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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환자 응급상황

[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 주제가 말기 암환자와 관련한 거라고요?


>> 말기 암환자의 가족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고생하시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 참 많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로 의사에 준하는 지식과 경험을 가진 보호자 분들도 보게 되고요. 헌데 응급상황은 항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평소 간병하던 보호자가 없을 때, 잠깐 먼 곳으로 외출을 나왔을 때 같은 경우 말이죠.



2. 말기 암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응급상황이라고 하면, 어떤 경우인가요?


>> 암환자의 상태와 암 종류에 따라 다 다르겠죠. 예를 들면 두경부 암 환자의 간질 경련 이라던지 폐암 환자의 호흡곤란이나 대량 객혈, 간암 환자의 토혈 혈변 같은 응급상황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말기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때 심한 복통을 호소하셔서 깜짝 놀라서 가봤더니 안절부절 못하면서 화장실에서 변은 안 나오는데 배가 너무 아프다 죽을 것 같다 하시면서 서서히 의식이 없어지셨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응급 상황들이 혹 발생할 수가 있죠.


   그래서 말기 암환자를 가족으로 두신 보호자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따로 해드리고자 합니다. 옆에서 오랜 기간 간병해 오신 분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를 하나 싶을 수 있겠지만, 의료현장에서 보면 모든 보호자분들이 전문가이신 게 아니더군요. 먼저 병력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3. 병력이요?


>> 응급실에 오실 때,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가 꼭 함께 오셔야 합니다. 연락이라도 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병원을 옮겨 진료를 받고자 할 때, 검사 결과지와 영상검사 자료, 소견서 또는 진료 의뢰서를 작성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져가면 원무과에서 등록하는 절차가 있지요? 현재까진 병원 간에 원격으로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정보를 복사해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개인 정보와 병력 정보 보호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머지않아 기술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응급상황에서는 평소 암 관리를 받던 병원이 아니라면 환자 정보 없이 응급실 진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가령 어떤 종류의 암이고 병기는 어느 정도이고 치료는 어디까지 받았으며 현재 어떤 치료가 예정되어 있는지, 최근 받은 치료의 예상되는 합병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응급상황을 맞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병원의 응급실에서는 이를 전혀 알 수 없어 보호자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4. 더군다나 환자가 의식이 없다거나 하면 보호자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정확하지 않으면 또 문제가 되겠군요?


>> 그렇죠. 만약 환자는 의식이 떨어지거나 호흡곤란이 있어 대화가 되지 않는데 함께 온 보호자가 전혀 환자 상태를 모르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119 구급대를 통해서 환자만 먼저 보내놓고 보호자는 차로 따로 온다고 아니면 짐챙겨 온다고 함께 오시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의료진은 눈 감고 치료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응급상황이라서 평소 진료 받던 병원으로 바로 갈 수 없는 경우에는 근처 응급실로 오시되 상황을 잘 아는 보호자가 꼭 동승해 주세요. 이전에 받았던 소견서나 퇴원설명서, 또는 현재 복용 중인 약의 리스트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그리고,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에 대한 의사 결정을 미리 해두고 가족 간에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건 어떤 얘긴가요?


>> 네, 이거 중요한 얘깁니다. 말기 암 상태임을 진단받고 이런 저런 검사와 치료를 받느라 환자와 보호자가 지치고 나면, 사실 이런 얘기를 꺼내기 힘드실 것입니다. 물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평소 환자의 의견이 어떠했는지 미리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정말 필요할 때 환자의 의사를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말기 간암으로 안 좋으실 때 미리 가족들이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을 하겠다, 하지 않겠다, 라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어요. 그렇다보니까 응급상황이 생겨서, 복강 내 출혈이었거든요. 복강 내 출혈이 생겨서 의식이 없어졌을 때 미리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까 결정을 하는데 혼란이 많았었습니다.


   저는 이제 상황을 아는 의료진이다 보니까 더 어떤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 같은 거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가족들한테 전달을 했고 가족들은 그래도 자식된 도리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이런 결정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가 있죠. 이런 일들은 응급실에서 흔히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미리 명확한 의도를 환자분한테 미리 알아놓고 공유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얘기도 있으니까요. 



5-1. 그런데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을 환자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 건가요?


>> 환자가 결정하는 게 맞죠. 최종 결정은 환자 본인이 하는 게 원칙입니다. 환자분께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일 때 직접, 명확한 표현으로 물어보세요. 만약 호흡이 곤란해서 목에 관을 넣고 인공호흡 치료를 해야 하거나 심장이 멈추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면 이를 진행하실 의향이 있는지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이 치료를 중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인공호흡 치료나 심폐소생술 외의 약물치료 등은 진행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의도를 확인했다면 미리 다른 가족들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5-2. 가족들과 공유를 해야 한다는 건 뭔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건가요?


>> 환자와 가장 가까운 보호자만 상황을 알고 있어 착오가 생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급한 상황에서 동행한 보호자의 확인 하에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고 합시다. 이후에 상황을 더 잘 아는 보호자가 도착해 환자는 연명치료를 원치 않았다고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때엔 의료진으로서는 법적인 문제로 기관 삽관 튜브를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 있었습니다. 뇌출혈 환자 보호자가 비용 문제로 무조건적인 퇴원을 요구해서 의료진들이 퇴원시켰다가 살인 방조죄로 처벌받은 사례입니다. 그 이후로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보호자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퇴원시킬 수 없게 된거죠. 그런 면에서 환자의 의사와 보호자 분들의 판단을 잘 종합해서 결정을 내려놓고 공유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오늘 말기 암환자 보호자분들이 응급상황에 대비해 꼭 알고 계셨으면 하는 내용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병력을 잘 아는 보호자가 함께 오실 것, 두 번째는 미리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같은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 두는 것, 이 결정을 가족들간에 공유를 해두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일단 두 가지만 잘 기억하고 계신다면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적어질 것 입니다. 아울러 기나긴 암 투병으로 고통 받고 계신 암 환자와 가족들께 응원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6. 아마 긴 병상 생활에 환자분들의 고통도 크지만 주변에서 간호하고 간병하는 보호자 분들의 마음도 많이 힘드실 텐데요. 심적으로 지쳐있다 보면 이렇게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나 대비해야 되는 상황들에 대해서 놓치는 부분도 충분히 있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그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보시면 좋을 정보들 같이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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