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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Feb 28. 2023

삼일절 전야 -1

플로깅 92번째

우리는 제주도의 가이없는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저 바당에 물결 우에 시달리던 이 내몸     


아침 일찍 집을 떠나 황혼 되면 돌아와

어린 아이 젖주면서 저녁 밥을 짓는다

하루종일 하였으나 버는 것은 기막혀

살자하니 근심으로 잠도 안 오네      


이른봄 고향산천 부모형제 이별코

온가족 생명줄을 등에다 지고

파도 세고 물결 세는 저 바다를 건너서

기울산 대마도로 돈벌이 가요      


배움없는 우리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은 착취기간 설치해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간다.

가이없는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해녀 항일가      


핵오염수가 바닷물에 의해 희석된다는 식의 비과학적 태도가 마치 대단한 지식이라도 되는 냥 떠들썩하다. 가짜 지식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우도 해녀 김춘산 님의 노래로 ‘해녀 항일가’를 들었다. 해녀 항일가를 쓴 김관순 님은 일제강점기에 2년 6개월 옥고를 치른 해녀 항일의 독립 유공자이신데, 옥중에서 이 노래를 쓴 후에 몰래 전파시켰다. 이렇게 하여 제주 전 지역의 해녀들에게 '해녀 항일가'가 퍼지고 불려졌다. (<제주 해녀의 노래> 앨범 해설 참고)     




오늘(2023년 2월 28일) ‘후쿠시마핵오염수 방류 저지 전국대회’가 제주에서 있었다. 해녀와 전국의 농어민이 모여 상여를 메고 행진했다. 이렇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전 읽은 <원전 마을>(김우창 지음, 2022)가 떠오른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이주를 요구하면서 201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에 상여를 운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저항의 퍼포먼스라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상여를 끄는 심정은 어떨까? 그나마 투쟁하는 주민들도 이제 단 10가구만 남았다고 한다.  


곧 후쿠시마원전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된다. 방류 후 한달 뒤면 제주 앞바다, 서해에 도달하게 된다. 멜트스루가 일어난 후쿠시마원전에서 매일 나오는 오염수를 통에 담아두기에는 처리비용이 들기 때문이라 한다. 일본 어민들부터 난리인데, 일본 정부는 돈 쓰기는 싫고, 오~ 마침 바다는 공짜라 한다. 뭐 일본정부만 뻔뻔하고 괘씸한가? 태평양 인근 모든 국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데, 한국정부는 한마디 하지 않는다. 몇몇 국책기관은 일본정부와 마찬가지로,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면 대량의 바닷물로 희석된다는 과학도 뭣도 아닌 기이한 헛소리를 잔뜩 어려운 말로 바꿔서 쓴 전망을 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식민지 권력과 지식의 담합에 대해 분석한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 4장 '전문 직업인과 아마추어' 한 구절. 사이드의 주장이 담긴 아래 인용 구절을 간단히 풀이하자면, 이윤의 큰 지식의 영역에서 전문가의 능력은 전문가주의, 기술적 형식주의를 넘어서는 전문가의 물음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체제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더욱더 편협한 지식의 영역에 제한된다. 이제는 어느 누구나 그러한 전문적 능력을 가지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한 전문적 능력이 자신과 직접 관련된 분야 밖의 어떤 것을 보는 시각을 잃어버리고, 일련의 권위와 규범적 이념들에 대한 자신의 일반문화의 희생을 망각해버리는 것과 관련된다면, 그러한 능력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중략) 오늘날 지성인은 아마추어가 되어야만 한다. 아마추어란 한 사회의 사려 깊은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나라와 그 권력, 그리고 다른 사회에 대한 것만큼의 그 나라 시민들과의 상호작용 양식까지를 포함하는 가장 기술적이고 전문화된 행동의 핵심에 대한 것까지도 도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중략) 즉 아마추어 정신은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 그것으로부터 누가 혜택을 받는가, 그것이 어떻게 개인적 과제이자 근원적 생각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를 물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전신욱 서봉섭 옮김 <권력과 지성인> 133~142쪽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듯한데, 한국의 원전에서도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됐다는 소식은 이미 나왔었다. 2021년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월성원전에서 오염수 바다 유출을 발견했다는 정기검사보고서를 낸 바 있다. 보고서에는 유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나와 있지는 않다고 한다.


"수조 구조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과정에서 물 처리실 중화조 집수정의 벽체 손상에 따라 집수정 내의 오염수가 외부 환경으로 누출되어 비방사성 지하수 처리계통인 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월성원자력 4호기 제17차 정기검사보고서>


역시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듯 한데, 작년 울진 산불 때에는 한울 원전 부지 전기 설비 앞까지 불이 번졌었다. 또 하나, 역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 한데, 2022년 2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안전법 위반으로 319억 5천만원을 과징금으로 내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런 와중에 2022년 11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로 낙하산으로 모텔업자 K씨가 내정되었다. 하아...역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 원전 사고가 난 일본이 동북 지방 영토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걸 보면, 만일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국토가 좁은 우리 땅의 국민들은 다 같이 평등하게 버려진 사람들이 될 것이다.


촛불 전시회 작품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방류는 4월로 예상된다고 한다. 핵오염수에 노출된 물고기, 해조류 등을 먹거나, 그걸 안 먹어도 먹이사슬란 게 있으니, 우리 중 누군가는 당연히 내부피폭이 되겠고, 그리하여 제수명에 죽지 않거나 건강수명이 앞당겨져 아프게 될 것이다. 세포분열을 하며 성장하니까 내부피폭이든 외부피폭이든 그 영향은 아이들에게 더 심각하다.


휴, 삼일절도 이미 백주년을 지나 감격스러운 해방 세상,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데, 길게 말해 뭣 하겠나. 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로 긴긴 대일 소송을 거쳐 한국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승소한 양금덕 할머님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인권상 수상이 거부되는 마당인데.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식민지인으로 살고 있을까. 일본 정부한테 배반당한 일본 어민도 내부의 볼모, 내부의 식민지인으로 살고 있는 거겠지.


그제 길 가다가 주운 마스크. 아주 추운 날 빼고, 마스크를 안 주은 날은 거의 없는 듯. 새들이 마스크 고리에 감겨 다치거나 죽는다. 생태계를 교란하며 지배하는 자 누구.

https://youtube.com/shorts/mfce-4KIG2s?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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