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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요커 Aug 26. 2020

[인종차별 이야기] 칭찬인 줄만 알았는데...

미국 현지인이 들려주는 경험 이야기

한국인으로, 그리고 아시아인으로 미국에 살다 보면 인종차별은 누구나 한 번쯤 반드시 겪어보게 되는, 소위 '마이너'로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이슈이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코로나에 대처하는 젊은 세대들의 자세로 인해서 요즘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미국은 정말 무식한 나라'라는 표현은 나도 적극 공감한다. 이전 글들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미국의 성장 배경과 건국, 그리고 이념 등을 고려해보면 인종차별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많은 분들께 신선한 충격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아무리 봐도 칭찬인데 너무 꼬인 것 아닌가'라며 나를 욕하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명백하게 인종차별로 분류가 되며,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에 대한 내용을 조금 알아둬야 한다. 우선 소개하고자 하는, 주로 백인으로부터 아시아, 남미계를 향한 인종차별은 다음과 같다. 


오, 영어 잘하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 전 앞서 말한 미국에 대한 내용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미국은 모두가 잘 알고 계시다시피 다양한 인종, 문화, 언어, 종교 등이 결합되어 엄청난 발전을 했고, 세계적으로 패권을 거머쥔 나라이다. 애초에 건국을 할 때부터도 다른 대륙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서, 그리고 가난을 피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자 넘어온 사람들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살상해가면서 세운 나라이고, 오랜 시간을 노예를 두고 법적, 사회적으로 인종간 차별을 대놓고 하던 나라였다. 오죽하면 버스에서 앞 칸, 뒷 칸을 나누고 화장실까지 인종별로 나누 쓰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인권 운동과 교육 수준 향상 등 사회 전반적으로는 인종차별을 폐지하고 평등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러한 이념을 꽤나 전면에 잘 내세웠고 많은 발전은 있었다. 물론 최근의 큰 난리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언어도, 미국은 공식 언어가 없다. 다만, '영어'라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용어'만 존재한다. 


따라서, 사실은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차별을 받거나 기회를 공정하게 받지 못한다면 옳지 않은 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모두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 모른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틱톡 등을 통해서 소위 'Karen'으로 불리는 인종차별, 백인 우월주의 등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으며, 절로 '무식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은, 꽤나 정의감이 넘치는 목격자들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문제가 커졌을 경우 경찰을 개입시키거나 SNS 등에 공유시켜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딱히 그런 대놓고 자행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고, 

오늘 내가 독자분들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앞서 말한 칭찬을 빙자한 '은근한' 인종차별이다.

심지어는 말하는 이도 이 내용이 인종차별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물론 친한 사이나 상대방에 대한 이민 배경 등을 잘 알고 있는 사이라면 인종차별이 아닐 수 있지만 여전히 뉘앙스에서 반드시 조심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표현이다. 


자, 그렇다면 왜 이 표현이 인종차별일까? 


첫 번째, 잘못된 '주인의식'에서 기인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백인' 소유의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나라의 주인, 그리고 나라를 발전시키는데 수많은 기업을 세우고 재단을 만드는 등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그들만의 논리에 지배되어 말도 안 되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 이 관점이 틀린 이유는, 그들이 그렇게 기업을 키우고 재산을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흑인, 남미, 아시아인 종업원들의 노력과, 발전 이전 사회에서의 '착취'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인의식은 당연히도 잘못된 것이며, 그들이 주인이기 때문에 자기네가 사용하는 '영어'가 나라의 공식, 그리고 주인 언어라는 관점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물론 실생활에서 불편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이긴 하나 표면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며, 사실 향후 10년 뒤에는 오히려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면 불편해질 정도로 인구 비율이 변화하고 있으니 이 또한 미국의 특징과 앞서 말한 '주인' 언어가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민 국가 미국의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백인이 이 나라의 주인이고, 내 언어가 영어인데 어떻게 아시아 사람인 네가 영어를 잘해?'는 매우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한국인이 특히 이러한 행태를 인종차별로 받아들이고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이유는 전혀 다른 문화에 있다. 

미국이 다인종, 다문화가 결합되어 발전한 국가라면, 한국은 오래전부터 단일 민족, 단일 언어로 발전한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한글'이라는 공식 언어가 있고, 그 주인인 대한민국 국민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한다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내심 '우리나라, 우리 언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매우 고맙기도 하다. 

미국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보다는 '나의'라는 모든 개개인이 각자 다른 언어, 문화, 조상들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여러 명의 '내'가 모여 나라가 된 개념이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을 바라보는 것이 매우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그러한 칭찬을 차별로 받아들이기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아시아 사람은 영어를 잘하면 안 되는 것인가?

비록 타 인종이 미국에 정착한 세월이나 인구 비율보다 아시아인이 훨씬 적다고 하지만, 아시아인의 이민 역사도 결코 짧지 않으며,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그 어느 나라들보다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고 습득하는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이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배우는 것 또한 아시아 국가들이다. 마치 남미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몸을 써가며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듯 아시아 국가의 치열한 생존법 또한 존경받아 마땅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시아인, 남미인들도 엄청나게 많아진 상황이고, 생전 미국 땅을 밟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들보다 영어를 잘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 세상이다. 누구든, 어디서든 언어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영어를 잘할 수도 있는데,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인데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넌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라고 묻는 것은 매우 매우 무례한 언사이며, 특히나 인종차별을 목적에 두고 교묘히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은 악질 중 악질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대놓고 아시아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인종차별 주의자보다 더욱 나쁜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겉모습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것이며, 특히나 상대방의 배경과 이력은 전혀 모른 채 자신만의 관점으로 판단해서 아시아인인데 영어를 잘하는 것이 신기하다는 관점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매우 교양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고, 그래야 은근한 인종차별에서 무시받지 않을 수 있다. 진짜 나쁜 사람은 이런 식으로 한 번 사람을 떠보고 이해를 못하면 그다음엔 계속 그런 식으로 사람을 약 올리고 남들 앞에서 웃음거리를 만드는 것을 즐긴다. 


그럼 글을 쓰는 내가 잘나고, 이해를 잘해서 이런 내용을 쓰냐고? 


미국에서 11년 살면서 온갖 차별도 겪어봤고, 눈칫밥으로,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어 이불 킥을 하면서 창피함을 겪어보고 살아왔다. 앞서 말한 그런 나쁜 사람들한테 웃음거리가 되었던 것도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백인들 비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주에 갔을 때,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바라보는 기분 나쁜 시선이 인종차별인지도 몰랐던 때도 있었다. 내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조차도, 그런 것들이 인종차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직도 열 받아서 잠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내가 자신 있게 이러한 글을 쓸 수 있는 배경에는, 나는 결코 인종차별을 받았을 때 그들이 생각하는 조용하고 어필하지 않는 착한 '아시아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도 너무나도 싫어해서 나는 인종차별을 받으면 작은 체구임에도 그 누구보다도 따질 것 따져가면서 사과를 받아내는 삶을 살고 있다. 아내와 함께 뉴욕의 거리를 걷다가 한국말을 하는 아내를 지나치면서 시끄럽다고 중얼거리고 지나간 사람을 끝까지 따라가면서 따져서 인정과 사과도 받아보기도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할 때, 루프탑에서 구매한 음료를 실내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모르던 한국인 커플이 경비에게 잡혀서 강압적으로 혼내는 (?) 상황에서도 (진짜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그 커플이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들으니까 일부러 더 어려운 표현 써가면서 뭐라고 하는 상황이 더욱 싫어서 통역을 자처하고 끼어들게 되었다) 한국인 커플을 대신해서 경비에게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몰아붙이고 혼내는 것을 잘못된 것을 알리고 커플을 구출해준 적도 있다. 


수많은 팀원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었지만 절대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굴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나와 아내는,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조국을 버리고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보일 수 있고, 우리도 그러한 부분은 우리가 안고 살아야 할 숙명 같은 꼬리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나라를 버리지 않았고, 내가 더욱 그러한 상황에서 지지 않고 싸워 나가고,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이렇게 한글로 글을 써나가고, 나의 노하우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것은, 아직도, 그리고 언젠가 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는 날이 만약에 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가슴속 조국은 영원히 대한민국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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