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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충북 괴산고 의료인 특강 사전질문과 답변

《 사전 질문 》



1.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사람으로서 의사가 되기 전과 후, 죽음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사람이 눈앞에서 생과 사가 갈리는 상황,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할 때엔

사망을 선고해야 하는 입장에 자주 서게 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죠. 

특히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코끼리가 밟는 것 같다는 통증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들어와 급히 심근경색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던 중에 갑자기 심실세동과 심정지가 오고

급히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지만 돌아오지 않는 상황들을 접하면서

"아, 우리가 삶이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살고 있지만 언제든 갑작스럽게 끝이 올 수 있구나" 

하는 걸 새삼 자각하게 되요.



생각해볼까요? 이런 경우가 많죠.

갑자기 당한 밤중에 하교길에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치어 사고로 

의식없이 실려온 여고생의 경우도 기억이 나고요.

잠 안오고 우울했지만 가족들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본인도 별일 없이 이겨낼 수 있을거야 하고 상담과 치료 없이 지켜보다

어느날 우울감과 좌절감이 심해져서 갑작스레 자살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어요.



내 삶이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소중한 내 가족, 내 아이가 먼저 삶이 끝나는 경우도 있죠.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 했던 얘긴데 6살 여자아이가 감기증상이 심해서 

아빠 차를 타고 아침에 병원을 오고 있었어요.

전날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다고 했지만 별일 있겠냐 하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아빠 출근길에 소아과 외래에 들리기로 한거죠.

그런데 차 뒷자리에 태우고 오던 아이가 병원 주차장에 도착해서 돌아보니 

의식이 없이 입에 거품을 물고 파랗게 질려있었던 거에요.

응급실에 급히 들쳐업고 오셨지만 아이 심장은 심근염으로 손상된데다 

이미 멈춘지 오래여서 심폐소생술에도 반응이 없었어요.

그날 아빠의 울음 소리는 지금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어요. 

아이를 먼저 보낸 슬픔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안되는 크기인거죠.



그래서 사는 동안 내일이 끝이더라도 후회없도록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뭔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가능하면 미루지 않고 빨리 시작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날 하루 있었던 일 중에서 누군가에게 감사할 일이 있는지 살펴보고

블로그 비밀글에 하루 한두가지씩 차곡차곡 적어놓아요.

누가 같이 뭘 해보자 하면 빼지 않고 일단 약속을 잡고요,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면 가능하면 최대한 협조를 해요.

아이들이 버스여행 가자고 하면 오늘 아니면 내일, 적어도 1주일 안에 시간을 내어보려고 하고요,

동물원에 가자, 수영장에 가자 하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살다가 다행히 평온하게 세상을 뜨게 되는 날이면

"아, 참 재미있는 인생, 즐거운 여행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2. 사회에 위협을 가한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하실건가요? 또한 오직 '환자'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의료윤리 수업할 때 자주 나오는 얘기인데 테러범이나 살인자가 다쳐서 

응급실에 오면 어떻게 할꺼냐? 이런 질문과 같겠죠?

의료인의 윤리에서 환자는 무조건 치료를 해주는 것이 원칙이에요.

전쟁때도 의료인은 내 앞의 환자가 적군이라도 치료해주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참 말로는 쉬운데 맘 같지가 않죠.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벌주고 싶고...

자주 겪게되는 비슷한 상황이 이런거죠. 음주상태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주면서 난동 부리다가

손에 상처입고 왔다던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가해자라던가, 

심한 경우는 상황을 듣고보니 음주운전 가해자라던가...



실제로 음주운전 피해자가 너무 많이 다쳐서 겨우겨우 응급처치를 해서

생명줄 붙잡아놓고 응급수술 가능한 외상센터로 이송하고나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주 조금 다친 교통사고 환자가 와서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니 사람 치고나서 사고처리 마치고 온 경우.

근데 그 환자가 딱봐도 음주운전이야, 횡설수설하고 술냄새가 나.

그럼 심적으로는 미치는거죠. 치료가 문제에요? 벌을 주고 싶죠.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안되죠. 원칙대로 교과서대로 치료할 건 다 하고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해야하는거죠.

만약에 아직 경찰에 신고가 안되어서 음주운전이 발각되지 않았다, 그러면 신고는 할 수 있죠.

하지만 의료적인 방법으로 독극물을 주사한다던지 봉합할 때 더 아프게 마취를 안한다던지 

그런 복수는 해서는 안되는거죠.

결론은 심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으나 환자는 오직 환자다. 

그 사람의 죄에 대한 대가로 벌을 받는 과정은 법적으로 받도록 하면 된다.




3. 가정폭력이나 자살 시도가 의심되는, 여러 복합적 감정이 혼재된 의료 상황에서 어떻게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나요?



가정폭력도 그렇지만 아동학대 의심상황 이런 것들이 좀 복잡할 때가 있죠.

대여섯살 됨직한 남자아이가 머리에 상처를 입어서 왔는데 같이 온 엄마는 넘어져서 다쳤다고 해요?

그런데 딱 봐도 상처가 넘어진 상처가 아니에요. 

119 대원은 처음에 리모컨 던진 것에 맞아서 다쳤다고 했다 하고.

진술이 바뀌었고 머리 상처가 날카로운 것에 찔린듯한 상처다 그러면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게 맞겠죠?

아이 치료하고 그 사이에 경찰 신고했는데 경찰이 응급실 문 앞에 온 걸 알고나서 

난리가 났죠. 다 죽여버린다고.

알고보니 전 남편과 낳은 딸은 그렇게 이뻐하는데 새로 결혼한 외국인 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은 미워하는 상황인가봐요.

남편도 어느정도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일이 바빠서 아이를 챙기지 못하고 

그 사이에 아이가 고통을 심하게 받고 있는거죠.

결국 아빠는 일때문에 아이를 볼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해서 

아동보호시설에서 며칠간 아이를 봐주면서 일을 해결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복합적인 상황에 멘탈이 흔들릴 땐 상황을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필요해요.

의료적인 치료는 원칙대로 하고. 환자는 환자이고. 

그 외에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주거나 벌을 받게 하거나.

그럼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침착함이 생기죠. 

의료인은 그래야 하고 오랜 기간 경력이 쌓이면서 저절로 훈련이 되어요.




4. 의료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의료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거라. 의료인이 생각보다 여러 직역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임상의사, 임상간호사, 그러니까 환자를 보는 의료인 말고도

환자를 안보는 과, 서비스파트라고도 하는데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이런 분들도 있고

연구직에 계시거나 제약회사에 계시면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고

간호사분들 같은 경우는 보건교사로 활동하거나 보험업무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환자 교육이나 후배 교육, 아예 교수로서 학생 교육에 매진하시는 분들도 있고 다양하죠.



그래서 그 직역의 특성에 따라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다 다를거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의료인의 대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를 보는 의사 간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면 역시 냉철하고 빠른 판단력과 

그에 못지 않는 의학적 지식, 술기를 시행할 경험과 실력. 이런거겠죠.

일단 환자에게 따듯하게 잘 대하고 잘 들어주는 공감능력이 있다고 한들 

실력이 없어서 치료가 아니라 사고를 치는 정도라면

그 의사 간호사에게 치료를 받고 싶을까요? 이게 바로 눈앞에서는 잘 안보일 수가 있어요.



예를 들면 인상이 좋고 TV에 자주 출연하고 해서 일반인들에게 명의로 소문이 난 의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헌데 그동안 학회도 전혀 안나가고 책이나 인터넷을 통한 업데이트에도 소홀하고 동료들과 의사소통도 없어

옛날옛적 지식과 실력에 머물러 있는 의사라면 인기는 있을지 몰라도 좋은 의사는 아니겠죠.



그런데 그 의사가 실력이 있고 없고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곁에서 보고 직접 치료 결과를 겪은 병원 직원들이 가장 잘 알아요.

밖에서는 명의로 소문 났는데 수술 더럽게 못하고 맨날 합병증 뻥뻥 터진다더라 그러면 직원들은 알죠.

그래서 직원들이 추천하고 인정하는 의사, 간호사라면 그 실력은 믿을만 하다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의료인의 되어야겠죠.




5. 소생 확률이 희박한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할 것인가요? 

또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실건가요?


- 최근 병원 배경의 드라마에서, 질문과 같은 상황에서 후자를 택한 사람에게 다른 의사가 주의를 주는 장면을 보고 실제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궁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생 확률이 희박하다라... 응급실에서는 환자에게 거짓말 할 일이 별로 없어요.

그 환자가 중환자이면 일단 의식이 없거나 명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러면 보호자에게는 명확한 검사결과와 예상되는 예후를 정확하게 전달해야죠.

그렇지 않고 헛된 기대를 가지고 있게 되면 보호자도 힘들어지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의사도 힘들어지겠죠.



하지만 전달하는 방법에서는 기술을 가지고 잘 전달하는 요령도 중요해요.

가령 지금 당장 심장이 멈출수도 있는 촉박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설명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준다던지 하는.



비슷한 사례로 응급실에서 자주 겪는 경우는 교통사고 환자인데 

환자 상태는 심각하고 보호자는 사고 사실을 몰라요.

그럼 전화로 사실 그대로를 모두 얘기해버리면 보호자가 급히 오시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그렇겠죠?



일단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전달을 하고 자세한 내용은 오셔야 설명 가능한 상황이니까 

얼마나 걸리시냐, 같이 오실 분이 있냐?

이런 것들을 파악해서 판단을 하죠. 도저히 오실 상황이 아니다 그러면 

살짝 뜸을 들여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면서 말을 꺼내야 하고.

가까운 곳에 계시다 하면 오셔서 자리에 앉힌 상태에서 설명을 시작하는 것이고.



이 때에도 바로 결과부터 말하지 말고 환자가 응급실 도착할 상황과 그 전 상황을 먼저 전달을 하고

그 다음에 현재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한다던지 하는 요령같은 것. 그런건 일하면서 조금씩 만들어가야 해요.




6. 잘못된 의학적 판단을 하였을 때 의사로서 자신의 자질, 적성을 의심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떻게 그 시기를 이겨내셨나요?



어우, 그런 경우 있죠. 의사라면 다 있을 거에요.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고 문제는 그 실수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실수이니까.



전공의 시절에 할아버지 한 분의 복부 X-ray 를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장간막동맥 경색증을 진단하지 못하고 그사이에 심정지가 와서

그날 당직 서시던 교수님이 보호자께 설명하다가 멱살을 잡히게 한 경우도 있었고요.



내과 내분비계 응급질환 중에 하나인 갑상선 위기를 진단하지 못하고 

단순 장염이라고 생각했다가 늦게 응급처치가 들어가

젊은 여자환자가 심정지가 오게 된 경우도 있었어요.



전공의에게 모든 진료의 의무가 주어지고 과로하게 만드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정말 죽고싶을만큼 자괴감이 느껴지고 괴롭죠. 

내가 보던 환자가 내 실수로 잘못된다는 건 큰 스트레스에요.

그래서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사건이 되는 것이고요.



그런 과정이 많으면 안되겠지만 없을 순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극한의 진료환경까지 내몰리는 것이 대학병원 전공의의 생활이기 때문에.

그게 또 나중에 보면 큰 훈련이 되어서 아무리 환자가 많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가장 급한 환자의 가장 급한 처치부터 하나씩 해낼 수 있는

그런 멘탈강자로 새로 태어다는 과정이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죠.



따로 이겨내는 방법은 없어요. 그런 사건이 있다고 다음날 쉴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눈 앞의 환자를 보느라 전날 일을 잊어먹고 일하는거죠.


+ 전공의 시절 올 나이트 오프,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근무 스케줄 이야기




7.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여 수술 정도의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 분야의 의사가 현장으로 바로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하실건가요?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내 눈앞에 있는데 그날 해당과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가장 가까운 다른 병원 중에서 그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서 전원 의뢰를 해야 해요.

내가 전문가가 아니고 할 수 없는 일인데 손을 대는 것은 그건 아니에요.

더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나는 응급처치까지만 도와주고

이후 처치는 전문가가 맡아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한 능력이에요.



하지만 응급처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를 불문하고 다 할 줄 알아야 하죠.

예를 들면 가슴에 공기나 혈액이 차서 응급으로 흉관을 넣어야 호흡이 가능한 환자가 눈앞에 왔다.

그러면 더 잘 할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를 찾는게 아니라 당장 흉관을 넣어야 해요.

의식이 없거나 호흡이 안되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그러면 기관삽관 당연히 내가 해야 해요.

혈압이 떨어지거나 특수 약물을 주입해야 해서 중심정맥관을 넣어서 

심장으로 바로 약물을 주입할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바로 잡아서 수혈이나 강심제를 쓸 수 있게 준비할 줄 알아야 해요.



그게 응급의학과 의사 입니다. 내 눈앞에서 위기에 빠진 환자는

적어도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는 바이탈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안에 해당과 더 전문가를 통해서 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8. 환자의 증상과 치료 방법을 논의할 때, 여러 의견이 대립한다면 어떻게 상황을 해결하시나요?



환자의 증상에 따른 치료방법이 겹친다라... 현대 의학에서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아요.

해당과에서 필요한 처치가 교과서적으로 대부분 정립되어 있고 그 컨센서스는 의료인이 대부분 공유하고 있죠.

그래서 그런 경우보다는 서로 자기과 문제가 아니라고 발을 빼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예를 들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머리 안쪽에 뇌출혈 조금, 

근데 아주 미미하고 환자 의식은 혼미 정도로 나쁘지 않아요.

가슴에는 갈비뼈 세개 정도 부러졌고 혈흉도 조금 있지만 흉관, 손가락 굵기의 튜브를 넣을 정도는 아니에요.

복부에도 비장손상, 간 손상이 있긴 하지만 딱히 수술할 필요가 있는 상태는 아니에요.



환자한테는 정말 다행인 상황이지만 이 경우에 어떤 과에 입원해야 할지가 논란의 주제가 되죠.

신경외과는 신경외과대로 뇌출혈 양이 적고 의식이 나쁘지 않아 당장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없다 그러고

흉부외과도 흉관삽입도 안할 정도로 미미한 혈흉은 큰 문제 없다고 하고

일반외과에서도 복부 장기 손상이 미미해서 자기네가 입원시킬 필요는 없다고 하면

환자는 그날 밤새도록 여러과의 진료를 받았지만 결국 입원은 필요하지만 입원할 과가 없는 상태가 되어요



세개 과만 보나요? 이런 환자는 얼굴도 여러군데 찢어져서 성형외과에서 밤새 얼굴 꼬매고 있고

코와 얼굴뼈 부러져서 이비인후과에서 보고 수술계획은 1주일에서 열흘 뒤에 잡겠습니다 이러고

정형외과에서 부러진 팔다리 맞추고 고정하고 그러고... 하지만 이런 마이너 과는 입원은 안시키죠.



그럼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응급의학과에서 입원과를 아침에 응급센터장 레벨에서 결정해서 

교수님 직접 연락하에 입원시키거나

응급의학과로 입원시켜서 여러과 컨설트를 통해 치료하거나 그런 경우가 있죠.

다 방법이 있어요. 하루이틀 환자 보는 거 아니니깐.

재미있는 건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입장이니까 서로 환자 안보려고 하다가

밖에 종합병원 2차병원에 나와서는 서로 환자 데려가려고 한다는 거?

그래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갑이 되죠. 어느과 입원할지를 우리가 결정하게 되니깐.




9. 로봇의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래에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로봇의사라는 말이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현장에서 로봇은 일단 수술에 쓰이고 있죠.

로봇수술을 하면 아주 좁은 절개창으로도 여러가지 수술이 가능해서

예전부터 시행하던 맹장수술이나 담낭절제수술에 사용하는 복강경 수술이 로봇수술의 초기 형태라고 한다면

지금은 암수술 등 더 정밀한 수술에 로봇수술을 이용한다고 들었어요. 다빈치 수술이라던지 해서.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27868&cid=51007&categoryId=51007



이런 것 말고 AI 인공지능 의사에 대해 물어본거라면 지금 현재에도 빠르게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죠.

그 중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는 AI 의료기술은 영상판독 기술쪽 입니다.

뷰노라는 회사가 있는데 CT 나 MRI 등 영상을 찍으면 자동으로 빠른 시간 내에 영상판독을 해줘요.

이를테면 일반적인 사진과 다른 부분이 있으니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판독해줘라 하면서 

형광펜처럼 칠해준다던지

이런 기능부터 시작해서 정상 사진은 정상으로 판독해줘서 

일을 몇 배 줄여주는 기능까지 가능하다고 알고 있어요.



당장은 일이 줄어서 좋을지 몰라도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겠죠.

그래서 한동안 영상의학과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가 다시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요.



그 외에 인공지능이 의학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암 치료가 암의 위치와 크기와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치료로 달라서 복잡하거든요.

가령 위암은 초기에는 내시경 수술이나 위 일부 절제술 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크거나 깊거나 해서 림프절까지 침범한 경우는 항암제와 방사선까지 써야 한다던지

항암제도 종류가 너무너무 많아서 가장 좋은 치료가 무엇인지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그래요.



그런데 이 결정을 모든 암 환자의 치료 방법과 결과를 입력시킨 왓슨이라는 컴퓨터가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 환자에게 가장 맞는 암 치료방법과 항암제 조합을 만든다면?

그게 현재 이뤄지고 사용되고 있어요. 제 모교인 인천 길병원이 왓슨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고 홍보했었죠.

결국은 이 컴퓨터 의사도 의사의 조력자이긴 하지만 점차 의사의 필요한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할거에요.

완전히 대체는 어렵겠죠. 판단의 문제가 있고 책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국 한두사람은 필요할거에요.

하지만 그 필요한 의사 수를 대폭 줄일거라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사회와 기술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를 읽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아해서 끝까지 들이팔 수 있는 분야라면 변화도 즐겁게 대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10. 평소 가깝던 지인을 살렸을 때, 나도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 생긴다면 의사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인가요?



글쎄요. 그게 밖으로 표현되고 그 사실로 부당 이득을 챙기게 된다면 문제가 있지만

저절로 우쭐한 마음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일까요?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은사님의 아드님이 급히 응급실에서 치료받으신 적이 있어요.

급성 심근경색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들어왔는데 다행히 당시 근무하던 병원 심장내과 당직 의사 선생님이

빨리 달려와서 혈관을 뚫어주어서 위기를 잘 넘겼어요. 당연히 은사님은 감사를 표하셨죠.

그럴때 우쭐한 마음이 드는 건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아요. 구태여 밖으로 표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11. 여러 위급한 상황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어떤 환자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나요? 

그때 선생님만의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요?



여러 위급한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걸 대량재난 상황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 어떻게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가 다 정해져 있어요.



아무 환자나 먼저 보면 어떻게 될까요?

치료하기 편한 환자, 덜 다치고 내가 제일 아프다고 목소리 큰 환자가 먼저 치료받느라

진짜 뒤에서 죽어가는 가장 위중한 환자가 치료를 못받고 사망하는 일이 생기겠죠?



그렇다고 중한 환자만 먼저 보겠다고 나섰다가는 사망할 환자만 골라서 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심폐소생술만 하다가 더 피해를 키울 수도 있고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DMAT 라고 하는 팀이 있고 Triage 라고 하는 시스템이 있어요.

DMAT =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건물이 무너진다던지 다리가 부서져버렸다던지 큰 화재가 났다던지 하는 대량 재난이 발생하면

그 지역을 담당하는 소방공무원과 미리 조직되어있던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제일 먼저 뛰어가요.

그리고 지휘본부를 만듬과 동시에 현장에서 구조되어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는데요.



레드 태그는 긴급. 즉시 또는 10분 내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 

가슴에 관통상이 있다던지 의식이 없는데 혈압 맥박은 있다던지 하는 경우죠.

옐로우 태그는 응급.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 

심한 골절이나 출혈이 심하다던지 감염 가능성이 높다던지 하는 경우.

그린 태그는 비응급. 심각하지 않아서 좀 더 먼 병원에서 시간을 다투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 

발목 골절이라던지 국소적 화상이라던지.



이런 분들은 한 곳에 모셨다가 근처에서 지원나온 버스를 통해서 먼 거리의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경우가 있죠.

가까운 병원 응급실은 레드와 옐로우 태그를 받은 분들이 치료받기 위해서 병상을 비워둬야 하니까 말이죠.



안타까운 경우는 블랙 태그이죠. 사망. 

이미 심정지가 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경우에 붙입니다. 

제일 나중에 조치를 취하게 되죠.



이런 것도 미리 연구하고 준비해서 미래의 재난 재해에 대처하는 것 또한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가 할 일에 속해요.



https://www.cheonan.go.kr/prog/SiminReporter/tour/sub04_01/view.do?rotNo=2404



https://coupa.ng/bMnnSS

https://coupa.ng/bMnnqP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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