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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실천가 SUNCHA May 29. 2022

[끄적끄적] 35. 그때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

[끄적끄적] 35. 그때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



그때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하얀 거짓말과 마주할까?

초등학교 때였다. 



부모님이 이사를 해서 다른 초등학교로 4학년 2학기에 전학을 갔다. 



그때 한참 초등학생 사춘기를 겪는 시기였다. 



한 마디로 청개구리가 되기 시작하던 올챙이 시기였다. 




여자 선생님에게 엄청 혼이 났다.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는다고 매일 벌을 섰다. 



부모님은 그 당시에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셔서 바쁜 나날을 보내셨다. 



초등학생 사춘기 올챙이였던 시기에 나에게는 많은 관심을 두지 못했다. 



부모님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학교에서 생활이 어떻냐고 질문하였다. 



"오늘 학교는 재미있었어?"

"응... 그냥 그랬어....."



나는 거의 매일 부모님에게 하얀 거짓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매일 질문을 할 때 진심으로 학교가 재미없다고 얘기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때는 정말 학교에 가기 싫었다. 




중학교 시절에 역사 선생님이 갑자기 재미없는 사람은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했다. 



친구와 나는 밖으로 나갔다. 



역사 선생님이 다시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다른 학생들은 수업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고 너네 둘만 나머지 숙제하고 가라고 했다. 



역사 선생님이 분명히 재미없는 사람은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했는데 하얀 거짓말이었다. 


친구와 나는 역사 선생님이 내주신 나머지 숙제를 다하고 역사 선생님에게 찍혔다.





영어 선생님이 모르는 것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다.  


친구는 "Awareness"가 무슨 뜻이에요? 질문을 했다. 


선생님이 답을 해주었다. 


그 친구는 다른 단어도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화를 냈다. 


모를 때마다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다. 


금방 선생님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는 영어시간에 절대 말을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교련시간이었다. 

총을 들고 훈련을 학교에서 했다. 교련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교련 시간이 정말 재미있지?"

"아니요~"   


두 명이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바람에 우리 반은 학교 운동장을 10바퀴나 돌았다. 


분명히 교련 시간이 재미없냐고 질문해서 아니요, 예로 대답했을 뿐이었다.





대학교 시절이었다. 경영학 원론 수업에서 교수님이 질문했다.

"수업이 재미없지?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야 해..."


"아니요.. 재미없으면 공부하기 싫어요."


친구가 재미없다고 대답했다. 


그 친구는 경영학 원론 교수님에게 찍혔다. 

경영학 원론에서 "F"를 받았다.





대학생이 된 후 자주 하얀 거짓말을 한다. 


선배가 "내 얘기가 재미없냐?" 물었을 때 나는 재미있다고 한다. 


그것이 예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재미있다고 했다. 


그 일이 있는 후에 그 선배는 다음에도 나를 불러서 그 얘기를 한다. 


아니 계속 나를 부른다. 

나만 부른다. 

밥도 사주고 친해졌다. 


그 선배와 친한 후배는 나뿐이었다.





참 이상한 문화이지 않는가. 


분명히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재미없으도 재미없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최소한의 예의라고 끝가지 가르친다. 




그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어른이 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하얀 거짓말과 마주할까?



그때 말하지 않기를 

잘한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끄적끄적 글쓰기 중에서

꿈실천가 SUN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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