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에 대한 관찰의 중요성
요 몇일 엄마한테 카톡으로 사진 찍어 보내기 연습을 하시도록 하고 있는데, 어제는 카톡으로 사진을 여러 장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 보셨다.
배운대로 사진을 찍고, 또 찍어서 한번에 보낼 수는 없느냐고 하셔서 그건 안된다고 했다. 사진을 먼저 찍은 뒤에 카톡을 열고 앨범을 선택한 뒤 사진을 여러장 선택하면 된다고 했더니, 엄마 생각에 사진찍기를 해서 여러장 보내는게 되는 줄 아셨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했다. 일단 사진을 찍어 임시저장을 한 다음에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보내도록 해주면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커니즘이니 기술이니 얘기를 하겠지만, 안됩니다 하던 것들을 극복하는 쪽으로 기술은 발전되어 왔으니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엄마한테 핸드폰 기능을 설명하다 보니, 기기의 동작 원리와 명령어 연결이 안되시는 걸 알았다. 보통 당연하게 생각하는 명령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드려야 하고 그렇게 해 드렸지만 동작의 단계 단계에 대해서 세밀하게 명령을 내리는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으시니까 자꾸 까먹으신다.
기계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을 보낼지 말지 결정을 하는건 사용자이고, 보내기로 결정했으면 보내라는 동작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이 화면에 보이는 명령어의 터치다. 그게 확인이든 전송이든 송금이든. 그런데 각 서비스마다 명령어의 이름과 표현 모먼트들이 다르다 보니 엄마는 그걸 해도 되는건지, 뭔가 에러가 발생한건지 판단을 못하시고 결국 아무것도 안하게 되신다.
유저 인터페이스를 사전 지식이 전무하다는 배경에서 설계하고 언어를 평상어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그런데 설명을 드리면 드릴수록 핸드폰에서 사용되는 여러 기능은 인간의 행동을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사진 묶음 전송 같은 것도. 사진을 30장까지 보낼 수 있는데, 상대가 한장씩 나에게 주면 얼마나 번거로운가? 30장 한묶음을 통째로 건네주면 받아서 무슨 사진이 있는지 내가 편할 때 확인하면 되니까 그 기능이 나온거다. 30번의 까똑! 울림과 함께 대화창이 쭈욱 내려가 버리는 불편함도 방지한다. 그 행동의 편리성과 효율성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서 인간의 행동, 생물과 환경의 작동 방식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에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다음날, 웹페이지 개발에 관한 회의를 했다. 웹사이트의 구조, 소위 프레임의 구성 관점, 웹 카탈로그와 같은 컨텐츠 보는 방식에 대해 IT 기획자는 매우 경직된 관점을 갖고 있다. 오직 로직에 맞게 설계된 페이지는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로직으로 보면 다 맞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그렇게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시피를 보여주는 페이지에서 각각의 레시피는 레시피 북에서 특정 카테고리 내 세부 메뉴의 레시피 페이지에 해당한다. 레시피 북을 열고 목차를 보고 바로 원하는 메뉴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는 행동을 한다면, 웹사이트에서도 레시피가 상위 레벨에 있고, 하위 카테고리에 구체적 메뉴 레시피 아이템이 나와서 그걸 클릭해서 찾아 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대략적인 카테고리가 궁금하다면 카테고리를 클릭해서 무슨 메뉴가 있는지 훑어본 다음, 관심가는 세부 메뉴를 클릭해 볼 것이다.
실물 레시피 북 - 표지가 있고, 목차가 나오고, 내용이 하나씩, 풀컷 메뉴 사진이 한쪽에 반대편에 레시피 디테일페이자가 펼쳐진다. 그 이후는 같은 방식으로 쭉 이어지는 수십개의 레시피가 한권으로 묶여 있다.
위의 레시피 북은 아래의 웹의 레시피로 치환된다. 표지에 해당하는 것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목차 페이지에서 한번에 보여주던 내용들을 어디에 배치해야 목차라고 느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당연하지! 라고 생각하고 이용하는 많은 웹사이트 구조들은 이런 고민들을 숱하게 거쳐 정착되고, 공식화 되었다.
3D환경에서의 인간의 행동에 맞춰진 제작물은 2D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효율적 행동으로 치환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보여줘야 할 것은 같지만 보여주는 방식은 다르다. 웹사이트, 화면 내에서의 한계와 가능성을 감안해 설계하려면 3D에서의 행동 방식과 결정 메카니즘을 먼저 알고, 2D에서 물흐르듯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 핵심은 정보의 계층화 로직 찾기다. 계층화 로직이 직관적일 수록 사용자 편의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정보 단위화 방식과 단위 크기가 각자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그 층위의 결정, 층위를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간단하고 쉬운 것 같지만 어렵다.
책을 처음부터 한 페이지씩 보는 사람도 있고, 결말을 먼저 보고 읽는 사람도 있듯 사용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을 확인하고 그걸 디지털 환경, 기기의 특성을 감안해서 취할 행동으로 링크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말로 하는 것과 그걸 찾아내는것,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상당한 고민과 노가다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걸 UX 디자인이라고들 한다.
UX디자인은 사람의 행동 관찰, 행동의 이유에 대한 이해, 다음 행동에 대한 유추와 그 심리적 배경에 대한 나름의 판단 근거를 직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잘한다. 특히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러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게 아니라, 나는 이게 편한데, 난 이게 자연스러운데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테스트해 보는 사람들이 대체로 편한 UX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요약. 디지털 세상으로 연결하는 툴과 툴을 움직이는 로직은 인간의 3D 환경에서의 비합리적, 불완전한 행동과 그 이면의 심리를 카피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좋은 UX가 무엇인지 조금 더 쉽게 판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