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에서 우러난 헌신
살아보니 순수하게 실력만을 요구하는 포지션은 없다. 전문성이라 일컬어지는 실력만 최대한 발휘하려면 자리를 바라면 안된다. 고독한 발명가나 은둔외토리형 천재개발자 같은 아이덴티티에 충실해야지 사회적 관계가 강하게 수반되는 어떤 포지션을 갖는 것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특히 리더라는 포지션은 나 자신으로 충분한 사람들에게 최악이다. 그런 사람들이 리더 포지션에 가면, 그리고 별 생각없이 그 자리에 있으며 백프로 이전과 다름없는 나 자신이기를 바라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리더에게 사람들은 항상 본래의 자신이라 생각하는 모습보다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아이덴티티를 사회적 자아라는 쪽으로 대폭 확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좀더 너그럽기를, 전문성이 더 뛰어나기를, 더 참을성 있기를, 더 헌신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리더도 사람이고 가진 에너지와 시간은 한계가 있어서 힘든 것은 힘들고, 싫은 것은 싫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그런 힘든 도전과 상황을 ”알아서“ 극복하기를 바란다. 간혹 힘들어하고 힘든 모습을 보일 수는 있지만 나도 사람이라서 이런거 싫다! 의미없다! 안하겠다! 같은 말은 금지다. 만약 입밖으로 낸다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그래서야 리더라고 할 수 있나, 능력부족이다, 인성문제다 등등..
리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 늘 마음에 남는 한 단어는 ”헌신“이다. 백 번을 같은 말을 해야할 수도 있고, 남들보다 더 오래, 많이 일해야 할 수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걸 받아들이고 감내하게 하는 원동력은 진심에서 나온 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