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아이가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그 말을 더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억울한 상황에서 고백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그 의도와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때는 실수를 지적하기보다는 아이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확인하고, 그 후에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를 먼저 나무라기보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왜 그랬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이 이야기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잘못을 반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무조건 나쁜 아이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실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굳어버리는 경향을 보인다면, 이 부분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나도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아이가 자신의 의도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을 먼저 탓하고 양보하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낮추거나 ‘모든 것을 참아야 한다’는 방식은 자칫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에게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며 아이와의 관계를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같은 반 여자 아이들이 여러명 무리지어 와서는 우리애가 모래를 던지며 욕을 했다고 했다. 나는 놀고있는 아이를 그러지 말라고 다그쳤는데 그때 아이가 울먹이며 말을 했다.
“제발 나한테 ‘하지마라’는 말 좀 하지마!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이라서 대들면 안 되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동생이라서 참아줘야 하고, 여자가 때리면 남자니까 참아야 하는데... 그럼 나는 평생 맞고만 살아?”
이야기를 듣고보니 여자아이는 운동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성격도 거칠어서 우리 아이를 볼때마다 놀리거나 욕을 하고 발로차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날도 우리 아이는 혼자였고 여자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남자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번의 억울한 사례가 있었던탓에 나는 여자아이들을 불러서 사실여부를 물었고 내 아이가 모레를 던진건 잘못이지만 그전에 먼저 괴롭힌것 또한 잘못한 일이라며 여자아이들을 나무랐다. 그녀석들은 나이가 어렸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거침이 없었다. ‘우리 아이도 저렇게 당당하게 할 말 다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대상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양보하고 참으라던 내 부모님이 그렇게 원망스러웠는데 나 또한 아이에게 똑같이 가르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날 이후 나는 용기를 내었고 아이를 위해 싸울 준비를 했다. 말이 그렇지 싸움을 하겠다는것이 아니라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능력, 방어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강해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항상 든든한 힘이 되어 줄 테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땐 화를 내고 싸워도 된다고 가르쳤다. 쉽지 않았다. 아직도 내게 현실은 냉혹하고 거대한 두려움 그 자체다. 수도 없이 억눌러왔던 감정들을 쏟아내기에 아직 나의 내공은 너무 힘이 약하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아이를 위해 싸울 준비를 한다. 좀처럼 싸워서 이길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용기를 낸다. 말 한마디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용기, 두려움과 맞설 용기, 미움받을 용기, 잘한건 잘했다고 스스로 내세울 수 있는 용기.
적어도 내 아이들이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살지 않도록, 불합리한 일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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