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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모델과 철학적 토대

by 인문학도 최수민

인공지능에 한 가지 모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나요? 인공지능에도 이론적인 토대를 이루는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델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인공지능 연구 초기에는 '기호주의 인공지능'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한 30년 정도 지속되다가 기호주의 인공지능의 어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결주의 인공지능'을 모델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모델인 기호주의 인공지능입니다. 철학적으로는 고전적 계산주의 마음 이론 또는 합리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고전적 계산주의는 마음을 일종의 컴퓨터(보편 튜링 기계)로 보는 입장입니다. 심적 과정이 컴퓨터의 계산 과정과 같다고 보는 것이죠. 즉 마음을 마음이게끔 하는 것은 그것이 수행하는 계산적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실현하는 물리적 상태, 두뇌 상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죠. 고전적 계산주의는 여러 지능적인 활동을 계산적 과정으로 이해함으로써 인공지능을 성립시킵니다. 예를 들어, 논리학이 발전하면서 형식논리적 추론을 기계도 수행할 수 있는 단순한 추론 규칙들로 이루어진 계산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고유한 활동으로 여겨졌던 논리적 추론을 기계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호주의 인공지능은 추론 규칙과 같은 인간의 지식을 입력받아 여러 지능적인 활동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모델인 연결주의 인공지능입니다. 철학적으로는 신경망 계산주의 마음 이론(연결주의 마음 이론) 또는 경험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신경망 계산주의는 마음이 인공 신경망과 비슷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심적 과정을 인공 신경망에 의한 계산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죠. 인공 신경망은 노드(node)들로 이루어진 층들, 즉 입력층, 은닉층, 출력층으로 이루어집니다. 각 노드들은 다른 층의 노드들과 연결됩니다. 이는 인간 두뇌의 뉴런과 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것입니다. 입력된 데이터는 주어진 가중치에 따라 각 노드들에서 변형되어 최종 값으로 산출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성을 매우 세부적인 데이터들로 나누어 입력해 줍니다. 이 중 성별을 파악하는 데 확률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부각되도록 데이터를 변형시켜 해당 음성의 성별을 파악합니다. 신경망 계산주의는 이처럼 통계적인 계산적 과정을 심적 과정의 본성으로 이해합니다. 딥러닝, 알파고 같은 것들이 모두 이를 토대로 합니다. 연결주의 인공지능은 받아들인 데이터를 가지고 지식을 추출해냄으로써 여러 지능적인 활동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어떤 모델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향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호주의 인공지능과 연결주의 인공지능에게 각자가 잘하는 것을 분담시키는 모델을 생각해 봅니다. 기호주의 인공지능은 어떤 현상을 기호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만 하면 주어진 규칙에 따라 정확하게 지능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연결주의 인공지능은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잘 추출하므로, 이를 가지고 어떤 판단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좀 더 수준 높은 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결주의 인공지능이 어떤 현상에 관한 데이터를 가지고 기호로 표현된 정보를 추출하면, 기호주의 인공지능이 추론을 통해 어떤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말하자면 연결주의-기호주의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실천적인 활동에는 이론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스포츠도 전략과 과학적 원리에 대한 탐구가 뒷받침되어야 발전합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의 모델에 대한 검토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대한 내용을 짧게 담아내느라 중간중간 자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접근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래 참고를 달아놨으니 필요한 부분은 개별적으로 찾아보기 바랍니다.


참고

강진호, 〈K-MOOC 묶음강좌 철학과 인공지능〉

장병탁, 〈인공지능 입문〉, 《SNU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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