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자기 모습이 그렇게 자신 있어?”
이른 아침 출근 준비로 따닝 방에 들어가 전신거울에 요리조리 몸 돌리며 옷차림 점검하는
내게 불쑥 던진 말이다.
하던 출근준비나 바삐 하시지
무신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나 싶어 띵~해 하며 쳐다보니
“아무 옷이나 잡히는대로 입고 갈 것이지
칙칙하네 안 어울리네
벗었다입었다
자기 모습 넘 예뻐 어쩔 줄 몰라하는 그 표정도 글코.”
어이가 없어 그냥 픽 웃었다.
밝고 맑은 아이들 앞에서 그냥 환해 보여야 할 거 같아서가 이유라면 이유였을 뿐.
집 식구들이 똥짤막, 짜리몽땅이라며 놀려도 굴하지 않고 자신 있어하는 저 모습이라니
눈 뜨곤 못 봐줄 볼썽사납다는 말에 가깝더란 말이던가.
식구 넷 중 셋은 일단 키가 크다 보니 무슨 옷을 걸쳐도 옷태가 난달까.
“우리 어무이 어디 가셨습니까?”
앞서 걷고 있는 내 머리 위를 양팔로 휘저으며 울 아드닝은 중, 고딩 때 키 작다는 표시를 그렇게 내곤 했었다.
학교 다닐 때 책상 가장 앞줄을 벗어난 적 없었지만, 무슨 근자감이었는지 작다고 생각 못하고 지냈다. 많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 지금도 키 작은 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집에선 크네 작네 놀림받아도 밖에 가면 나만한 사람들도 많으니 별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모습에 자신 있어하거나 예쁘다는 생각 한 번 못하고 사는데, 무신 뚱딴지같은 말인지.
더군다나 인생의 초록 나이 파릇파릇한 20대 후반의 선생님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말라비틀어진 거죽이나 덤불 더미에 가까운.
나이부터 예쁜 선생님들 사이에서 쪼브라져 작아지고 또 작아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데...
얼굴 예쁘다는 말 한 번 들어보는 게 소원인 사람에게 할 소리가 아닌 것이다.
"예뻐서 죽겠다며 완전 심취해 있어. 어쩜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어?"
아무리 봐도 예쁜 구석이라곤 없는 엄마인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표정이 나오냐는 것이다.
"가시나, 그게 어미한테 할 소리냐?"
그럼 엄마가 지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대로 한 말인데, 뭐 틀린 말 있느냐고 한다.
근자감, 자기는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단다.
키울 때 우쭈쭈 하며 키웠어야 하는데, 조금 더 예쁘고 잘나 보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지적질을 많이 해대서 그런 걸까.
내가 잔소리 폭격기였지, 그이는 정말 할 말만 한 마디 툭 던지는. 그 속에서 따닝은 아빠 맘을 백 가지도 읽어내어 실천하려고 애썼던 나날이었던 거 같은데...
잘난 거 내세울거 하나 없는 내게 나이 차 나는 오빠들 셋은 뭐를 해도 내 동생 잘한다 잘한다. 울 아부지도 우리 딸 잘한다 잘한다는 소릴 많이
들은 덕분인가.
울 따닝은 나보다 몇 백배 더 야무지고 멋스러운데, 우짜다가 근자감을 땅에 떨어지게 한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초등 5학년 때부턴 손 갈 거 하나없어 울 따닝 하는대로 내버려 둔거 같은데...
“인생은 서비휘처럼!”
근래 들어 울 따닝이 내건 슬로건이다. 엄마처럼 살면 인생이 더없이 편하고 행복할 거 같다는.
주구장창 얼마나 힘들게 일하며 지냈는지를 알 텐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했던 그 많은 일들은 일처럼 생각 안 하고 놀이처럼 보였을까. 그렇다면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다. 하나부터 쭈욱 열거하는 걸 잊어버리고 귀찮아해서 해서 그렇지, 남의 돈 버는 일이
어디 쉬이 벌 수 있는 돈이 있기나 한 걸까.
다만 누가 봐도 하찮고 작은 일도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며 사명감까지 장착한 마음가짐만 더 했을 뿐.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러 그 흔한 택배 한번 시켜보지 못하고 산다며 구박하는 따닝.
직접 물건을 보고 샀으면 하는 맘도 있긴 하다. 발품 손품 파는 것이 안타까운 그이는 새벽 배송, 저녁 배송 가리지 않고 잘도 주문을 해준다.
“쌀이 없는데...
세제 없고 휴지 없는데... 비비고 만두 먹고 싶은데...”
말만 하면 다음날 아침, 저녁 문 앞에 도착뿐이랴.
오메기떡 견과류 강정 등 달지 않으면서 심심풀이 간식까지 배달되어 오는 것을 보며 엄마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아빠가 다 알아서 해주는 것도 못 마땅한 것이다.
'가시나, 지가 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구시렁이 절로 나온다.
“안 해준다 하면서 아빠가 또 해 줄 걸...”
이럼서 아빠가 해주지 않았으면 하는 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는 얄미운 따닝.
계획적이고 미리미리 챙겨야 맘 편한 그이와 따닝 입장에선 가만있다 코앞에 닥쳐야 도움받아가며 하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 것.
그럼에도 인생은 서비휘처럼
살아야겠다며 놀림반 부러움 반 섞인 울 따닝의 슬로건에
살던 삶을 그대로 살아야 하나,
바꿔가며 살아나 하나 괜한 고민거리 하나 늘었다
아니 이 나이 먹도록 안 변한 걸 바뀌기나 할까
살던 대로 살아야지 뭐,
울 따닝한테 미운 털은 이미 박혀버렸으니.