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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충북 괴산고 의료인 특강 추가질문과 답변

《 추가 질문 》


12 . 일과 가정이 서로 교차하는 순간에서,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일과 가정, 둘 다 중요하죠. 다행인건 응급의학과 특성상 한쪽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은 드물어요.

왜냐하면 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시간에는 집중해서 환자를 보지만

그 외에 휴일인 날은 당직이 없고 입원환자도 없고 응급수술도 없어서 오직 완전히 휴식할 수 있어서죠.


그래서 응급의학과 의사가 평일에도 쉬는 날이 많고 하기 때문에 육아에 참여도 많이 하고 그래요.

간혹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동네 아주머니로부터 저사람은 백수인가 하는 의구심 어린 눈총도 받죠.

아이 유치원 추첨이나 학예회 발표회 등, 아이의 추억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큰 축복이에요.


하지만 만약 둘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가정을 선택할 거에요.

직장이야 전국 어디서나 나를 필요로 해주니까 옮기면 그만이지만 가족을 옮길 순 없는 일이니까요.




13 .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의료 활동에서 요구되는 가치' 에는 봉사, 사랑, 헌신 등이 있었는데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색다른 가치는 어떤 것이 있나요?


환자의 입장에서나 의사의 입장에서나 똑같이 의료활동의 우선되는 가치에

봉사와 사랑, 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료인으로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특성을 보면서 생각하는 점이 한가지 더 있죠.


우리가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바이러스 전파를 훌륭하게 잘 막아내면서

K-방역, K-의료 얘기를 많이 하죠? 여기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어요.


제일 먼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서 근무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이하 많은 공무원 분들,

각 병원 감염관리에 힘쓰고 계신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의사 분들, 간호사 분들,

그리고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호흡기환자는 걸러내어 검사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전국 병의원 의사 간호사 모두의 희생이 함께 녹아있는 거에요.


하지만 전국 병원, 의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어요.

중한 환자를 볼수록 적자가 나는 무조건 싼 의료만을 강요하는 의료보험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고

경한 환자는 작은 의원에 가고 중한 환자만 중증응급센터를 갈 수 있게 나눠주는

의료전달체계 시스템이 부재한 원인이 커요.

그래서 어느 병원이나 만성 중환자실 부족에 허덕이고, 소아 응급을 보는 의사가 적고...

특히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어 지방에서는 살릴 수 있는 생명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렇다보니 의료인이 볼 때 중요한 가치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의 연속성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 않나 하는 걱정이 있어요.

한쪽의 피해로만 이뤄지는 시스템은 그 부작용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예를 들면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을 할 때 일회용 소모품 재료를 쓰고도 사용료를 받을 수 없게 정해놔서

울며 겨자먹기로 재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 감염 위험성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던가.

진료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과도한 MRI, 초음파 등 검사에 집중하는 시스템이 형성된다던가 하는 것들이에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저렴하면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그런 점이 아쉬워요. 연속성.




14 . 응급의학과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위급한 상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그럴 때에 평정심을 유지하거나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3번 질문, 11번 질문과 여러 부분에서 겹치는 질문이네요.

Q3 . 가정폭력이나 자살 시도가 의심되는, 여러 복합적 감정이 혼재된 의료 상황에서 어떻게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나요?

Q11. 여러 위급한 상황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어떤 환자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나요? 그때 선생님만의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요?


응급실, 특히 권역응급센터나 대학병원 응급실은 매일매일이 전쟁같고 위급한 상황이죠.

수련의 초기만 해도 환자가 너무 많이 오거나 갑자기 중한 환자가 한꺼번에 오면

정신을 못차리고 멍해지기도 할 때가 있었는데요.

그런 상황을 여러차례 겪으면서 익숙해지고 나름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먼저 응급실 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아직 진료받지 않은 환자분들은 밖에서 기다리도록 조치하고

그 중에서 가장 중한 환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에

당장 조치가 필요한 분들을 후배 또는 동료 의사에게 배정하고 응급조치 하게 하고

나머지 환자 중에서 중증도를 분류해 빨리 볼 환자와 나중에 볼 환자를 나눠요.


물론 환자 보호자 분들의 불만과 성화가 난리가 나죠.

하지만 더 응급한 환자가 있어 30분에서 1시간 가량 기다리셔야 할 것 같다고,

꼭 필요하시면 근처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을 방법이 있다고 안내하면 보통 수긍들 하세요.

이렇게 교통정리를 하고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차례차례 보게 되죠.




15 . 응급상황 시 불안해 하는 어린 아이들로 인해 산만한 상황이 형성된다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아이들이 울고 불고 난리치면 참 어렵고 힘들어요. 이건 아이들 다루는 직종이면 누구나 공감할 거에요.

그래도 다행인건 한두살 아이들이 울고 칭얼대는 것은 아이 상태가 심한 탈수나 의식저하가 아니라는 거니까

긍정적인 면도 있어요. 그렇게 보호자께 설명하면서 보호자 안심시키면서 진찰과 검사를 진행하고요.


그런 어린 나이대가 아니라 말 어느정도 알아들을만 한 4-6세 아이가 난동 부리면 방법 없어요.

특히 주사 맞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나 상처 봉합해야 할 때 이런 일이 있는데

꼭 필요한 조치이면 보호자께 설명하고 잠을 재우는 약물을 이용해서 잠시 잠들게 하고 진행하거나

잠 재우는 약물을 쓸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인 경우에는 양쪽에서 잡고 진행하기도 해요.

꼭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수액이나 봉합은 다른 방법으로 변경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물을 다량 마시게 하고 더 처지면 다시 오게 한다던지 봉합은 스테이플러나 의료용 본드를 이용한다던지.




https://coupa.ng/bMnnSS

https://coupa.ng/bMnnqP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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