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가족 오셨습니다
"유가족 오셨습니다"
현관 앞에 서 있던 경찰의 무전..
그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119 대원을 부르는 말이었다..
현관의 호수를 다시 확인했다
내 집이 맞는데,,
이게 무슨 말이지?
왜.. 나를 유가족이라고 부르지?
"이보세요. 여기 우리 집이에요. 집안에 내 남편 있어요. 나 유가족 아니에요 문 열어주세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구친다면 이런 느낌일까.
내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40분 전쯤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요'라고 119에 신고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유가족이라니..
그건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말이잖아
내 남편은 젊어
40을 갓 넘었단 말이야..
아무리 봐도,, 내 집 앞이다.
어제 아이들과 짐을 챙겨 들고 나서던 내 집.
무너지듯 아파트 복도에 주저앉았다.
아니 그냥 나를 놓았다
'탁탁탁'
주저앉은 나와는 다른 경쾌한 리듬까지 느껴지는 발소리
119 대원이었다
' 아.. 신고자분 맞으시죠?'
'네.. 그런데 왜 나를 유가족이라고 부르나요?'
대답 없이 경찰에게 눈짓을 하니 경찰은 수고하시란 의례적인 인사를 두고
철수했다
이 사람들 너무 무심하다..
나는 지금 땅이 솟구치는 것 같은데, 누가 내 머리꼭지를 잡고 위아래로 계속 흔드는 것 같은데
왜 내가 듣고 싶은 말은 해주지 않는 거지?
내 남편은 직장에 출근했다고,
전화기를 집에 두고 간 것뿐이라고..
119 대원의 입에서 끝끝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영영...
사실 내가 마음의 각오를 어느 정도하고 온 것은 맞다
종종 연락이 안 되던 남편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지 않고,
그날따라 119에 신고했다.. 촉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내 집으로 가는 동안 전화를 받았다
"신고자 맞으시죠? 빨리 댁으로 오세요. 상태가 급합니다"
"왜요? 왜요??? 다쳤어요? 의식이 없어요? 사고인가요"
"…… 빨리 오세요…."
전화를 끊고, 집으로 가는 내내..
택시 안에서 나는 하얀 병원 침대와.. 링거.. 그리고 누워있는 남편을 생각했다
제발 살아만 있으라고, 그러면 뭐든 하겠다고,, 신께 기도하면서 집에 왔다
그때 갑자기 살려만 달라고 기도를 했는지.. 지금은 이해가 안 간다
그냥 본능적으로 그 기도가 튀어나왔던 것 같다..
신은,
그날 그 자리에서는 나의 편이 아니었다
아파트 복도 바닥에 무너지다시피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던 소방대원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현관문을 넘지 못하게 했다
‘보지 마세요. 잠깐 밖에서 기다리시죠..’
그리고는 곧 동료들을 불렀다
“ **아파트 **호 유가족 도착하셨습니다”
시신 운구를 위해서 동료를 불렀겠지
“유가족분 잘 들으세요!! 지금 남편은 사망하셨어요.
댁에서 사망하셔서 장례를 준비하셔야 해요 , 아는 장례식장 있으신가요?"
"그리고 댁에서 사망하셨기 때문에, 시신은 검사와 검시관의 허락이 떨어져야 징례식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추가로 더 도착한 두 명의 119 대원 중 여자대원이 나에게 말을 쏟아냈다..
'아는 장례식장이 어디 있어.
마치 아는 마트 있으세요? 이런 가벼운 느낌으로 물어볼 말이 아니잖아요
유가족..이라고 좀 그만 불러요!
내가 왜 유가족이야!!!! '
마음속으로 분노했던 것 같다.. 잠깐이지만...
그리고는 이내.. 곧.. 사고가 멈췄다
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마주하면
그낭.. 멈춘다.
그걸 그때 알았다
그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내가, 나름 잘난 척하며 살았던 내가,
지금 저 사람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단어가 엉키고 목소리는 웅웅거려서 그냥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무심하게..
잔인하게
해가 쩅쩅 내리쬐던, 유난히 맑았던 어느 여름날..
내 작은 아이 다섯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나는… 전설에 고향에나 나오는
그 흔하디 흔한… “청상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