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서 취향

by 구수정

#아이의독서취향


1.

예비 초딩, 지난 여름 경주에 한번 다녀온 것을 계기로 만화로 된 why 한국사 전집세트를 사줬다. 처음엔 겁내하며 안 보고 몇달을 책으로 계단 쌓기를 하더니 책꽂이에 꽂아주자 읽기 시작하는 거다. 아이의 독서 방법은 먼저 맘에 드는 주제를 골라 한 권씩 읽더니, 초벌로 다 읽고 나서는 1권부터 22권까지 순서대로 한 번, 거꾸로 22권부터 1권까지 한 번 이렇게 읽는 거다. 그렇게 몇 번 읽었냐고 했더니 다섯 번 읽었단다. 진짜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림 만 보는 거 아니지?


2.

거실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갑자기,

“어떻게 이웃인데 우리 나라를 침범할 수가 있어!!!!!!!”

분노에 찬 소리로 외쳤다. 응??으응???!!!!!!!!!!! 일본에 대한 분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여행을 가자는 말에 일본은 위험한 나라니 절대로 가지 않겠다며 노재팬 선언! 아하하.


3.

잠자려고 아이와 나란히 누웠다.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길래 늘 그랬듯 호랑이와 곶감 얘기를 해줬더니 많이 들어서 재미 없단다. 그으래? 그럼 바리데기 이야기를 해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으쓱 하더니,

“엄마, 그 이야기는 이미 ‘전설과 신화’에서 봤다고요! 다른 얘기 해주세요”

허… 약간 충격. 그으래? 그럼 함경도 망묵굿에 나오는 붉은선비 이야기를 해주지. 박사논문 쓰고 있는 서사무가까지 아이한테 이야기 해주게 되었다. 괜찮아, 엄마에겐 아직 다섯개의 모르는 이야기가 남아있다하하. 이거 그림책 만들어도 좋겠는데!


4.

아이가 불쑥 오더니

“엄마, 저는 아이를 버리는 이야기가 싫어요”

응? 이건 또 무슨 얘기!?

“엄마는 우리 ㅇㅇ이를 버리지 않아.”

“왜 아이를 버리는 이야기가 많은 거에요?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 옛날 영웅들은 부모에게 버림 받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역경을 딛고 영웅이 되는 거야”

“그래도요..”

역사의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듬뿍 해서 심신이 피곤해진 아이. 허투루 읽진 않는구나. 오늘은 또 갑자기 너무나 속상한 얼굴로,

“공주가 정신병이 걸려서 결국 죽었대요. 덕혜옹주 말이에요. “

역사 인물의 일대기가 아이에게 이렇게 큰 영향력을 끼치다니. 그런데 너 T잖아!


5.

이어 말했다.

“하..엄마 나는 물아저씨(과학책)가 훨씬 재미있어요.”

그럼그럼 why과학책도 여기 있지롱. 아닌게 아니라 아이는 스토리텔링이 들어간 과학책을 아주 재밋게 보고있는데 이야기 끝에 답이 있고 상쾌하게 끝나서 그런 듯. 그래서 사람들이 머리가 복잡할때 수학문제 푸는 건가? 아이의 독서취향


6. 나의 책장이 아이의 점점 침범당하고 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해!


독서 시간에 마시는 코코아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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