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성호 Cha sungho Jul 22. 2023

나에게 여행이란

                

      

나에게 여행특히 해외여행은 나의 주특기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절호의 기회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개개인을 특정 짓는 성격기호 등이 있다요즘 흔히 말하는 DNA 즉 유전자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어릴 적부터 내가 역사지리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마도 부모로부터 타고난 나만의 기질이 아니었나 싶다그래서인지 늘 내가 접해보지 못한 동네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남달랐던 것 같다

우리가 한번씩 이런 생각이나 말을 할 때가 있지 않는가? ‘내가 시대를 잘 타고났다든지 아니면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든지 하는 것이다이럴 때마다 나는 우리 역사나 세계사를 접하면서 아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약 내가 15세기 이후 대항해시대에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 필 경 나는 신대륙 개척의 역사에 동참했을 것이다구체적으로 네덜란드나 영국의 동인도회사에 들어가 무역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을 것도 같고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피사로를 따라 아메리카 대륙을 휘젓고 다녔을지도 모른다아니면 마젤란 선장과 함께 대서양을 건너 남미대륙 끝 파타고니아를 돌아 태평양을 발견했을지도... 

우리 역사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나는 1800년대 말 고종 임금 때 일본의 신문물을 알기 위하여 파견되었던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분명 참여했을 것 같다기성세대는 거의 신사유람단으로 배웠지만 한국사 용어 수정안에 의해 조사시찰단으로 바뀌었다 한다. ‘신사는 양반을 뜻하고 유람단은 유람하는 단체를 뜻하니 뭔가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용어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각설하고이렇게 나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인간임을 자인한다그래서 모처럼 여행이라는 기회가 오면 이 호기심을 충족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한다

 


십여 년 전처음 해외여행으로 일본 규슈지방을 간 적이 있었다패키지여행이라 가이드를 따라다녀야 하는데 나는 슬며시 옆길로 빠져 동네 골목을 관찰하러 다니느라 일행을 놓친 적도 있었다일본인들특히 평범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주거양식사회 시스템 등 모든 것이 궁금했다나는 경치나 일반적인 구경거리보다도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더 관심거리였다현대판 조사시찰단인 것처럼 말이다그 호기심의 궁극적인 뜻은 우리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사는 것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것이다내가 19세기말 청년이었더라면 나는 분명히 쇄국을 고집한 흥선대원군을 위시한 척사파가 아닌 개화에 관심이 많았던 고종 임금과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고 김옥균박영효서재필유길준과 같은 개화파였을 것이다

나는 흔치 않게 주어지는 여행을 신사유람단이 아닌 조사시찰단의 눈으로 즐기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선진지 견학이랄까편하게 휴식 차원으로 즐겨야 할 여행마저 매의 눈으로 관찰하며 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 스스로 우스울 때도 있다하지만 그런 스타일이 주는 지적 만족감은 대단하다여행을 통해 보고 들은 것들이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지식들과 연결고리가 이어질 때 알게 되는 신세계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주에 가족들과 3박 4일의 여정으로 북해도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서 두세 시간 거리에 우리나라 두만강과 비슷한 위도 43도에 일본 최북단의 북해도가 위치해 있는데 그 크기가 대한민국의 80%나 되는세계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라 한다.

1800년대 중반까지 소수의 원주민 아이누 족만 살던 이곳이 제정러시아의 동진정책에 위협을 느낀 일본 메이지 정부가 본격적인 개척을 시작한 역사가 150여 년밖에 되지 않는 땅이다

북해도 최대도시 삿포로의 포로란 말이 아이누라고 한다.

그 넓은 땅에 인구는 550만 정도라 하니 끝없이 펼쳐진 구릉지대의 농지에 사람 한 명 보기 어려웠다감자옥수수 밭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여기도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들의 손에 영농을 의지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형편이라고 한다.

 

이렇게 모름지기 여행이란 그곳의 역사사회문화와 엮어질 때 훨씬 재미가 배가되는 법이다게다가 우리랑 다른 모습들을 보고 그 까닭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예를 들면 북해도 도로의 교통신호등이 거의 세로로 설치되어 있다우리는 모두 가로로 되어있지 않은가세로로 설치되어 있는 이유는 그곳이 엄청난 설국(雪國)이기 때문이다.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이 생각나긴 하지만 실제 무대는 아니다그래도 이곳의 소도시 오타루는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영화'러브레터'의 무대이긴 하다. 10월부터 눈이 쌓이면 6개월 동안 온 세상이 눈으로 뒤 덮인다. 1~2미터씩 쌓이는 눈 때문에 도로 경계선을 표시하는 장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전봇대처럼 서있고 건물지붕에는 열선을 깔거나 급격한 경사의 박공지붕들이다

북해도 주민들은 겨울철 아침마다 자기 집 앞 눈 치우는 것이 일상이다그래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이것은 법으로 규정된 것이다물론 공용도로는 지자체에서 제설작업을 한다.

일본의 주택이나 빌딩 등 거의 모든 건물들에 공중파 TV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우리는 과거에나 보던 모습들이다광활한 면적에 유선을 깔기가 어려운 까닭이다그래서 위성방송을 수신하는 안테나가 집집마다 빼곡하게 설치된 모습을 본다

일본의 자동차와 도로가 우리와 반대인 것은 메이지 시대에 서구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당시 세계의 기준이었던 영국의 제도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알고 보니 영연방을 비롯한 세계 50여 개 나라가 좌측통행을 한다고 한다우리가 사는 방식이 모두 기준은 아닌 모양이다그래서 견문을 넓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짧은 여행을 통해서 논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일본을 매번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사회가 조밀하게 매뉴얼 화되어있다는 것이다빈틈없이 돌아가는 사회랄까숨이 막힌다고 해야 할까하지만그렇게 사는 게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 보였다한국인들 기질엔 맞지 않는 사회라고 생각되었다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어릴 때부터 세뇌하는 메이와꾸 문화가 있는가 하면 사회와 고립된 삶을 사는 히키코모리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오타쿠’ 문화,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이지메’ 등 뭔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 만연되어 있음에도 겉으로 보기엔 차분히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이제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사회문제화 되고 있지 않은가마치 양파처럼 자꾸 까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일본 사회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여행은 많은 생각들이 가지치기를 해 나가는 매력적인 요소를 가졌다몇 달 지나면 또 몸이 근질근질해지겠지?

 


작가의 이전글 도덕 선생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