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주니어의 부적절한 패기
미친 마케팅 주니어 시절에 손익을 책임지는 상황이었다. 이때가 내 인생의 깡패시기라 할 수 있는데 관련 부서와 트러블 생기면 내가 손익 받는데 너희가 왜 난리냐, 내 손익 각오하고 결정하는거니 내말대로 해라! 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사람들을 무시하곤 했다. 그러니 관련된 모든 부서와 사이가 안좋을 수 밖에 없었는데 난 그걸 열심히 하지 않는, 몸 사리는 고인물들의 비협조적 태도라 생각하고 분노했고, 그러니 다음 협업은 더 힘들어지고.. 악순환 속에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끙끙거렸다. 모든 것은 얼마나 매출 & 손익 잘 나오고, 상 많이 받고, 소비자조사 결과 잘 나오냐 하는 내 위주의 지표에 의해 결정됐고 협업이라는 장기적 본질적 조직의 맥락은 깡그리 무시했다.
협업하는 부서들은 해당 부서 나름대로 본업을 하는 것이고, 일을 제대로 해 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데 리드하는 부서에서 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1차적으로는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내 일 잘 되는 것만 생각하니 다른 부서들이 협업에 적극적이거나 생산적일 수가 없다.
더 문제는 그로 인해 어쩌면 제품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짓이었고 모자란 생각이었지만 그땐 귀가 있어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기고만장한 시절이라 선배들이 뭐 저런 개쓰레기가 있나 했을거 같다.. 뒤늦게 참 죄송하다.
이런 반성도 나보다 더 유능한 또라이 후배들을 만나면서 하게 됐으니 사람은 역시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존재. 오늘도 라떼 한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