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하는 문제의 존재와 크기를 보라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구글 글래스가 생각났다. 대체 그 아리송하고 멋진 물건은 지금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서치를 해 보니 기업용, 산업용으로 적용 시도를 해 보고 있고, 스마트워치 대항마로 개발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더불어 애플도 글래스를 할 예정이란 기사를 보니 아직 글래스로 “뭔가를 어떻게” 풀어보려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혁신적이라 집중조명을 받지만 시장 적용, 상용화에 실패한 기술들은 기술의 목적과 타겟을 잘 못 정하거나 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술을 적용하는데 필수적인 보완기술의 개발이 누락돼 적용이 안되거나 이상한 모양새를 보이게 되기도 한다.)
기술의 특성 중 하나인 가속성은 일단 물꼬가 트이면 적용가능성과 무관하게 기술의 속성에 따라 자체의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고 정교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는 일단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다들 지켜보는데 어떻게든 사용처를 찾게 될거라는 낙관적 믿음이 있기 때문인것 같다. 실제로 기술의 혜택이 누구에게 어떻게 가게 되는지는 일단 개발된 다음에 생각할 문제로 간주된다.
그리고 언론이나 업계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기술이 가져 올 혜택을 상상해서 말한다. 문제는 그게 결국 다 상상이거나 완전 헛다리인 경우가 많은 것.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신기술의 다발을 갖고 심봤다! 하며 성공의 기쁨에 휩싸여 희망찬 미래를 그리지만 다행히 용처를 빨리 잘 찾으면 대박히트를 치는 사업이 되는 반면 시장의 니즈나 원츠와 매칭을 제대로 못하면 기술은 멋진데 적용해 놓은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갸웃하게 되고 어느새 흐지부지 사라진다. 대표적 기술의 무덤은 구글이다.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편리해지는 삶은 기술과 니즈의 매칭 최적화의 결과다. 당장의 절박한 필요에 의해 기술을 개발해서 목적하던대로 순조롭게 적용,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니즈와 타이밍이 딱 맞는 경우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원했던 발견, 발명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의 결과물이 의외의 필요를 만족시키거나 이전 세대에서 무쓸모로 묻혔던 기술이 변화된 삶에 생명력을 부여 받기도 한다.
결국 기술의 적용은 그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문제의 크기에 따라 성패가 달린다. 스마트 글래스의 경우도 써야만 하는 상황, 쓰면 더 나아지는 상황을 포착해야 한다. 인간의 욕구 중 생존 욕구 다음으로 강렬한 쾌락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vr 글래스 착용도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스마트글래스를 굳이 원해서 착용하게 하려면?
먼저 현재 구동방식 그대로 유지한 채, 사생활피해와 사용불편이라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은 무엇일까? 교육, 의료, 군사, 물류?
둘째 두 가지 문제점을-자잘하게 더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두가지니까-해결할 경우 글래스를 사용해야만 하거나, 사용하면 훨씬 더 편하거나 쉽거나 즐거운 상황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안경이란 시력개선을 통한 삶의 질 개선과 독특한 스타일 창출을 통한 아이덴티티 고양의 목적을 충족시킨다. 첫번째는 의학의 힘으로 극복될 수 있고, 불편함의 문제를 항상 동반하기 때문에 안 쓸 수 있다면 안 쓰는 쪽을 선택하고 싶은 심리를 항상 남긴다. 두번째는 의도적 착용을 선택하게 한다.
사용목적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에서 잘 잡히지 않으면 굳이 실용성으로 접근하기보다 무쓸모이지만 쾌락과 만족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게 만드는게 더 빠르고 쉬운 길일 수 있다. 어쩌면 스마트글래스는 가장 은밀하고 속된 욕망을 채우는 물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연금술과 성배찾기가 가져온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두가지는 필요가 아닌 욕망으로 발전하고 유지되어 왔다. 실생활에서의 완벽한 무쓸모와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을 담보하되 그보다 더 한 강한 추진력은 없다. 무쓸모와 획득불가능의 미덕은 언제나 인간의 본성을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