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탈 Sep 27. 2021

TV광고, 해야 하나요

TV광고로 달성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yes

게임을 해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게임 안에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아이템들 외에 쓸모가 제법 있다 싶은 아이템들은 거의 유료다.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세상 통념처럼 대체로 비싼 아이템들은 효과가 좋고, 저렴하면 나쁜 무기이고, 비싸면 좋은 무기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좋은 무기란 상황에 적합한 무기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광고도 그러하다. 게임처럼 광고의 툴들도 다양한데 저렴하다고 효과가 없지도, 비싸다고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광고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시장 상황, 경쟁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비싼 매체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고, 저렴한 매체로도 효과를 낼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당연히 유료인 관계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만큼 지속해서 사용하려면 아무리 저렴한 매체를 선택한다 해도 절대로 싸지 않다. 알 만한 브랜드들이 가장 기본적인 검색광고에 얼마나 큰 비용을 지출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하물며 TV 광고는 말해 무엇 하랴. 제대로 총알을 준비하지 않고 겁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니다. TV 광고비를 원 없이 쓰려면 회사 망한다는 말을 우스개처럼 할 만큼 비용 단위에서 최고(最高)를 자랑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광고는 매출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수익을 나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수익이 나빠지면 항상 판관비부터 줄이는데, 판관비의 큰 부분을 광고비가 차지한다.

 

만약 판관비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정 마진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결국 그만큼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킨다. 그래서 광고를 많이 하니 비싸다는 비난을 소비자들이 하기도 한다. 참으로 통찰력 있는 일갈이다.  

 

광고를 해야 할까

그렇다면 광고를 할 만한 여력이 있어도 하지 않고 그 돈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를 하고,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면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기업은 매출과 수익을 현저히 신장시킬 수 있을까?

 

비싼 광고비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는 비판을 수용해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광고는 한 푼도 하지 않고 있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그 제품서비스를 찾아서 사용해 줄까?

 

대답은 ‘아니다’ 이다. 알지도 못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굳이 찾아내서 구매하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아주 드물 것은 분명하다.

 

바쁘고 버거운 삶을 사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비를 쓰지 않으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는 훌륭한 브랜드나 기업을 알아내서 제품서비스를 사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이게 소비자 심리의 역설이다.

 

그러니 삶을 재구성하는 혁신적인 제품서비스가 아닌 약간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진 것이 전부인 많은 기업은 스스로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존재가 증명된 기업만이 그나마 선택될 기회라도 가질 수 있다.

 무조건 좋은 제품서비스만 만들면 잘 팔릴 거라 착각하는 창업자들, 기업의 대표들은 마케터가 내미는 광고비 견적을 코웃음으로 날려버리겠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 자신을 알리지도 않는 제품서비스에 관심조차 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 여부와 삶에 유용한 가치 있음을 알리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여야 돈 들여 써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장 모바일 광고를 시작하면 되는 일인가

마케터들의 일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가장 폼 난다고 여겨지는 일 중의 하나가 광고이고, 마케터의 핵심 무기다.


광고시장 규모는 10년 전쯤 5~6조 원 규모에서 2020년 14조 4,269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는데, 단순히 10년 전, 20년 전의 매체 우선순위나 규모는 요즘과 확연히 다르다. 특히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광고비 규모는 전체 방송광고비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2020년 디지털 광고비 전체가 6조 5,219억 원, 그중 모바일 광고비 규모가 70% 이상인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데 비해 방송광고비 규모는 3조 7,000억 원에 불과하다. 방송광고비에는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이 모두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모바일 광고 규모의 성장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데이터와 분석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마케팅의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 마케터들은 자신의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효과는 어떤지 거의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이러다 보니 요즘은 당연히 ‘광고=디지털매체&모바일광고’라고 생각한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광고를 집행할 수 있고, 광고효과에 대한 검증과 개선이 구체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광고의 중심 채널이 모바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많은 마케터가 디지털 광고에 몰두한다. 데이터가 주는 인사이트를 다음번 광고에 적용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비즈니스의 안정화에 기여하거나, 비즈니스의 다양한 목표 달성을 이루어 내는 등 열심이다. 인지도를 얻는데도, 구매 의향을 높이는데도 디지털 광고면 만사형통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한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자사의 TV 광고는 이런 제품이 있다고 알려 주는 역할 외에는 딱히 효과가 없고, 디지털 광고를 잘해서 매출이 발생한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과연 그럴까? 어떤 제품이 존재함을 알려 주는 역할은 별 의미가 없는가?  그렇다면 모르는 것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도? 또한 디지털 광고가 만병통치약이라면 왜 어떤 브랜드들은 TV 광고를 하는 걸까? 오랫동안 광고계의 왕좌에 있었던 TV 광고의 신화가 깨졌다고 하는 오늘날에도 TV 광고는 줄어들었을지언정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경쟁의 장을 바꿀 때 TV 광고를 선택한다 

TV 광고를 한다는 것은 어느 기업에나 대중매체를 통한 대규모 인지도 확보와 함께 메이저 이미지를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00년여 이상 동안 광고 매체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공신력 있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방송 광고를 한다는 사실은 매체와 채널의 후광을 해당 브랜드와 기업에 씌워준다.  

 

한 번도 TV 광고를 하지 않던 브랜드나 기업이 TV 광고를 시작하면 영업 현장이나 회사의 공식 채널에서 TV 광고를 보고 왔다는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커머스 기업의 경우 가입자가 폭증하거나, 매출이 놀라운 수준으로 오르기도 하고, 채용 공고가 나가면 지원 인원이 늘거나 업무 적합도가 높고, 역량이 좋은 지원자들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마저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 TV광고를 통해 소위 안정적이고 발전하는 메이저 회사, 비전 있는 브랜드로 인식을 다지고자 경쟁적으로 TV 광고를 집행한다.

 

이중 대표적으로 마켓컬리가 광고 집행으로 단시간 내에 가입자 확대와 매출 신장이라는 눈부신 효과를 보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고객들에게만 알려졌던 니치 성격의 서비스에서 커머스 시장의 메이저로 자리매김하는데 전지현이라는 빅모델을 기용한 TV 광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아는 기업, 브랜드를 평가할 때 어떤 수준의 광고 활동을 하느냐를 가지고 소위 ‘급’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좁고 분명한 시장에 진입해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증명하면 바로 성장의 압박이 다가온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열심히 하던 스타트업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디지털 광고로 충분히 할 만큼 했고, 그로스 해킹으로 더 이상 최적화를 할 수 없을 만큼 했는데 그 이상이 안 나온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숫자 놀음이 통하지 않는 심리적, 인지적 한계에 부딪히면 “브랜딩이 필요한가?”라는 고민을 한다.  아무리 열심히 디지털 광고를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 확보, 인식 제고가 어렵거나, 여전히 작은 시장에서 강한 플레이어지만 전체 시장에선 미미한 수준이라 성장의 한계가 느껴진다면? 뭔가 큰 한방을 준비해야 할 때다.

 

전통적으로 브랜딩을 하는 제일 비싸고, 멋지고, 빠른 방법이 TV 광고다. 노는 물이 다름을, 다른 레벨이 되었음을, 소비자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치명적 혜택을 주는 존재임을 각인시키고 싶다면 TV 광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급속하게 외형 불리기를 해야 할 때나, 회사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확인시키고, 시장의 주류로 인정받고자 할 때 TV 광고를 능가할 광고매체는 단언하지만 없다.  

 

TV 광고는 판세를 좌우하는 미드필더

스포츠 중 축구로 비유한다면 TV 광고는 골의 점유, 탈환, 공격과 수비의 연결을 맡는 미드필더라 할 수 있다. 경기 전체를 파악하고 각 포지션과 협력해 그라운드 어디에서도 수비수, 공격수와 더불어 플레이하며, 각 포지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므로 미드필더의 역량에 따라 공격의 퀄리티가 결정되고, 미드필더가 스트라이커에게 적시에 적소로 골을 패스하면 득점 가능성이 커지고 경기에 승산이 생긴다.

 

이와 비교해 보면 TV 광고는 제품서비스의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혜택을 시청각적으로 전달하며 타깃 그룹은 물론 주변부의 폭넓은 소비자층까지 인지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방송 매체에 노출된 잠재고객들은 광고를 보고 바로 구매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인상을 받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접점에서 해당 제품서비스를 알아보고 시도해 본다.

 

즉, 다양한 접점의 브랜드 터치 포인트가 수비수나 공격수라면 미드필더는 그쪽으로 제품서비스의 인지와 호감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특히 강한 메시지와 임팩트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TV 광고는 미드라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 직접 슈팅을 하거나 다른 선수에게 전방으로 패스를 하는 역할을 하는 미드라이커는 득점을 하는 미드필더다.

 

과거 TV 광고가 대세이던 시절, TV 광고는 미드라이커 역할을 했다. 공격도 하면서 수비도 하고, 스스로 득점도 하는 일종의 올라운더(all rounder)처럼 활약하는 TV 광고를 하면 매출이 얼마나 오르는지를 직결 시켜 보곤 했다.

 

소비재나, 초고가의 제품서비스, 내용이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배경이 있는 비즈니스인 경우는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TV 광고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경향이 높다.

 

판세를 좌우하는 선수는 흔하지 않다. 경기의 대세를 좌우하고 때로는 득점에 직접적인 영향도 미치는 자신만만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팀의 역량은 확실히 높아진다. 그래서 구단마다 기를 쓰고 비싼 몸값을 주더라도 좋은 미드필더를 확보하려고 한다. 광고 역시 그러하다. 순식간에 판도를 바꾸는 매체는 TV광고가 유일하고 그만큼 값을 각오해야 한다.

 

한편 비싼 몸값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여유 있고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들에게는 저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라면 거래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다는 최소한의 확신을 줄 수 있고, 경쟁사보다 낫겠다는 확실한 신뢰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디지털 광고는 TV 광고의 필수 파트너

언뜻 들으면 당장 모든 기업이 빚을 내서라도 TV광고를 해야   같고, 하기만 하면 대세가 뒤집히고 매출이  오를  같은 생각이   있다. 문제는 TV 광고는 핀포인트 타깃팅이 되지 않는다는 , 거기다가 어딘지 미심쩍게 들리는 R(Reach, 도달) 개념으로 정말 소비자들이 우리 광고를 보고 효과가 날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디지털의 빡빡한 데이터들을 기대한다면 TV광고 결과 리포트는 상당히 애매모호하고, 수시로 잘하고 있나 하는 불안이   있다.

 

예전엔 디지털광고와 소비자데이터 수집이 꼼꼼하게 되지 않아 불안하면서도 어쩔  없다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핵심 소비자군이 포함된 다소 포괄적인 타깃팅을 해서 TV 광고를 펼치면 디지털 광고는 손에 잡히는 소비자 움직임의 궤적을 따라가며 결정적 순간을 낚아챈다.

 

TV 광고가 던진 화두, 차별화되거나 호감이 가는 메시지에 소비자들이 실제로 어떤 반응을 하며 어디로 움직이는지 잡아내고, 확실한 길목을 지켜 구매페이지로 유도한다.

 

반대로 부정적 반응을 하는 경우 카운터펀치 라인을 날리거나 더 많은 오퍼를 즉각 제공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중립적으로 유도한다. 이런 활동들은 디지털이라야 가능하다.

 

상대편 골문 근처에서 득점하는 역할을 하니 스트라이커에 비유할 수 있다. 소비자가 고려하거나 선택의 순간에 갈등하는 경우, 구매 결정으로 마음이 기울도록 슬쩍 밀어주거나 강력한 오퍼로 쉽게 구매 결정을 하게 만드는 데는 현장의 영업직원들 권유 외에 디지털을 따라갈 매체가 없다.

 

앞서 언급한 마켓컬리 역시 TV 광고를 하면서 디지털 매체의 다양한 툴을 꼼꼼하게 엮어, 시너지를 최대화함으로써 TV 광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구석구석의 잠재고객들을 저인망식으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마켓컬리 TV 광고를 수많은 스타트업 TV 광고 중 매체 간 시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본다.

 

요약하면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의 찰떡궁합으로 득점을 해야 이길 수 있는 경기처럼 TV 광고 역시 강한 펀치 라인으로 고객의 마음을 파죽지세로 몰아주면 디지털에서 찰떡같이 받아내고 낚아 올릴 수 있는 실질적, 구체적 메시지와 오퍼가 준비돼야 한다. 그 둘의 관계가 상호보완적이며 필수적인 관계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제 고민해 보자.

 

TV 광고 왜 하는 거죠?



*패션포스트 원문 보기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50&wr_id=10&fbclid=IwAR1vYtKMnpTBhHtF5dUif7gtyWVaZFtsUKk5-5ApjnWMDGsBVXvNm-d64CY


매거진의 이전글 타겟팅과 고객 프로파일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