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바람이 지평 낮은 곳으로
불어온다 폭풍우처럼
초라한 행색으로 걸어가던 수행자의
발 밑에 전갈이 살아갈 뿐이라는 듯
천천히 기어간다 전갈에게
인간의 길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수천 개의 통로만 있을 뿐 출구 없는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모랫바람이 불어온다 끝없이
별이 쏟아지는 사막의 하늘에 말하길
나에게 답을 알려주지는 마십시오,
아직 별을 바라볼 밝은 눈은 지녔으니
하늘을 올려다보다
발 딛고 있는 땅의 연기가
서서히 지하로부터 올라오고 있음을 발견한다
별이 사라지고
한 날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