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안쓴지 수십년 된 것 같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나오고 나서는 짧게 기분을 토로하는 몇 줄 쓰는 것 외에 쓰는 일은 예외적이고 대단한 일이 된 느낌이다.
누구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주알고주알 쓰고 나의 기쁨과 억울함과 자랑과 부끄러움을 켜켜이 쌓아 놓을 수 있는 일기는 다시 뒤져보면 재미있기도 민망하기도 하다. 별 것 아닌 일에 꽤나 흥분했었다 싶은 순간도 있고, 우스울 정도로 단순하게 무언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몰두하는 모습도 있다.
가만히 읽어가다보면 가슴 깊숙히 잘 다져 놓았던 감정의 층이 다시 일렁인다. 그러다가 책장을 덮는 순간 한여름 지난 매미울음처럼 뚝 그치는 감정의 주파수들.
왜 힘들어, 왜 괴로와? 늘 나에게 묻지만 답을 늘 알고 있다. 그래서 질문에만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다. 계속 묻고 또 묻다보면 질문을 통해 그저 하소연하고 싶은거였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고 저러한 일들을 다 촘촘히 기록할 시간에 실컷 소화되지 않는 감정까지 다 털어놓고 시원해! 하고 싶은 것이다. 밥을 하도 씹으면 형체도 없어지는 것처럼 계속 곱씹으며 상황 자체의 색깔을 감정을 날아가게 해 버리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까지 되기엔 날 것으로 토해낸 것들의 거슬림도 모른척 해야 하는데 그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난감함이다.
그래서 요새 일기를 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이래저래 늘 속상할 때는 투덜투덜 소셜미디어에 몇자 적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