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쓰레기 줍고 그 후 글을 쓰는 이 블로그에 찾아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플로깅 후기를 쓰는 숙제(자원봉사활동 후기 등)를 하기 위해 이 블로그에 써진 글을 가져다가 베껴 쓰면 안 됩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의 숙제를 도우려고 여기에 제가 시간 내고 공들여 글쓰는 게 아니랍니다. 여기에 있는 제 글은 어디까지나 참고를 하시고, 본인이 하나라도 주워보고 숙제를 하시기를 권합니다. 새롭게 창작되는 많은 플로깅 후기 글이 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주우면, 잘 쓸 수 있습니다. 땀 흘리고 수고한 만큼 글이 좋아질 거예요. 이건 저한테 제가 해온 말이기도 했었네요. (이제 다음 100번째 글만 쓰고 브런치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저의 여기 브런치글은 다 삭제할 예정입니다. 그간 구독해주신 작가님들께서 댓글로 전해주신 소중한 격려와 공감의 말씀 참 감사했습니다.)
동네 쓰레기터에서 나의 플로깅은 대부분 비슷하다. 저번 날에 음식쓰레기를 차가 치고 지나가서 또 터졌다. 비닐로 짚어서 봉투에 담는다. 반복~. 주택가나 빌라촌에 음식쓰레기를 잘 내놓을 뭐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싶다. 전에 한 번 행정담당직원 분과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통을 갖다 놓아도 관리가 잘 안 된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그러면 지금까지 내가 쓰레기를 주으며 본 쓰레기 중 거의 딱 한 번 보고, 신기했던 쓰레기는?
동네 플로깅. 음식물쓰레기를 차가 치고 지나가서 또 터진 걸 주워담음.
헬륨가스통이다. 올초 즈음 쓰레기배출일날에 옆빌라 쓰레기터에서 본 적이 있다.
무슨 가스통인고?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통의 겉면에 쓰인 글자를 보니, 파티용 헬륨가스라고 쓰여 있었다. 아 목소리를 바꿔주는 거로구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만 쓰는 줄 알았는데 헬륨가스를 구입해서 파티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아, 매번 아이들과 골목에서 정답게 노는 젊은 그 부모님들이 산 건가? 헬륨가스로 풍선에 가스를 주입하고 장식해서 파티를 하는 건가. 시대가 변해서 잔치용품, 놀이문화가 달라졌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쓰레기터에 떨어진 휴지들을 줍다가 사진은 안 찍었다. 그냥 헬륨가스만 쳐도 이미지 검색이 쉽게 가능하다.
비활성기체 헬륨. 전자가 최외각 바깥 껍질에 2개이고 가볍다. 가볍지만 수소와 달리 폭발 위험이 적다. 파티용 헬륨가스통을 어떻게 버려야 맞는지 나중에 쓰레기배출방법을 알려주는 앱(내손안에분리배출)에서 검색해보니 나오질 않는다. 일반적인 쓰레기가 아니어서 Q&A를 찾아보았는데, 거기에도 나오질 않는다. 올해는 바빠서 내가 물어볼 틈도 없어서 지나치고 있었다.
며칠 전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았다.
헬륨가스통은 가스 잔량이 없이 남은 가스를 배출한 후에, 겉면에 "빈통"이라고 매직 등으로 쓰고서, 대형생활폐기물 스티커를 발부 받아서 붙여서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걸 찾다가, 아이쿠...
헬륨가스가 파티용품으로 인기인데, 작년에는 중학생 올해는 고등학생이 숨졌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헬륨가스를 많이 들이마셔서 질식해서 숨졌다고 한다. 기존에 나도 파티용 헬륨가스는 산소와 섞어서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시중에서 파는 헬륨가스는 100% 고순도 제품이어서 산소 부족으로 질식 리스크가 높고 저산소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헬륨가스 판매 사이트 등을 보니, 제품설명에 안전 주의사항을 맨 먼저 표시하고 있긴 한데, 정작 통 겉면에는 자잘한 글씨로 표기된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안전한 사회,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에 민감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안전한 사회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고, 또 책임있고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자각을 해서 책임을 질 게 있으면 지고 열심으로 노력하면 좋겠다. 왜 내빼기만 하는지, 백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그간 쓰레기를 주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왔다.
올 여름, 도자기 화분들이 쓰레기배출일도 아닌데 버려져 있었다. 깨진 조각들도 있었다. 조각들을 모아서 잘 싸두었다가, 배출일에 내놓았다. 파상풍 걸리는 미화원분들, 많습니다.
그제 저녁에 서울도서관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도서관 문밖에 있는 10.29참사 분향소(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만든 곳)에 잠깐 들렀다 왔다. 진상규명은 요원하고 용산구청장이란 자는 업무에 복귀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파라마운트플러스(미국OTT)에서 공개된 다큐 크러시Crush. 국내에서는 볼 수가 없다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볼 사람은 얼마든 다 볼 수 있는데, 군사정권의 금지곡 시대인가 왜 어리석은 통치술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뜻깊은 다큐. 가슴이 아프다.
나는 예전에 삼풍백화점에 간 적이 있었다. 친구가 어머니 생신 선물로 여름스카프를 사드리고 싶다고 해서 같이 처음으로 삼풍백화점이란 곳에 간 것인데, 당시 학생 신분으로는 가격이 비싸서 둘러만보고 결국 못 사고 나왔다. 1995. 6. 29. 참사가 일어나기 사나흘 전쯤인 것 같다. 붕괴 조짐 위험정보를 알게 되어 문을 닫아둔 몇몇 매장들이 있었던 것 같고, 좀 썰렁한 백화점 분위기가 생각난다. 이 참사의 위령탑은 백화점 자리(현 대통부부가 전에 살던 집 아*로*스*)가 아니라, 양재 시민의 숲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