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통 속 만두 두 개
"우리 어디서 볼까? 나 어디로 가면 돼?"
"아유 내가 모시러 가야지 ~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줘"
간만에 일찍 퇴근예정된 토요일,
며칠 썸인 듯 아닌 듯 연락을 하던 그 애와 이렇게 약속을 잡았다
'얘는 매너도 좋네 ㅎㅎ'
드디어 디데이
간만에 입는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에
목선이 드러나도록 머리를 올려서 고정하고
은은하게 향수도 뿌렸다
이럴 땐 군살 없이 날렵한 내 몸매가 얼마나 감사하던지!!
'엄마 고마워~'
이 매너 좋은 남자는
직장 앞으로 나를 태우러 왔다
40 중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탄탄한 몸, 내가 좋아하는 구릿빛 피부,
보잉선글라스까지..
숨이 막혔다.
티를 안 내려고 일부러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다가갔다
선글라스를 벗고 활짝 웃으며 손 흔드는 이 남자
'치열도 고르네?'
아.. 이거 위험하다...
저녁은 근사한 일식집을 예약했는데,
'자동차 극장?'을 가자고?
같은 극장이라도 자동차 극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둘만 있는 거라..
땡큐야 흐흐흐
'그깟 밥 따위 안 먹으면 어떠니 ㅋㅋ
지금 일식집이 문제가 아니다 '
나 이렇게 시작부터 헤벌쭉하면 안 되는데,
안된다고 했는데!!
내가 있는 강남에서 경기 외곽에 있는 자동차 극장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도착했다
심지어 배도 안 고파
내가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나??
한여름의 자동차 극장은 덥고, 습하고, 그리고 어두웠다
간단한 간식을 사들고 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뭔가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서 에어컨을 켜지 못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이 남자..
생전 더위라고는 모르는 나도 땀이 흐를 정도니..
이제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영화도 굉장히 어려운 양자역학이 주제였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의 더위는...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게 했다
하지만 나도 , 그 사람도
땀을 닦을지언정, 더우니 극장 밖으로 나가자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숙명을 받아들인 찜통 속 만두처럼 그 더위를 견뎌냈다
그나, 나나 참는 거 하나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입 밖으로 그 더위를 꺼냈다면
좀 덜 고생했을 텐데 ㅎㅎ
한참 후에 들었다
그날 입었던 셔츠가 흠뻑 땀으로 젖았다가 말랐다가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고....
이 정도면 독한 건지 미련한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나도 마찬가지고..
손이라도 좀 잡아볼까
기대했던 우리의 첫 데이트는
땀에 젖어 끈적이는 몸이 서로 스칠까 싶어서
서둘러 귀가했던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