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오지 마!”
문득 큰아이의 외침이 울리며 어린 시절 아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위험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장아장 달려오는 애기가 오지 못하도록 양팔을 벌려 막아서며 큰 소리로 말을 하자 달려오던 애기는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내 아이는 겨우 5살이었고 달려오던 애기는 한 살가량 더 어려 보였다.
뒤 따라오던 애기 엄마가 내 아이를 나무랐다.
“왜 그래?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애기가 놀래잖아!”
내 아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대신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눈빛이 간절했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며 우는 애기를 바라보며 사과를 했다.
“형아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엘리베이터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나 봐.”
그러자 애기 엄마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애 혼자도 아니고 내가 뒤따라 오고 있었는데 뭔 걱정이에요?”
누군가와 싸워 본 일이 한 번도 없는 나는 싸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아이를 나무랐다.
“윤아 갑자기 소리 지르면 애기가 놀래잖아. 앞으로 조심해!”
이 경우 보통 아이들은 억울해서 화를 내거나 소리치거나 따지거나 울거나 하기 마련인데 내 아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 또한 아이 편이 되어주지 못한 미안함보다 머릿속은 쓸데없는 고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애기가 엘리베이터로 달려와 빠질까 봐 우리 애가 막아준 거예요’라고 말을 해? 아니면 ‘나쁜 의미로 한 행동도 아닌데 왜 애한테 화를 내세요?’ 한마디 쏘아붙일까?
고민하던 사이 애기 엄마는 애기를 데리고 내렸고 나는 알 수 없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애기 엄마가 내렸으니 어쩔 수 없이 싸우지 못했다’는 안도감?
사실 이 경우는 겸손이라기보다는 용기 없는 겁쟁이, 또는 자신감 부족에 가깝다. 이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는 이일을 두고두고 후회했고 비겁하고, 소심했던 내 행동이 몸서리치게 싫었으며,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나를 경멸했다.
부모의 겁 많고 소극적인 태도는 자녀에게 자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심어주고, 사회적 관계나 도전 과제에서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가 건강하게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겁 많고 자신감 없는 부모를 자주 접한 자녀는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자주 접한다. 부모가 새로운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자녀도 비슷한 방식으로 상황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자녀는 자기 의심이 많아지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도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기 쉽다.
자신감이 부족한 부모는 자녀에게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용기를 심어주기 어렵다. 부모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인간관계에서 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녀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두려워한다. 이런 태도는 친구 관계나 사회생활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모의 자신감 부족은 자녀가 자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자녀는 부모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며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자녀는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확신하기 어렵게 되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을 작게 여기는 경향을 가지기도 한다.
자신감 없는 부모는 새로운 일이나 도전에 대해 소극적이기 때문에, 자녀도 도전의 가치를 배우기 어렵고, 부모가 매사에 두려움으로 인해 도전을 피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자녀 역시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모험심을 기피한다. 이로 인해 자녀는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고정된 틀 안에서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부모가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경우, 자녀는 실패를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으로 여기지 못한다. 자녀는 실패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가지며 작은 실수에도 쉽게 위축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자녀가 도전적인 과제를 시도하는 것을 기피하게 하고, 새로운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할 때, 자녀도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다. 이는 자녀가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지 못하게 만들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주저하게 만든다. 자녀는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회생활에서도 소극적일 수 있다.
자신감 없는 부모는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자녀에게 심어주기 어려워한다. 자신감 있는 태도와 긍정적 마인드는 자녀의 삶에서 중요한 자산인데, 부모가 늘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자녀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가진다. 자녀는 자신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게 되고, 상황을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어렵다.
부모가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로 도전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는 그 모습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배운다. 부모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 긍정적인 자기표현과 건강한 자존감을 보여주는 태도는 자녀에게 큰 본보기가 된다. 부모의 자신감은 단순한 자만이 아닌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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