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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등 재난 재해 관련 응급상황

[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1. 교수님, 얼마 전에 포항에서 지진이 있었잖아요.

    많은 분들이 놀라고 부상도 당하고 하셨던데,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응급상황도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 네 이런 지진이나 태풍같은 자연재해 등을 대량 재난재해라고 하는데요. 라디오 듣고 계신 분들 중에서 피해 입으신 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건물에 심각한 균열이 가고 창문이나 진열장이 깨져서 부상이나 피해 보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작년에 경주에서 발생했던 지진의 아픔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큰 지진이 발생해서 마음이 많이 안 좋습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경남권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큽니다.


   비록 제가 직접 지진 현장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대량 재해 재난 대비 안전 훈련을 받았던 경험에 비춰서 오늘 내용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1. 이런 응급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야 가장 좋겠지만 그래도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설명을 부탁드릴께요.


>> 일단 지진에 대해서 중심으로 설명을 좀 드려야 되겠죠. 제일 먼저 지진이 나서 건물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몸을 다치지 않게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특히 넘어지거나 낙하물에 머리를 다치면 의식을 잃어서 다음 대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를 보호하는 게 우선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쪼그려 앉아서 책상 아래나 식탁 아래로 숨어 들어가야 합니다.


    책상이나 식탁이 없으면 머리를 보호할 베개나 쿠션, 책 등을 챙겨 낙하물이 없는 벽 근처, 아니면 탈출을 대비해 문 근처로 몸을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상황이 된다면 문이 고장날 때를 대비해서 문을 열어놓으라고도 하는데 당장 한 발짝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 일단 책상 아래로 피하는 게 낫겠습니다. 이 때 유리창 근처는 깨진 유리에 의한 부상 위험으로 피하는 게 좋습니다.


   지진이 일차로 지나가고 나면 1-2분 정도 안에 지나가게 되거든요. 다음 여진이나 더 큰 본 지진이 오기 전에 주위에 노약자나 부상자를 챙겨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죠. 엘리베이터는 정전 위험도 있고 구조를 위해 활용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고 계단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게 우선입니다. 깨진 물체로 인해 발을 다칠 수 있어서 신발을 챙겨 신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겠고요. 건물 밖으로 나가면 가능하면 건물이 적은 주위 공원이나 운동장 같은 평지로 이동하도록 합니다. 가스렌지나 전열기 같은 기구가 켜져 있으면 화재 등 더 큰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까 나오실 때 각자 끄고 나오시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1-2. 만약에 이런 위급한 상황인데 차를 운전하는 중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만약 자가 차량을 운전 중이었다면 차량을 도로 옆 갓길 등에 세우고 지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차량 자체가 어느 정도는 머리를 보호해 줄 방어막이 되기 때문에 차량 밖으로 나가는 것 보다는 차량 안에서 대기하는 게 더 좋겠죠. 차량 안에서 라디오나 DMB 로 재난 재해에 대한 방송을 켜고 상황을 파악하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혹시 차에서 멀리 이동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키를 꽂아두고 이동하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응급 차량이 지나가는 데 필요하면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겠죠.


   다음은 부상을 입었을 때 대처인데요. 심한 부상을 입었다면 119 구급대 도움을 받거나 자차로 근처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이 있는데요. 지진과 같은 대량 재해 상황에서는 사회 안전 시스템인 119 구급대와 응급실의 자원이 급격하게 소진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심한 중증 환자가 갑자기 많이 생겨서 119 대원과 응급실이 마비가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정말 의식이 없는 상태나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황이 아니면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응급실 도움을 받았을 단순 열상이나 발목 염좌, 낙하물에 긁힌 상처 등도 이런 대량 재난 재해 상황에서는 원활하게 도움 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 중증인 환자들을 위해서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니까요.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119 상황실에서 근무중이신 분들 얘기를 들으니 ‘지진이 났어요, 괜찮은 건가요?’‘창문이 깨졌어요.’ 등 단순 신고가 그렇게 많다고 합니다. 대응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하는데요. 불안한 마음에 휩싸이면 그럴 수 있다고도 이해해 봅니다만, 이런 대량 재해 상황에서 하는 단순 신고는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행동이 될 수 있으니 자제 부탁드립니다. 또 도움 받겠다는 욕심에 119 구급대 출동을 요청하면서 상황을 과장하는 것도 피하셔야 합니다. 그 사이에 어딘가에서 내 동료, 내 가족이 숨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사회 안전 시스템이 역할 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2.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도움을 못받는 경우에 부상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응급처치를 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 일단 지진이 발생했을 때 부상자를 발견했다면 대부분 외상이 문제가 될테니까 일반적인 외상에 대한 응급처치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심폐정지 상태인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환자가 많다면 의식 호흡 맥박이 없는 사람은 포기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출혈이 심한 환자에게 지혈을 돕는 것이 일반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처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깨끗한 거즈가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깨끗한 수건으로 상처부위를 눌러주는 게 좋겠고 절단 상태거나 상처가 너무 커서 눌러주는 정도로 안되면 절단부 위쪽에 수건이나 옷을 묶어서 동맥 출혈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남자분 중에 군대에서 훈련 받으신 분이면 지혈대 사용법 배우신 것 기억하실 거에요.


   이 정도 심각한 상황이 아닌 발목 삔 환자거나 작은 열상이나 찰과상 정도의 상처라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게 좋겠죠. 만약 근처에 중한 환자가 많다 싶으면 가까운 응급실은 일부러 건너뛰시고 거리가 좀 있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왜 그런고 하니 대량재해 때 119 구급대와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현장에 DMAT 팀이라는 현장 대응 진료소를 만들게 되는데 이 때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중한 환자를 가까운 응급실에서 진료받게 하고 경한 환자들을 먼 곳 응급실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과거 삼풍백화점 사고 때나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처럼 환자가 다수 발생했을 때, 생명에 위협이 없는 환자들이 먼저 이동이 가능하니까 가까운 응급실로 들어가는 바람에 실제 생명에 위협을 겪는 중환자들이 오히려 먼 응급실로 이동하느라 생명을 잃는 일이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DMAT 현장 대응 팀이 triage 라는 것을 해서 중한 환자를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배치를 하게 되었죠. 재해 재난에 대한 빠른 대응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라 하겠습니다.



3. 지진이 난 것도 굉장히 큰 문제고 부상의 위험도 있지만 지진이 나면서 또 화재가 발생하면 위험한 상황이 겹쳐지는 거잖아요?


>> 맞습니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도 초기 대처 요령이 중요한 경우가 생깁니다. 많이들 기억하시는 화재 사건으로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이 있었고 최근에는 올 초 동탄 메타폴리스 복합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네 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죠. 그 외에도 3년 전 고양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사고와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 등 큰 인명피해를 입혔던 화재 사고가 많았습니다. 평소 작은 불이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불이야!’를 외치고 119 신고를 하고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해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도록 훈련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컨트롤 할 수 없는 큰 화재가 발생하면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피를 해야겠죠. 당장 화염에 의한 화상도 문제지만 유독가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대응 요령이 중요합니다. 많은 수의 사망 사고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발생하거든요. 젖은 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고 안전한 피난 통로를 확보해 화재가 난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최우선이 되겠습니다. 통로가 막혀 탈출이 불가능 할 경우에는 무리해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지 마시고 완강기 등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지, 옆집이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피통로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보통 화재는 건물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119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까 위험한 탈출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3-1.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라고 하지만 사실 젖은 수건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있을 수 있거든요, 혹시 주위에 비닐봉투 같은 것이 있어도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 비닐봉투가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유독가스가 차지 않은 무릎 아래쪽 공기를 마시면서 대피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잖아요. 아래쪽 공기를 비닐봉투에 담아 입과 코에 밀착하고 숨을 쉬면 2-3분가량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대피로를 찾아서 건물 밖으로 나오면 되니까 큰 역할 하는거죠.



4. 화재가 발생하고 119가 바로 출동을 해서 도움을 받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혹시라도 화재로 인해서 의식을 잃은 사람이 발생을 했다거나, 화상을 입었다거나 했을 때 주위 사람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화재로 의식을 잃은 사람이 발생했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선한 공기가 있는 화재현장 바깥으로 환자를 옮겨야 하겠죠. 하지만 전문 장비 없이 화재 현장에 다시 들어가서 환자를 꺼내 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화재가 잦아든 곳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에만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의식까지 잃진 않더라도 어지러움 구토 등도 일산화탄소 또는 유독가스 중독 증상이 발생한다면 일단 화재현장에서 탈출한 경우에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외에 화상을 입은 사람에 대한 도움은 차가운 수돗물이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화기를 빼는 것이겠죠. 또 한 가지, 호흡기 화상이라는 게 있는데요. 입이나 코에 그을음이 있고 쉰 목소리가 나거나 한다면 기도에 화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은 괜찮다 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응급실에 가서 산소를 쐬면서 기도가 붓지 않는지 관찰하고 치료받는 게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화재 등 다수의 인명피해가 생기는 사건 사고들도 자주 발생합니다. 사회 안전 시스템을 자주 점검하고 훈련하면서 대응 요령을 숙지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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