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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외상과 화상의 일반 처치

[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https://youtu.be/FqF4j2R0aqA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 이번 주제는 중증 외상과 화상의 일반 처치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모든 외상 상황을 다룰 순 없지만 가정에서 또는 야외에서 발생하는 외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알아두시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 우선, 다쳤을 때 제일 중요한 건 뭔가요?


>> 만약 의식을 잃을 정도나 심한 출혈을 보이는 등의 외상은 따로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서 중증도에 따라 외상센터나 응급의료기관 등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우연히 현장에 있어서 119 도착 전까지 처치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할지 망설여지는 경우라면 외상의 일반 처치에 대해 미리 알고 계시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설명드립니다.


3. 일전에 응급상황에서의 ABC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런 얘길 해주신 적이 있거든요?


>> 네, 응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ABC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ABC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로 기도 (airway), 호흡 (breath), 순환 (circulation)으로 이뤄지는데요. 심폐소생술 상황에서는 이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C 가 흉부압박 (compression)을 의미하고 가장 중요하므로 CAB라고 해서 흉부압박을 먼저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이 있고 ABC 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머리, 가슴, 배, 목 손상 여부입니다. 만약 의식이 없거나 의식 저하가 있다면 머리와 목의 손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함부로 일으켜 세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바로 119 상황실의 도움을 받아서 훈련받은 구급대원의 도움으로 경추고정 등의 처치를 하고 응급실로 이송해야 합니다. 머리, 가슴, 배, 목의 손상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부딪혀 다친 경우에는 특별한 출혈이 확인되지 않아도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4. 팔다리에 출혈이 심한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팔, 다리를 일컫는 사지의 손상은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출혈이 심한 경우는 압박 지혈을 먼저 시행해 실혈로 인한 사망을 막아야 합니다. 수건이나 옷을 이용해 압박해도 출혈을 막을 수 없다면 상부를 묶어서라도 지혈을 해줘야 합니다. 붓거나 통증이 심한 부위는 가능하면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손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부목 등으로 고정하는 처치도 필요합니다.


5. 칼에 손을 베인다든지, 문틈 사이에 손가락을 찧인다든지 하는 등의 상황도 있는데,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집에서 칼에 베이거나 가구에 찧어 손가락을 다쳤을 때 출혈이 많이 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으신가요? 손가락은 좌우 양쪽에서 소동맥과 정맥이 한데 뭉쳐 총 네 갈래로 지나가기 때문에 지혈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지혈제를 뿌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는 담뱃재나 된장을 발라 오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모두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깨끗한 거즈가 좋지만 거즈가 없으면 수건으로 눌러 출혈을 막고 응급실에 방문해 상처 안쪽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혈도 지혈이지만 손가락은 인대 손상이 매우 흔한 부위이기 때문에 응급실을 통한 세심한 진찰은 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손가락이 칼에 베인 수준이 아니라 절단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6. 상상도 하기 싫은데... 그 순간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기만 할 것 같은데요.


>> 생리식염수가 있으면 잘린 손가락을 담가서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집에 생리식염수를 비치해 둔 경우는 별로 없겠죠. 깨끗한 비닐봉지를 부풀려 천이나 거즈로 잘린 손가락을 싸서 넣어 밀봉한 뒤 차가운 물이나 얼음물에 담가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이나 얼음에 손가락이 직접 노출되면 세포막이 파괴되어 수술 결과가 나빠지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면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수지접합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도 치료에 중요한 사항입니다. 1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무리 작은 피부 조각이라 하더라도 붙여 놓는 것이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일단 모든 절단 부위는 병원으로 가져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7. 교통사고나 낙상을 당하는 경우, 이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요? 의식이 없을 정도의 사고라면 119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아무런 대처를 못할 수도 있고, 또는 주변분들이 도움을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알아두면 좋을 행동요령같은 것이 있을까요?


>> 그럼 이제 외상의 종류에 따라 나눠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기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전과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충격량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보행자 교통사고, 자전거나 오토바이 탑승자 교통사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의 교통사고, 차량 전복사고, 사람이 차량 바깥으로 튕겨 나온 경우의 사고, 사람 쪽으로 20cm 이상 프레임이 밀려 들어온 사고의 경우에는 중한 교통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세히 진찰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경우는 119 구급대원을 통해 이송해 즉시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후미 추돌이나 접촉사고 등 경한 사고의 경우에는 심한 통증이 없다면 다음날 외래진료를 받아도 무방합니다. 다만 근육 통증의 특성상 사고 당일보다 다음날부터 더 통증이 심해질 수 있으니 놀라지 말고 병원에서 도움받으시면 되겠습니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 3-5일간 치료를 받고도 호전이 없는 통증이나 붓기에 대해서는 추가 검사를 시행받게 될 수 있습니다.


8. 머리를 다쳤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토는 안했는지, 어지럽지는 않는지... 이런 걸 주로 살피는 것 같던데요?


>> 먼저 머리를 다친 상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정신을 잃고 넘어진 경우나 쓰러져 머리를 부딪힌 뒤 정신을 잃은 경우 모두 머리 CT를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외 경련이 동반된 경우, 상처가 있는 경우, 낙상 등 체중이 실리는 기전으로 다친 경우에도 응급실 방문이 필요합니다. 다친 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켜보셨다면 구역, 구토, 어지럼증, 두통이 발생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응급실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뇌진탕 증후군일 수도 있지만 정도에 따라 뇌출혈 여부는 꼭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 특히 말 못하는 유아나 영아가 머리를 다친 경우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일단 대화로는 증상이 확인이 안 되니 머리 CT 촬영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부모님이 봤던 상황과 기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처나 경련, 의식소실이 있었던 경우는 당연히 머리 CT를 확인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아이의 키보다 높은 데서 떨어졌거나 쿠션이 없는 딱딱한 바닥이었던 경우, 또 한 가지는 부모님이 너무 걱정스러워 확인을 원하는 경우에도 머리 CT를 진행하게 됩니다.


유아나 영아는 CT실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2~3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재우는 약물을 이용해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재우는 약물은 먹는 약부터 엉덩이 주사, 관장하는 약까지 여러 투여 방법이 있습니다. 환아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다를 수가 있어 경우에 따라 깊게 잠드는 경우부터 잠은 자지 않고 계속 칭얼대기만 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9. 화상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외상 중 하나인데, 화상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개인적으로 화상에 관련한 경험을 말씀드리면, 세 살 때 라면물에 양쪽 대퇴부를 데인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라 화상처치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자전거 타고 노느라 균도 많이 들어가 그런지 지금도 다리에 큰 화상 흉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는 멋모르고 차량 라디에이터를 열었다가 뜨거운 냉각수에 팔 전체를 데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차가운 수돗물에 5분 정도 노출시키고 충분히 식혔다고 생각했음에도 물에서 팔을 빼자마자 수포가 울룩불룩 올라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 때는 병원에서 실습할 때라 보름간의 화상처치를 받고 흉 없이 잘 아물었습니다.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다친 경우 먼저 시행해야 할 응급처치는, 일단 다친 부위의 온도를 낮출 목적으로 흐르는 수돗물에 10분에서 30분 정도 노출시켜서 차갑게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근처 응급실에서 24시간가량 화기를 빼주는 멸균 패드를 대는 화상처치를 시행하게 됩니다. 만약 화상 부위가 넓거나 얼굴, 손, 발, 관절, 성기 등 피부 구축에 의한 합병증이 예상되는 경우, 지역 화상 전문센터로 전원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입원해서 항생제 치료를 포함해 하루 수차례 화상처치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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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야기와 응급실 사용 설명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과 배려로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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