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레임에 담기는 그날 하루 모든 희열
무색무취였거나, 답답했던 하루를 채우는 단 한 장의 사진
최근 모든 글들을 굉장히 긴 호흡으로 써내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으로 치면 고중량 운동으로 모든 전력을 소진해 버리는 데에 집중한 것과 같았다. 그러한 고된(?) 일에 보람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나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내가 쓴 글과 사진을 자주 다시 들여다 보고 복기를 한다. 사진과 글에서 오늘의 나는 언제나 어제의 나보다는 낫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사진이 지나고 다시 들여다보면 아쉬운 것들이 많이 보이고 내가 썼던 긴 글들의 바닷속에서 나는 그렇게 헤엄치는 것을 즐기곤 한다.
그렇지만, 사진과 글이 동시에 갖는 특징이 또 한 가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꼭 길어야 좋은 글은 아니고, 여러 장의 사진이 있어야만 꼭 그 순간을 잘 기록한 것은 아니다. 사진을 해오면서 처음 접하던 어릴 때는 반드시 질과 양이 모두 풍부하고, 장비도 반드시 일정 기준 스펙을 충족해야만 했고, 렌즈도 바리바리 모두 들고 다니는 게 정답인 것만 같았다. 또한 사진은 언제나 화사하고 기교가 충만해야만 만족했다. 그러한 시절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카메라를 잡는 날보다 잡지 않는 날이 더 많고, 아이폰 카메라로 기록을 하는 일도 꽤나 많아졌다. 어느 정도의 열정이 식었지만 그게 완전히 꺼지지 않게만 이어가자는 나의 생각도 있고, 장비에 대한 의미보다는 기록 자체가 갖는 가치에 좀 더 의미를 두는 나의 성향 변화도 한몫했다. 이 곳 쿠알라룸푸르에 온 이후로 사진을 대하는 나의 관점은 더욱 이런 방향으로 기울어 가는 듯 하다. 이러한 흐름이 혹 나를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저 원래의 나에 새로움이 조금씩 덧대어져 가고 조금씩 더 노련한 사진 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 길일 거라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양의 관점'에서도 사진 단 한 장에만 그날 하루의 온 신경을 집중하는 순간도 종종 생기게 되었다. 오늘의 이 사진은 나의 집 앞 사거리에서 헬스장을 가기 위해 모노레일 역으로 가다가 문득 저 너머 건물 위에 걸린 뭉게구름이 꽉꽉 압축이라도 해놓은 듯 너무 예뻤다. 또한 해 질 녘을 향해 가는 살짝 익어가는 하늘 빛깔이 더해져 조금 더 농익은 매력까지 더했다. 이 한 장이 오늘 하루의 유일한 사진 한 장이었지만, 이 한 장으로 무미건조하게 하루를 보내던 나의 하루에 생각과 감성이 다시 빠르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덕분에 이 글로 한 번의 생각 정리를 해낸다.
단 한 프레임의 그날 하루의 모든 기억과 생각을 담아내는 것, 그 또한 제법 근사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