니 않은 질문이었다. 벌써부터 미래를 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당황한 사이, 아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토끼 공주님이 될꺼에요!”
토끼공주님! 단 한번도 예상치 못한 장래희망! 막연하게나마 아이를 다 안다고 생각한 내가 갑자기 부끄럽네!
생일파티를 마치고는 다행히 같은 방향 친구 엄마가 태워 주었다. 소민이 엄마는 두 아이 엄마답게 다정하게 아이와 맞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예상치 못한 질문과 답이 있었다.
“소헌이는 아빠랑 사이 좋아?”
“아니 나빠요!”
단호하게 ‘나쁘다’고 말한 아이, 당황한 엄마가 수습도 하기 전에 대화가 이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빠는 자꾸 제 손을 앙 물어요. 아무때나 저를 꽉 안아서 놓아주지 않아요. 제가 빼!라고 하면 막 더 꽉 안아요. 그럼 저는 빠져 나올 수가 없어요. 아빠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싫어하는 것만 해요. “
너무나 심각하게 말하는데 엄마들은 웃음이 빵 터졌다. 소민이가 말했다.
“우리 아빠도 그래. 자꾸 수염을 내 볼에다 갖다대고 긁어. 그럼 너무 까끌까끌해. 하지 말라고 해도 자꼬해“
“그럼 어떻게 해?”
“도망가”
“어휴 아빠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치?”
아이들의 아빠 뒷담화에 엄마들은 배꼽잡고 웃었다.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거야?!
어떤 질문들은 몰랐던 상대의 평소 생각을 알게하고, 어떤 질문들은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떤 질문들은 무디고 어떤 질문들은 날카롭다. 내가 평소에 아이에게 했던 질문들은 다 안다고 오해하고는 그저 관성에 젖은 것들이었나 반성하게 된다. 이래서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뜻밖의 질문에 당신의 마음을 선명하게 알아낼 수도 있으니까. 어른이든, 아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