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나도 그렇게 했다는 이기심
얼마 전, 조직에 합류한 새 멤버가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도와주자, 그 방법으로 시스템에서 서로의 일을 확인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 새 멤버의 업무를 당분간만 함께 승인하는 절차를 갖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저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하다 알게 됐는데요” 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일단 우선 한숨이 나왔다.
내가 회사에 막 합류했을때 업무 인수인계를 해 준 선임은 불편함을 각오하고 한달 정도를 함께 프로젝트 승인&의견제시를 해주었다. 그 기간 동안 회사가 돌아가는 분위기, 사람들 사이의 룰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불편하더라도 도와 주자 했는데 돌아오는 답이 “그러는거 서로 불편하다, 주위 사람들이 헷갈린다, 나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부딪혀서 배웠으니 다 할 수 있다” 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사람에 대한 신뢰가 지하 백킬로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에서 왜 그런식으로 말을 하느냐, 네가 그랬다고 남들도 그래야 하느냐, 도움 줄 사람이 없어 겪은 예전 상황과 지금이 같으냐, 그리고 대체 팀웍이 뭐라고 생각하냐 등등 오만가지 말을 다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예전이라면 아주 질리게 쏘아부쳤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꼰대처럼 업무지시니 따르라고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맹세하고 순례길을 다녀 왔는데 얼마 됐다고 그 맹세를 벌써 깨는 일은 자존심이 하락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는 내 의견대로 하게 되었지만 내 안의 꼰대는 조직장인 내가 왜 이러고 있느냐고 억울하다고 광광댄다. 그렇지만 한편 그렇게 계속 이야기하고 마지 못해서일지라도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음을 알기에 씁쓸함을 삼켰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괴로움이나 힘든 경험을 왜 다른 사람들 역시 그대로 겪어도 된다 생각할까? 같은 조직에 있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나 상황에 있으면 당연히 도움을 주는 것이 향후 조직내 영향을 크게 미칠 문제가 훨씬 덜 일어나고,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자 빠른 해결책이다. 자신이 고생을 해서 알았으니, 도움을 줄 수 있다해도 다른 사람들 역시 개고생 하는게 뭐 어떠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그것도 같은 조직 내,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사람들끼리.
이게 텃세인가 생각하다보니 결국 텃세란게 갑질에 다름 아님을 깨달았다. 새 사람이 적응을 하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고, 나한테 미칠 불편이나 귀찮음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이기심. 그걸 기본으로 장착하고 살아야 유지되는 인생이란 얼마나 황량하고 유독한지.
좀 불편하고 귀찮은 것은 맞지만 서로 조금씩 돕는 것은 우리 모두를 크게 돕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