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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Jul 08. 2023

착각은 나의 힘!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 힘

“엄청 미인이에요. 이름이 뭐예요?”

“???...... 이수정인데,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엄정민이라니까요.”

그랬다. 그러니까 나를 엄청 미인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그의 이름이 ‘엄정민’이었던 거였다.

20여 년 전 영어회화 학원에서 회화 파트너로 만났던 사람과 수업이 끝나고 영어 이름이 아니라 진짜 이름으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의 상태는 내가 생각해도 “엄청 미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지만 미모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인 것. 나 같은 사람을 “엄청 미인”으로 생각하는 독특한 미인관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약 10초 정도 즐거웠던 것 같다. 아마도 막 화장을 하기 시작하고 살을 빼면서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던 터라, ‘나도 꾸미면 미인 소리 듣는구나’라는 생각에 그런 착각도 가능했을 거다.




우리는 누구나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어차피 착각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면 부정적 착각보다는 긍정적 착각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착각을 해서 좀 더 행복하고,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게 아니라면, 조금 착각하면서 사는 게 뭐 그리 나쁘겠는가.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착각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를 인정했다. 일부 심리학 교수는 착각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


"사람들은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살짝 왜곡하고 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맞는 말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긍정적 착각은 동기 부여에 매우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성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A) 심리학과 셀리 테일러 (Shelley E. Taylor) 교수


그렇다고 해도 동기부여가 필요한 경우에 착각할 만한 상황이 매번 발생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착각이 필요할 때,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착각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셀프" 긍정적 착각을 하기로 했다.

직장에 다니던 때, ‘고객 만족’을 주제로 사내 강의를 했던 적이 있었다. 첫 강의를 앞두고 너무 긴장되어서 목소리가 떨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착각의 힘이 필요한 때였다. 나는 크게 숨을 쉰 뒤에 강의를 듣기 위해 앉아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사람들은 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오늘 하루 일도 안 하고 여기에 와 있어. 이 사람들에게 고객 만족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려줄 사람은 없어. 내가 최고야. 우리 회사를 고객 만족 1등 회사로 만들려면 이들을 감동시켜야 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200만 고객의 만족을 위해 초대된 1등 강사야.’ 그렇게 스스로 단단히 착각한 뒤에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다행히 준비한 걸 모두 이야기하고 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에 동료들 얼굴을 보면서 다시 한번 착각에 빠졌다.

‘봐, 모두들 나의 강의에 감동했잖아. 이제 이 분들이 우리 200만 고객을 감동시켜서 곧 고객만족 1등 회사가 될 거야.’       


몇 년 전 첫 댄스 공연을 하러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착각하기로 했다.

‘오늘 여기서 춤추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잘 추고, 내가 제일 예뻐. 지금 여기 있는 관객들이 모두 나를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야. 이제 나의 춤으로 관객을 쓰러트리자.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 나는 춤을 위해 태어났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죽을 거야.’

혹시라도 그때 누가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면 너무 떨어서 정신이 나갔다며 혀를 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고서는 나는 정말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아버릴 듯이 떨렸었다. 사실 그날 공연에서 나는 아마추어 두 팀 중의 하나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프로 댄서들이었기에 가장 못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착각의 힘 덕에 안무를 잊어버리지도 않았고, 중간에 주저앉지도 않고, 끝까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글이 안 써져서, ‘그냥 쓰지 말까’라는 유혹에 빠지고 싶은 날. 나는 또 한 번 착각의 힘을 빌린다.

‘100여 명의 독자들이 너의 글을 기다리고 있어. 50명 정도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언제 글이 올라올까 새로고침을 누르며 기다리고 있다는데, 월요일 아침에 너의 글을 읽어야만 행복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다는데… 그 사람들이 이번 주를 다 엉망으로 보내도 괜찮다는 거야? 그분들을 다 실망시키고 그냥 10만 원 제하고 말겠다고??? 정말 이러기야?’

그래 쓰자. 뭘 써야 할지 안 떠올라서, 쓰기 싫어서 미칠 것 같지만, 그냥 10만 원 까고 편히 잠들고 싶지만, 나의 글을 읽으면서 한 주를 시작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포기할 수 없지. 다시 기운 내서 칼럼 쓰고 자자. 파이팅~!

이렇게 나는 이번 한 주도 성공의 길로 인도되고 있다.


* ebs 다큐멘터리 '인간의 얼굴 2: 3부 긍정적 착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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