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뭘 말하려는 건지는 알 수 있어야…
아무래도 진로를 마케팅 쪽으로 잡고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요즘은 광고를 보다가 ‘저게 효율적일까?’ 라는 식의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알바천국과 알바몬의 광고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뭐 솔직히, 마케팅이 진로일 뿐이지 아직 직무경험도 별로 없고, 깊게 공부해본 적도 없는 내 입장에서 마케팅적으로 파고들 자신은 없다. 다만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하면서 하도 스토리텔링에 대해 주워듣다 보니 어떤 콘텐츠들을 봐도 스토리텔링적 요소들을 찾게 된다.
물론, 길어봐야 30초 가량인 TV광고에서 스토리텔링을 녹여낸 광고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결국 광고라는 것의 핵심은 ‘이걸 보는 너가 왜 우리 제품을 사용해야/구매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면 딱 그 이유에서 시작하면 될 일이기도 하다.
(광고의 생태를 아직 몰라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엥 싶다면, 여러분의 말이 다 맞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봐도, 알바천국 광고가 말하는 바를 파악을 못하겠다.
전소미와 리정이 나와서 알바씬의 리더가 누군지 아냐면서 춤을 추는데, 아니 이거랑 알바 구하는 앱이랑 무슨 상관인건가 싶다. 조금 강하게 이야기하면, 전속모델인 전소미에, 요즘 인기있다는 스우파 댄서 한명 섭외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광고 같다.
“알바씬의 리더는 알바천국”이 핵심 메시지인지, 아니면 “알바천국을 이용하는 여러분이 바로 알바씬의 리더” 인지. TV광고에서 보여지는 메시지만으론 파악하기가 어렵다. 파악한다손 하더라고, 이 두 메시지가 과연 사용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메시지인가? 라는 문제가 남는다.
“알바씬의 리더는 알바천국” 이라면 이는 경쟁 어플리케이션인 <알바몬>보다 알바천국이 더욱 훌륭하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인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훌륭한지는 알 수가 없다. “알바천국을 이용하는 여러분이 바로 알바씬의 리더”가 메시지어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인데 알바씬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워딩 선택도 그렇고, 대체 <리더>는 무슨 의미로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
광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댄스 역시 뭘 의미하는 건지 혼란스럽게만 하다. 그냥 전소미와 리정이 참 춤을 잘 추고 멋지구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면 성공적이지만, 대체 알바천국과 무슨 연관이란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마다 참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광고다. 공감이 전혀 안 된다.
그렇다면 알바몬의 광고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알바몬 광고가 훨씬 낫다 싶다. 최소한, 뭐를 전달하려는지는 알 수 있었으니까. 알바몬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알바몬은 <알바를 리스펙트>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꽤 오래 전부터 꾸준히 밀고 있었고, 이번 광고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메시지가 매번 오락가락하는 알바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영지와 원슈타인이 메인 모델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평범한 일반인>캐릭터들의 비중이 더 높다. 걸레질을 한다던가, 인형탈 알바라던가… 단순히 메인모델 두명의 춤으로 광고를 채운 알바천국과 달리 알바몬은 메인모델이자 연예인인 이영지와 원슈타인의 비중을 줄이고 일반 캐릭터의 비중을 높여 사용자와의 공감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기도 댄스가 등장하긴 하지만(대세는 대세인가보다 댄스…) 중간에 아주 잠깐, 지루해질 때쯤 분위기 환기용으로 등장할 뿐이고 그마저도 멋진부분만 잠깐 보여주고 빠르게 넘어간다. 전반적으로 화려함이나 연예인 빡! 이런 느낌이 아닌 실제 알바생들이 왜 알바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고 그 점을 잘 파고든 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꾸준히 빌드업해온 핵심 메시지가 드디어 완전히 정착한 느낌이랄까. 이전까지는 단순히 연예인이 나와 <알바를 리스펙!>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확실히 앱과 사용자간의 공감대 형성을 더욱 중시하는 느낌이다.
주저리주저리 많이 썼지만, 결론적으로는 나라면 알바몬 앱을 쓸 것 같다는 말이다. 알바천국은 그냥, 너무 대놓고 스우파+전소미+당당함/리더 등등 MZ세대가 좋아하겠지??? 느낌으로 꼰대들이 만든 광고 느낌이 난다. 그냥 무조건 유행하는걸 다 같다 붙인 광고같달까.
알바몬은 그런 부분에서 잘 절제했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이 MZ를 타겟으로 춤도 넣고, 힙합도 넣고 이영지도 넣고 했지만 유행에 잡아먹히지 않고 전하려는 메시지를 비교적 명료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것 같다.
이 글 쓰려고 알바천국 예전 광고들도 다시 봤는데, 여기는 예전부터 꾸준하게 광고를 못 만드는 것 같다. 하나같이 메시지가 뭔지를 모르겠다. 뭔지 알아도 별로 와닿는 느낌이 없다.
공감의 유무는 수치로 드러났다. 2월 현재, 알바천국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약 8만회, 알바몬의 유튜브 광고 조회수는 약 78만 회로 거의 10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알바천국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