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쪽 본능

사람들은 왜 앞쪽 자리를 꺼려할까?

by 천석호

며칠 전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예비 고등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설명회가 있었다. 당시 딸아이가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설명회를 마친 시간이 해가 진 저녁이고 학교와 집 간 거리도 있어서 차로 데리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물어보니, 자리 안내자를 맡아서 먼저 온 분들께 앞쪽 자리에 앉아달라고 권유했지만 대부분 뒤쪽에 앉으셨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강의실, 회의실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대부분 뒷자리부터 채워지는 경향이 많다. 어제 다녀온 교회에서도 유심히 살펴보니 1층 뒷자리와 2층은 사람이 많은데 1층의 앞쪽 자리는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나는 극히 내향적이다. 지정석으로 되어있지 않는 한 공공장소에서 앞쪽 자리에 앉는 일은 거의 없다. 앞쪽이든 뒤쪽이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다. 영화관 예약 시에도 최대한 뒤쪽 구석을 선호한다. 이런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외향적인 사람들조차 모임 장소에서는 뒤쪽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한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해졌는데, 척척박사이신 AI 님과 질의응답을 통해 얻은 결론은 크게 5가지다


✔ 안전하고

✔ 부담이 적고

✔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 심리적 거리를 둘 수 있고

✔ 참여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향, 외향의 성향과 관계없이(주목받길 좋아하고 뻔뻔함을 기본기로 갖춘 정치인은 예외로 하자) 대부분의 사람은 뒤쪽 자리에 앉을 때 더 편안하다. 앞쪽에 앉을 때 닥칠 위험(선생님이나 진행자와의 원치 않는 눈 맞춤, 대답 참여 압박, 뒤쪽 시선의 부담, 공간 이탈 제약 등)이 많은 게 사실이다. 또 휴대전화를 보거나 딴짓하기 어렵고, 편하게(?) 졸지 못하고, 생리 현상이 급해질 경우 대처하기 어려움 등 불리한 게 많다.


딸아이의 봉사활동 에피소드를 통해 ‘뒤쪽 본능’이 얼마나 보편적인 정서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모임이든 앞자리를 굳이 권유하기보다, 참여자들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처럼 순응 성향이 강한 사람은 앞자리를 권유받으면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이끌리고, 그 결과 오래 불편한 상황에 머물게 될 수도 있다. 부지런히 일찍 왔음에도 오히려 손해 본 듯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사실 열성적인 참여자는 권유하지 않아도 앞자리를 선택할 것이고, 참여자가 많아지면 앞자리는 자연스럽게 채워지기 마련이다. 또 늦게 온 사람의 자리가 제한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공정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