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라면 매일 아침 하게 되는 일이 아이의 머리 단장이다. 아이가 단발머리를 한다 하지 않는 이상 머리카락을 기르고, 또 그게 그 나이대 성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나중에 또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초록과 공룡을 좋아하던 아이가 친구들이 좋아하는 핑크로 자연스레 취향이 바뀐 것처럼.
예쁘기 위한 목적 말고도 머리를 잘 묶어야 놀때 귀찮지 않고, 밥 먹을때 국물에 머리를 빠트리지 않는다. 다년간 아이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준 결과, 이 아이는 잔머리가 많아 하나로 묶으면 다 삐져나와 성게가 된다는 점, 숱이 적은데다 머리카락이 얇고 미끄러워 아직까지 영아용 머리끈을 쓴다는 점, 양쪽으로 삐삐머리를 묶어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최근엔 여기에 그냥 묶기만 하면 두세시간 내에 험난한 전투를 마치고 온 장수처럼 헝클어져 꼭 따주거나 일정 간격으로 머리카락을 더 묶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토끼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아이 취향에 딱 맞은 건 덤이다.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도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시간이다. 빗과 머리끈봉지를 들고 뒷걸음질쳐 엄마 무릎에 앉는 아이 궁댕이를 보며 행복을 느낀다. 머리카락을 매만져도 유일하게 아이가 얌전히 앉아있는 시간. 때문에 온갖 재주를 부려서라도 가장 멋지게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
여섯번째 생일이 지났을 무렵, 언제나처럼 머리카락을 쫌매주고 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는 옆으로 두 개 묶는게 나한테는 제일 잘 어울리는데요. 학교에 들어가면 이렇게 못 묶을거 같아 슬퍼요.”
“왜? 학교 가서도 엄마가 묶어주면 되잖아. “
“이렇게 묶으면 친구들이 아기라고 놀릴거 같아요”
“놀리면 어때? 너의 마음에 들면 되지.”
“그래도요…..”
아… 마음이 바빠졌다. 그럼 이렇게 딸 머리를 매만져주는 시간이 얼마 안 남은거지? 이제 기껏해야 5개월 남았구나. 언제 이렇게 컸는지. 머리 해주지 말라며 밀어낼 아이를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넘나 아쉽고. 소중하고. 으앙. 그런데 진짜 초딩 되면 안 할꺼야? 그런데 메타인지 대단하다. 자기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을 벌써 알고. 엄만 아직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