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16
가끔 집에 손님이나 가족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올 때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어디를 나가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냥 약속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약속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밥 먹기로 했어'라고 얼버무린 후 필요한 것들을 대충 챙긴 후 집을 나간다. 요즘은 날씨도 꽤 추워도 나선다.
주말에 카페를 간다. 저녁시간이 시작하기 조금 전 즈음. 어떤 이유가 있어서 나간 건 아니었다. 나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생각한 범위의 공간에 남이 있는 게 좋진 않았다. 좋지 않았다고 하기보다는 음... 뭐랄가 불편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계속 방해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참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집 근처에는 카페가 많았다. 프랜차이즈부터 동네 카페까지 선택지가 꽤 많았다. 화장실이 깔끔한지, 콘센트가 있는지, 와이파이가 잘되는지 등의 나만의 조건을 만족하는 곳도 많았다. 요즘은 앉아있기 편한 곳이나 화장실이 깔끔한지를 주로 본다. 최근은 조금 달라졌다. 노트북은 배터리가 길어 오래 쓸 수 있었고 핸드폰은 데이터 무제한이라 핫스팟으로 연결시켜 놓으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이 적당히 많은 곳으로 간다. 말한 조건을 충족하는 곳 중 익숙한 몇 군데가 있어서 간다. 챙겨 온 노트북을 꺼내서 자리에 앉는다. 카페에는 사람이 많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신경 쓰지 않고 나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집에서는 가족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정말 혼자였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보다 카페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잘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공공장소라는 사실에 오히려 생산적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재택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회사를 가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은 너무 좋았지만 큰 리스크가 있다. 집은 쉬는 공간이었다. 쉬는 공간에서 일을 하려고 하니 집중이 되지 않았다. 회사는 일하는 공간으로, 집은 쉬는 공간으로, 카페는 생산적인 공간으로 몸이 구분해놓고 그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카페는 나에게 집과 같은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진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