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숙제죠, 독서. 어릴 때는 학교에서 독후감을 써서 내도록 합니다. 커서는 '나도 책 좀 읽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잘 안되죠. 독서만큼 관련된 명언이 많은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느니, 책이 뭐 친구라느니, 마음의 양식이라느니 하는 것처럼 말이죠. 최근에는 서울에서 야외도서관까지 만들어서 운영합니다. 이처럼 독서는 참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은 좋은 거니까요.
저는 솔직히 책을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있는데 잘 안됩니다. 죄책감을 덜려면 합리화를 해야죠! 책을 꼭 많이 읽으려고 해야 할까요? 조금 강하게 말하면, 저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책은 남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죠. 생각은 세상에 공개된 이상 이미 죽은 생각입니다. 남의 죽은 생각 고이 모아 간직하는 건 취미가 아닌 이상 나에게 의미를 줄 수 없습니다. 남들의 죽은 생각은 나의 살아있는 생각의 재료입니다. 재료는 요리할 때 써먹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또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해보면 남의 생각 읽는 것보다 내가 생각하는 게 더 재밌습니다. 내 생각을 마련하고 표현하는 일과 독서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한 가지 독서법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바로 홀짝홀짝 독서법입니다.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대신 꾸준히 읽는 것이죠. 예를 들면 한 챕터씩, 아니면 10페이지씩 말이죠. 홀짝홀짝 차를 마시듯이요. 첫째, 하루에 흡수할 수 있는 양은 제한적입니다. 영어 단어 10개를 외운다고 할 때, 5개씩 이틀을 외우는 것보다 2개씩 5일을 외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책도 이처럼 하루 분량을 줄여서 읽는 것이죠. 둘째,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읽으니까 내용을 제대로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독서의 목적에 따라 빠르게 많은 양을 읽어야 할 때도 있겠지만요. 셋째, 진짜 나한테 필요한 책,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씩 읽으면 한 권을 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잘못하고 재미없는 책 고르면 큰일 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조심해서 고르게 됩니다.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지 말자고 했지만,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낫겠죠. 남의 생각은 내게 영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남의 글은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배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즉 내 세상에 갇히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대신 너무 욕심부리지만 맙시다.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읽는 것입니다. 적게 읽어도 제대로 써먹는 게 더 중요합니다. 물론 재밌으면 많이 읽는 거죠 뭐. 즐거운 독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