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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Oct 04. 2020

집, 안전과 편리의 공간이 되려면

꼼꼼한 관찰과 각성의 힘

어제밤 구해줘홈즈를 보게 됐다. 신청자가 장미를 가꾸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인데 친구랑 같이  정원 넓은 집을 원했다.
출연진들은 두팀으로 나뉘어 각자의 매물들을 소개했는데, 예전엔 생각하지 않았던/못했던 점들을 보며 집을 평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우선 주차 편의. 주차 공간이 있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디에 있느냐, 어떻게 집과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
교외에 있는 집은 근처에 편의시설이 없어서 장을 보러 가면 한번에 많은 물건을 사오게   밖에 없다. 택배를 시킬 수도 있지만 모든 쇼핑이 택배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차를  출입구와  곳에 대면 물건을 내리고 가져가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생긴다. 마트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있는 것이 그냥이 아니다. 카트를 가지고 차까지 가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출입구 근처에서 물건을 내리는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걸까? 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과 건물이 연결되지 않는 구조라 장을  오시면 부모님 두분이 합심해 카트를 끌고 집으로 가셔야만 한다. 엄청난 쇼핑을 하신 것도 아니고 그저 며칠치 식료품 쇼핑인데도 노인들은 특히나 힘들다.

설령 쇼핑을 하지 않는 날이라 물건이 없더라도 혹시 비나 눈이 오고, 날씨가 궂으면 짧은 거리라 하더라도 집까지 가는 과정이 귀찮고 어려워진다. 만약 거주자가 몸이 불편하다면 주차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다른 챌린지가 된다.
소개한   어떤 곳은 심지어 무지막지한 계단을 올라가야만 집으로 접근 가능했다. 다른 루트를 원한다면 훨씬 돌아가야하는 구조로 보여서 돌아가는 루트나 스무개 이상의 돌계단이나 차이없이 불편할게 틀림이 없었다.

의뢰인이 젊고 힘있는 사람이니 그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할  있지만 귀찮고 불편한 것은 신체건강한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정도의 차이지 똑같다. 그렇지 않다면 노력이나 수고를 덜고 과정을 단축시켜주는 제품서비스가 불티나게 팔릴리가 없지 않나.

설계한 사람들은 집에 미적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예쁘게 보여서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교외주택의 주차장은   고민을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집들 모두 나같으면 안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높은, 아주 높은 층고. 5-6미터에 달하는 층고는 2층을 없애야 가능하다. 높은 층고의 장점은 시원한 개방감, 집이 크고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교외의 주택에서 2층까지 틔운 높은 층고의 거실을 사용하려면 에너지 효율이 어찌 될까 걱정됐다. 어릴적 살던  높은 단독주택의 높은 천장과 겨울이면 발이 시려 실내화를 신지 않을  없던 거실이 떠올랐는데 여름에는 시원할  있다쳐도 겨울엔  공간을 사용하려면 전체를 덥혀야 하는데 난방비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우리집은 오래된 집이라 바닥난방도 없었고 창호도 밀폐가 잘되지 않아 추웠던터라 동일하게 비교하긴  하지만 아무리 에너지효율이 높은 자재로 지어도 온기를 공간에 가득 채우려면 확실히 불을 많이 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공기의 특성상 따뜻한 공기는 가벼워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는데 거실에 앉아 있으면 난방을 엄청 하는데도 춥다고 느낄것 같다. 그래서 벽난로를 설치해 놓은거 같은데 벽난로 사용관리가 얼마나 귀찮은지는 사용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소개하는 출연자들은 로맨틱하고 멋진 인테리어로 설명하는데 막상 사용할 상황이나 사용자의 수고는 당연히 알겠지? 라고 생각하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보안. 보통 집들이 낮은 울타리에 대문이 있고 현관문을 열면 바로 집안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가끔 중문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바깥에서 실내로의 접근이 너무 쉽다. 남자들이  집이라 상관 없을런지 모르겠으나, 독신 여자가 살거나 여자들만 두어명 산다면 보안이 너무 걱정된다. 보안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면 되지 않냐 하지만 현관문이 아닌  집을 보안시설로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사방에서  먹으면 뚫고 들어올  있는 구조는 불안함을 떨칠  없다. 독신 부임하는 여교사나 독신 귀농한 여자들에게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들이 떠오르고 번드르르한 교외주택지구라고 해서 그런 일이 없을까 싶기도 해서 도통 안심이 안되는거다.

집은 안전과 편리의  요소가 절대적이다. 거주자의 삶을 편하고 안전하게 영위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살아가는 모습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90년대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설계를 주부들을 참여시켜 개선했던 것은 아주 유명한 사용자편의 개선 사례다. 한동안 앞다투어 주부들을 모니터 요원으로 뽑거나 아이디어 공모를 받아 불편한 공간구조를 바꾸고 가구의 배치까지 바꿨다. 지금 사는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이  이후 개선된 설계도면으로 지은 곳들이다. (부실공사는 별개의 문제로 한다)

소비자의 삶을 살펴서 불편함 하나만  풀어도 삶의 질은 확연히 개선되고, 가치가 올라간다. 실제로 그렇게 개선된 아파트들은  회사가 지은 것이기도 했지만 살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브랜드 가치도 크게 나아졌다.

어제  다섯 곳의 집들은 안전과 편리,    하나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외부로부터의 방어와 접근의 편리성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 전반의 인식이 낮은게 아닐까 싶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공공시설의 모양새가 엉망이니 집의 설계에 그게 고려되기 어렵기도  것이다. 나만해도 빡빡한 이중창을 열고 닫으면서 나이가 많이 들면  문을 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데 현재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파트가 결국 답인가 싶어 채널을 돌리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교외주택이 내겐  포도같은게 아닐까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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