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중증외상, major trauma라고 하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다쳐서 온 환자의 경우를 중증외상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평가하는 중증외상의 기준은 Injury Severity Score라고 해서 손상을 입은 부위별로 점수를 매겨서 15점 이상이면 중증외상으로 정하게 됩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과 복강 내 출혈이 있다든지 낙상으로 인해 폐 손상이 발생해 혈압이 안 잡힌다든지 하는 상황들을 예로 들 수 있겠죠.
>> 일반 응급실이라고 하면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지역 센터를 말씀하시는 것일 텐데 병원 사정에 따라 치료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외상이 어려운 것이 뭐냐 하면, 한눈에 봐도 중증외상인 환자도 있지만 머리 가슴 배 CT 검사를 다 해봐야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는 환자도 많거든요. 그래서 응급실에서 처치 가능한지 여부는 그때그때 다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중증 외상센터는 그때그때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외상을 보는 신경외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정형외과의 전문의들이 상시 상주함으로써 바로바로 협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병원에서 외상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아주 크다는 것이 문제겠죠. 그래도 중증외상 센터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때 석해균 선장님을 아주대 이국종 교수님께서 고생을 해서 살려내셨고 그 뒤로도 중증외상 문제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을 해주시고 언론을 통해서 위험성을 알려주시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셨었죠.
지금은 전국적으로 9개 권역 외상센터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석해균 선장님이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받을 때에 비해서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죠. 이에 따라 외상환자 예방 가능 사망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외상 분야가 40대 이하 젊은 인구에서 사망 원인 1위일 정도로 중요한 문제임에도 정치적으로 별 관심을 얻지 못해 발전이 늦어졌는데요.
제가 수련받던 10년 전에는 중증 외상으로 응급실 오면 검사 다 해서 해당과 불러야 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검사받다가 유명을 달리해야 했거든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외상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외상센터가 지정되어 해당과 전문의들이 바로바로 진료하고 있다는 것이 응급의학과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보통 중증 외상의 골든타임은 한 시간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사고 발생으로부터 수술방까지 한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사실 외상의 종류에 따라서는 한 시간도 너무 긴 시간일 수 있죠. 복강 내 출혈이나 흉강 내 출혈이 심하면 혈압이 뚝뚝 떨어지는데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식은땀 나거든요.
>> 네. 안타깝게도 아직도 중증 외상환자가 한 시간 내로 권역 외상센터에 도착하는 비율이 낮습니다. 119 구급대에서 외상의 종류에 따라서 현장에서 판단을 해서 중증외상이다 하면 바로 권역 외상센터로 이송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그런 시스템까지 돌아가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응급실에서 검사 다 받고 중증외상이구나 하면 전원 보내고 하다 보니 시간이 수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제도로나 교육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일단 닥터헬기가 전국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요, 그 수가 아직은 많지가 않고 섬이나 이런 의료 취약지역에 출동하는 건수도 많고 중증외상도 중요하긴 한데 도로 사정이나 이런 게 오히려 더 빠를 수도 있고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기 때문에 그리고 또 닥터헬기가 중증외상센터에 명확하게 다 있는 게 또 아니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일단 육상 이송이 빠른 게 중요한데 그런 게 좀 아직은 안 되는 부분이 있죠.
>> 수술 기록지를 봐야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다 알겠죠? 총알이 산탄총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아마 추정해보자면 총알이 들어가면서 소장과 장간막을 여러 곳을 뚫고 들어가면서 복벽에 박혀있었다 그걸 제거하는 과정에서 소장에서 여러 파열 부위를 repair 하고 장간막 부분도 제거하는 부분이 필요했다 이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 소장에 있던 회충 같은 기생충들이 총알에 의한 장벽 손상으로 무균상태인 복강에 나와 있던 걸 제거했다는 말씀일 테고요. 당연히 복강 안에 기생충이 남아있지 않아야 하는데 혹시 작은 기생충이 남아서 복강을 헤집고 다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재수술도 필요할 수 있고 그렇겠죠? 수술하실 때 여러 번 씻어내고 잘 확인하고 나오셨겠죠. 아마 수술하신 교수님 입장에서는 걱정되어서 그런 말씀도 하신 것 같습니다.
>> 총상은 penetrating trauma라고 하고요. blunt trauma라고 해서 복벽에 둔기 같은 걸로 맞거나 어디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하면 장간막이나 소동맥에 혈관이 찢어져서 복강 내 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보통 출혈을 막고 피난 것만 씻어내면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면 위나 십이지장 궤양이 진행되어서 위 천공이 생기면 음식물 등이 무균 상태인 복강 내로 빠져나와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극심한 통증과 열을 일으키게 되는데 조금만 늦어져도 염증반응에 의해 조직이 괴사 되어서 패혈증이 올 수 있고 사망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총상에 의한 복부 장기 손상도 출혈의 문제도 있지만 복강 내 감염 문제가 또 하나의 큰 문제가 됩니다. 칼에 의해서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때에는 한 군데에만 상처가 생기고 그 부분만 repair를 하면 되는데 총상에 의한 손상은 복합적이고 여러 곳에 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문제가 크겠죠.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총기 소지가 쉽지 않다는 게 의사로서는 천만다행입니다.
>> 중증 외상이야 여러 가지 기전으로 발생하죠.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무서운 외상은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외상입니다. 머리 가슴 배 한 곳만 다치는 게 아니라 여러 곳이 다치다 보니 생명을 잃는 경우도 흔하고 후유장애도 큰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오토바이로 배달일 하시면서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시던 가장이 사고로 사망하셨을 때 그 가족들의 오열이 자꾸 기억에 떠오르곤 합니다. 큰길 무단횡단하다 발생하는 보행자 교통사고도 무서운 외상 중 하나이고요. 이럴 땐 술에 만취해서 앞뒤 안 보고 길 건너거나 횡단보도 돌아가기 귀찮아서 그냥 건너시던 할머니들이 크게 다쳐서 오십니다.
높은 곳에서 낙상사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외상 중 하나입니다. 건설 작업하시던 분인 경우도 많고 사회가 어렵다 보니 자살 목적으로 뛰어내리는 분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고요. 이거 계속 얘기하면 너무 우울해져서요.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응급처치는 바이탈 잡는다고 표현하는데 기도 유지하고 산소포화도와 혈압이 유지되도록 조치하면서 근본 원인 해결책인 수술방으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역할입니다. 그 시간이 짧을수록 귀한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