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그 후
시누이, 올케, 시어머니가 함께 하는 여행. 이름만으로도 불편하게 만드는, 외국인에게 우리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참 긴, 성이 다른 세 여자 여행은 꽤 흥미로웠다. 이건 분명히 올케- 즉 이 집 며느리가 불리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덜컥 여행을 떠나기로 해 놓고 가장 신난 것은 이 집 며느리였다. 이 집 며느리는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 이리저리 분주하게 우리가 갈 여행지의 맛집을 찾아 놓고, 호텔도 예약하고, 환전까지 해 두었다. 셋 중 아주아주 신났다. 제일 신났다. 시어머니는 여행비용을 대주고 시누이는 쫑알쫑알 참견이나 할 참이었다.
1.
며느리 노양은 비행기를 타자마자 동영상을 찍는다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게 시키더니 가는 곳마다 연기 아닌 연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어머니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어머니 눈 감으셨어요."
우리 엄마, 왜 이렇게 눈을 잘 감는지. 그럼 다시 해야 하잖아. 노감독님은 NG를 지적하며 다시 연기를 종용한다.
"안녕! 해 주세요."
"배 두드려 주세요."
"언니, 여기서 뒤 돌아 주시면 안돼요?"
"저기에서 걸어와 주세요."
노감독님의 지시에 맞추어 우리는 아주아주 리얼 연기를 펼친다. 최신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는 노감독님, 우리 엄마 재미있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친다. 노양은 우리 영화감독님이었다.
2.
지하철 티켓을 끊어 계단을 내려가는데 노양이 말한다.
"어머니 티켓 저 주세요. 언니도요."
얼떨결에 티켓을 뺏겨버림... 매번 며느리 노양은 우리가 잊어버릴까 봐 티켓을 걷어간다. 이제 엄마랑 나랑 아무 데도 못 가. 며느리만 쫓아다녀야 돼. 이렇게 집안을 장악하는 것인가. 하긴 네 남편도 너 못 믿어서 현정이한테 E-티켓 준 거잖아. 나는 왜 그런 존재가 되었던 것인가. 엄마와 나는 이게 뭐라고 은근 재미를 느끼며 지하철 창구를 빠져나올 때마다 초등학생처럼 며느리 노양에게 티켓을 맡겼다.
"어머니 여권 저 주세요. 언니도요."
이제 여권까지!! 우린 이제 며느리 없이 한국도 못 가. 불법체류자 되기 전에 부지런히 쫓아다녀!
3.
넉살 좋고 곰살맞은 며느리 노양은 세 번의 온천에서도 훌러덩 벗고 올림머리로 온천 모델 포스를 보여줬으며, 꾸준히 포토그래퍼와 영화 감독직을 수행하며 맛집으로 안내하고, 영어 실력은 알았지만 때때로 중국어 신공과 훌륭한 일본어 실력으로 나고야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나의 엄마 겸 노양 시어머니는 식당에서 지갑을 펼쳐 보이는 신공을 발휘하며 어린 중생들의 제비 새끼 같은 입 속 가득 채워 주었다. 엄마 없었으면 이런 부내가 철철 나는 맛집 탐방은 꿈도 꾸지 못했을 터. 아, 나는 뭐했더라.
4.
성이 다른 세 여자 여행은 그럭저럭 훌륭했다. 딱히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었고,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음식을 실패하거나, 싸우거나, 길을 잃은 적도 없었다.
혼자 여행을 생각하면 셋 여행은 여러 면에서 좋았다. 좋은 걸 같이 보고 좋아하고,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또 여러 개 시켜서 나눠먹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내가 맛있어했던 초밥집을 다시 데려가 우리 엄마와 현정이가 먹는 모습을 보니 그것 또한 행복이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시킬 수 없던 그 맛을 이제는 아! 그거. 하며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역할분담도 꽤 잘 되었고. 또 사진 찍기에 참 적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덜렁 풍경만 남길 필요는 없었다. 함께 또 따로 찍으며 상대의 뷰파인더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담겨 있는지도 꽤 재미가 있다. 이 집 며느리 노양이 자꾸 내가 입을 헤 벌리고 자는 모습을 찍어대서 초큼 슬펐지만 말이다.
참으로 적당한 한 팀이었다. 무엇보다 함께여서 든든했다. 나 역시 이 집에선 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며느리이기에 우리 집 며느리 노양을 보면서 저런 며느리도 참 예쁘겠구나 싶다. 반성.
@2017 Toyama, Nagoya, JAPAN.
http://m.yes24.com/Goods/Detail/35152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