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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그 후 40

40살의 건강검진

by 구수정

1984


이 힙한 연도는 바로 1948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제목이자 그가 예언한 디스토피아가 펼쳐진 바로 그 해이다. 미디어에 지배당하는 지옥 같은 세상, 인간의 자유는 빼앗기고 감시와 복종이 강화된 삶을 풍자한 소설.


아시다시피 1984년이 되자마자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은 바로 오웰에게 화답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바로 <1984 굿모닝 미스터오웰> 이다. 새해 첫 날 전세계 위성 프로젝트를 쏜다. 뉴욕과 파리를 연결하여 세계에 생중계 되며 우린 여전히 안녕함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반박 작품이다. 사람과 사람, 인간과 물질, 인간과 미술, 정신과 세계 등의 연결에 초점을 둔 이 작품은 위트있게 예술을 통한 나름의 답장인 셈이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1984년생들은 올해 건강검진부터 위암, 유방암 검사 항목이 추가 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디벨롭이 길었다. 하아. 유방암 검사는 그래도 경험이 있는데 40살이 되어 위조영술을 생애 처음 받아본다.


약을 두 봉지 삼키면 위에서 부글부글 거품이 난다. 트름이 나와도 참으세요. 네? 그러면 움직이는 침대에 누워 내 위를 x-ray가 마구 찍어댄다. 누운 채로 두 바퀴 돌아보세요, 왼쪽으로 조금만 돌아보세요, 머리 위로 팔 드세요 지시어에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모니터는 내 갈비뼈에 소중히 둘러쌓인 검은 위를 비추어대는데.


맙소사 1984년 백남준이 설치했을 법한 머리 큰 흑백 브라운관 모니터가 내 위를 비추고 있다. 아니 저게 켜지는 것도 신통하다. 2024년에 이게 말이 됩니까. 자동차는 자동으로 가고 이제 휴대폰으로 화상회의도 되는 시대에. 인간 몸뚱이와 기계, 위장을 비추는 낡은 브라운관, 기울었다 섯다 움직이는 침대에 맞춰 뒹굴뒹굴 구르는 나는 작은 방의 비루한 몸을 가진 퍼포머였다. 오늘 혹시 1984년 1월 1일 입니까?


위조영술에 한 번, 머리 큰 모니터에 또 한번 충격으로 영혼이 잠시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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